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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공판, 600일의 써머리
심재호 기자 | 승인 2015.12.07 17:43

 지난 12월 6일, 안산에 위치한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난장문화제가 열렸다. 참사 이후 600일째 되는 날이었다. 지난 600일 간의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선체인양과 진상규명에 대한 유가족들의 요구는 계속됐다. 세월호 선체는 아직까지도 진도 앞바다 깊은 곳에 가라앉은 채 남아있다. 실종자 아홉 명은 여전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희미해져가는 동안, 일각에서는 “도대체 무슨 진상을 밝히자는 거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안전기준 무시한 채 화물을 과적한 상태에서 조타수의 실수에 의한 항로 급선회라고 검찰 조사를 통해 밝혀졌으며, 당시 선장이었던 이준석씨(이씨)를 비롯해 인명피해를 확산시킨 책임자들 역시 다 밝혀져 처벌받지 않았냐는 것이 그 의문의 요지다.

 이들의 말대로 세월호의 침몰과 피해 확산의 원인과 책임자들이 모두 밝혀져 합당한 조치가 취해졌을까. 세월호 관련 사건들 중 세 가지 중요한 재판의 법정기록을 살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전히 미적지근하거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 만한 여지들이 남아있다. 또 완전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라도 세월호 선체 인양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승무원 처벌, 일단은 마무리?

 승무원들에 대한 첫 형사재판은 지난 2014년 6월 10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이때 검찰은 이씨에게는 사형, 1ㆍ2등 항해사와 기관장에게는 무기징역 등을 구형했다. 하지만 그 해 11월 11일, 1심 재판부는 이씨를 비롯한 선원 15명에게 훨씬 가벼운 형량의 판결을 내렸다. 이씨에게는 징역 36년이 선고됐으며, 나머지 선원들에게는 5년에서 20년 사이의 징역형이 각각 선고됐다. 당시 검찰은 이씨와 1ㆍ2등 항해사, 기관장에 대해 ‘부작위(⧗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에 의한 살인’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원들에게 승객을 살해할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검찰은 항소를 제기하며 2015년 4월 7일, 1심과 마찬가지로 이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사건 당시 이씨의 대처가 사실상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라는 주장 역시 유지했다. 심리 끝에 4월 28일, 광주고등법원은 1심과는 달리 이씨에 대한 살인죄 적용은 인정했다. 이에 따라 이씨에게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법원은 사건 당시 요구됐던 구호의무를 이행해 승객들의 사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하지만 검찰이 같은 살인죄로 기소한 1ㆍ2등 항해사와 기관장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살인죄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나머지 승무원들에 대해서도 1심에 비해 낮은 형량이 선고됐다. 각각의 직급뿐만 아니라 승선 경험 및 승객 구조를 위한 행적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1심의 형량이 너무 높다는 판단이다. 이들에게는 1년 6개월에서 12년 사이의 징역형이 각각 선고됐다.

 그리고 지난 11월 12일, 대법원은 검찰 측과 승무원들 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며 이씨에 대한 무기징역 및 나머지 승무원의 2심 형량을 확정했다. 대법관 모두 이씨가 “자신의 부작위로 인해 승객들이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예견하고도 이를 용인하는 의사가 있었다고 봐야할 것이므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결문을 통해 밝혔다. 대법원에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인정한 최초의 사례다.

 

대법원, “조타수 침몰 원인 아니야”

 3심까지의 재판동안, 검찰은 세월호 침몰의 직접적 원인으로 ‘화물 과적 및 고박상태 관리 소홀’과 ‘조타 과실’을 지적했으나 법원은 ‘조타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조타수의 과실이 아니라 선체에 결함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승무원들 중에서는 선장과 1등 항해사만이 세월호 침몰에 대한 책임이 인정됐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생존자들의 증언 및 기타 정황들을 종합해봤을 때 세월호의 전복은 과적된 화물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종의 이유로 선체가 급선회를 하다가 평형을 잃었고, 화물이 한쪽으로 몰리면서 발생한 것이라는 설명이 가장 지배적이다. 검찰은 여기서 선체가 급선회한 ‘모종의 이유’가 조타수의 조타 실수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 ‘모종의 이유’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선체를 인양해 정밀 조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 전까지는 확실한 답을 알아내기 힘들다. 결국 원인규명의 초점은 화물관 리부분에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세월호 보유 회사였던 청해진해운이 검찰의 조사대상이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지난 해 5월 검찰은 청해진해운의 김한식 대표(김씨)와 임직원 6명을 과실선박매몰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의 횡령 및 배임 사실이 드러나, 비자금조성혐의까지 포함됐다.

 이 재판 역시 3심까지 이어졌다. 지난 해 11월 20일, 광주지법 재판부는 “복원성 약화를 보고받았음에도 세월호 개ㆍ증축을 주도하고 과적과 부실고박을 독려했다”며 세월호 침몰의 원인을 제공했음을 인정했다. 이에 김씨는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심에서, 광주고법은 "비자금을 개인적으로 쓰지 않았고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다른 계열사 임원들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된점 등을 감안하면 형이 너무 무겁다"며 징역 7년으로 감형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19일, 대법원은 김씨를 비롯한 청해진해운 임직원들의 2심판결을 확정했다.

 

‘언딘’ 특혜 해경간부 재판…‘어디로 가야하지?’

 그런가하면 아직 처벌되지 않은 책임자들도 있다. 민간구난업체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언딘)’에 특혜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최상환 전 해경 차장(최씨) 등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세월호 침몰 당시 구난업체 선정 과정에서 언딘이 계약을 독점하도록 돕고, 각종 안전검사를 받지 않은 미준공 바지선을 언딘 측에 인도해 사고현장에 투입하도록 하는 등 직권남용과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최씨 등을 지난 해 10월 6일 광주지법에 기소했다.

 그런데 그 해 12월 11일, 광주지법은 피고인들의 ‘관할 위반’ 주장을 받아들였다. 형사소송법상 형사재판은 범죄가 일어난 지역이나 피고인의 거주 지역 관할 법원에서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범죄가 일어난 지역은 인천 또는 진도군이고 피고인의 거주 지역은 인천 또는 강원도다. 검찰은 진도 앞바다가 광주지법의 해남지원 관할이므로 광주지법 본원에도 관할권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광주지법과 해남지원은 별개의 법원이라며 검찰의 주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항소를 제기했다.

 ‘관할 위반’에 대한 재판은 3심까지 이어졌다. 결국 지난 10월 25일 대법원은 검찰의 기소가 ‘관할 위반’이라고 확정했다. 1년 만에 내려진 판결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원점으로 돌아가 인천지법에 최씨 등을 특혜 제공혐의로 다시 기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600일간의 세월호와 관련된 대부분의 재판은 3심까지 가는 경우가 많으며, 평균적으로 1년 반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유가족들의 진상규명 요구는 앞으로 한동안은 계속될 전망이다.

심재호 기자  sqwogh@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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