2년 전, 공대 학우들에게서 들은 실험실 환경은 열악했다. 그들은 실험수업이 있다고 해도 결과가 궁금하지 않다고 말했다. “어차피 오래된 실험기구 때문에 실험을 제대로 했는지 알아낼 수도 없을 만큼 오차율이 발생하니까”가 이유였다. 그럼에도 “그나마 이렇게 노후화된 기기들이 있는 것 만해도 감사하다. 이렇게 노후화된 기구조차 부족하다면 매번 실험 때마다 줄지어 기다려야 하니까”라며 자조와 함께 덤덤히 말하던 그들이 인상 깊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마치 데자뷰처럼 이공계 15학번 새내기들이 2년 전 만났던 그들과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 이들은 “실험기구가 작동하지 않아 다른 조의 실험 측정치를 보고 리포트를 작성한다.”고 말했다. 2년 전과 마찬가지로 15학번 새내기의 얼굴에서도 실험에 대한 흥미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실험실 환경은 2년 전보다 나아진 것이 없다. 여전히 노후화된 실험기구들로 ‘실험수업’의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하는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실험실에서는 “측정이 안돼요….”, “기구가 작동하지 않아요.”라는 학생들의 아우성이 울리고 조별 실험이 무색하게 작동되는 2~3개 실험기구 앞에서 많은 학생들이 줄지어 실험결과를 지켜본다. 심지어 실험수업을 위해 3주 전에 실험기구 교체를 요청했지만 실험 당일까지도 교체가 이뤄지지 않아 실험을 리포트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열악환 환경 속에서 이들의 얼굴에서 실험에 대한 흥미를 찾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학생들은 이러한 환경에서 실험실습비가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다. 매년, 매학기 실험실습비를 걷는데 실험실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니 의심이 갈 수 밖에 없는 듯하다. 물론 실험기구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이공계 학생들에게 실험은 기초이며 꼭 필요한 교육과정이다. 기존의 실험을 답습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내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또 실험을 한다. 이공계 학생들에게 실험이란, 증명의 과정이기도 하며 사고 확장을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따라서 좋은 실험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대학은 공학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공학인증은 이공계 학생이 공학교육을 ‘제대로’ 이수했다는 것을 증명하며 이때 실험수업은 공학인증을 취득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지금의 실험실 환경 속에서 이공계 학생들이 공학교육을 ‘제대로’ 이수했다고 볼 수 있을까? 진정한 공학도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역량을 발견하고 펼칠 수 있는 실험실 환경이 제공되는 것이 급선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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