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도에 설립된 우리대학 민간투자기숙사(민자기숙사)인 쿨하우스는 높은 기숙사비 때문에 개관 이후로 꾸준히 문제가 제기되어왔다. 그러나 그것은 비단 쿨하우스 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11일 우리대학의 <한울>을 비롯해, 비교적 민자 기숙사비가 높다고 알려진 고려대, 연세대의 총학생회가 시민단체인 민달팽이 유니온 및 참여연대 등이 주최한 정보공개 소송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한 바 있다. 그렇다면 민자 기숙사가 무엇인지,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들어는 봤니? 민간투자 방식?

 민자 기숙사란, 민간에서 투자ㆍ설립한 기숙사를 말한다. 이때, 민간투자는 사기업에 의해 이뤄지는 투자를 말하며, 사적투자라고도 불린다. 이러한 민간투자는 주로 사회기반 시설 건설에 이용돼왔다. 그러나 2005년도에 교육부에서 ‘민자 유치 교육시설 관리지침’이 발표돼, 대학 내에서도 민간투자가 가능하게 됐다. 본래 교육시설의 경우, 설립주체외의 외부업체가 교내에 건물을 설치할 수 없게 되어있었으나, 교육부의 발표로 사립대학 교지 내에 외부업체도 교육과 공공의 목적에 부합하는 시설을 설치 할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뀐 것이다. 이후, 쿨하우스와 같은 민자 기숙사들이 대학 곳곳에 건설되기 시작했다.

민자 투자 방식 중 하나인 BTO 투자의 관계 모형도이다. 기존의 민자 기숙사들은 BTO 투자방식으로 지어졌다.

 이처럼 많은 대학교에서 민자 기숙사를 건설한 것은 대학이 기숙사 건설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민자 기숙사는 대부분 BTO(Build Transfer Operate) 투자방식을 이용해 지어진다. BTO 투자방식은 시설 준공 후 시설의 소유권은 정부에 귀속되고, 운영권은 민간 사업자에게 일정기간 동안 귀속 되, 민간사업자가 시설 이용자로부터 이용료를 받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민자 기숙사 건립에 대입 해 보면 민간사업자는 투자자가 되고, 정부는 대학이 되며, 시설 이용자는 기숙사를 이용하는 학생이 되는 것이다. 즉, 민간투자방식을 이용하면 민간 사업자가 건설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에 학교의 재정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또한 전문 업체에 맡기는 만큼 기숙사 내의 시설의 안정성 등을 보장할 수 있다. 그러나 민간이 투자하는 것인 만큼 민자 기숙사는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민간사업자는 짧은 시간에 지출된 건설비용을 운영권이 보장된 약 15년~20년동안 회수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히 기숙사비는 학교가 직접 관리하는 직영 기숙사보다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우리대학 김미선 사회과학 연구원은 “민간투자 방식은 사용자가 비용을 과하게 부담하는 측면이 있다”며 민간투자 방식이 지니는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재정 부담을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민간투자방식은 거스를 수 없는 공공서비스의 큰 축”이라고도 덧붙였다.

합리적인 비용?
민자기숙사, 영업상의 비밀을 이유로 정보공개 하지 않아...

 앞서 우리는 민간투자방식이 사용자에게 과한 비용 부담을 가져 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 비용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기숙사비(4개월 기준)-각 기숙사 홈페이지 참조, 주변 평균월세-민달팽이 유니온 제공>

 위의 표를 보면 1인실 기숙사비가 평균 월세시세보다 약 30만원 가량이 더 높다. 2인실 기숙사비는 평균 월세시세보다 낮지만 학우 1명이 내는 비용이 낮은 것이지, 학우 2명이 내는 비용은 평균 월세시세보다 높다.

 이에 또 우리대학 김 연구원은 “민자 기숙사비가 주변월세보다 20~30만원 더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민자 기숙사의 철저한 보안과 좋은 시설, 관리비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보면, 기숙사비가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쿨하우스 박경호 행정실장은 “기숙사비가 주변 원룸 월세보다 높다면 기숙사를 선택하지 않으면 될 문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민자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우들의 의견은 달랐다. 현재 쿨하우스에 거주중인 송승헌(글융대ㆍ융합인재학부2) 학우는 “시설 대비 비용을 생각해 보면 기숙사비가 합리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직영 기숙사와 민자 기숙사의 차이는 고급스러움의 정도이지, 직영기숙사도 기본물품은 다 구비돼 있다”고 말했다. 나홍규(글융대ㆍ융합인재학부3) 학우 역시도 “2인실의 경우, 1인당 월마다 약 40만원의 기숙사비를 받는데, 사실상 2명이 쓰기 때문에 실제 방값은 80만원이다”며, “시설뿐만 아니라 각종 서비스를 따져 봐도 80만원만큼의 만족도는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연세대학교의 홍희택(이과대ㆍ물리학과3)학우도 “SK국제학사는 외국인 전용기숙사인데, 외국인들도 시설대비 기숙사비가 너무 비싸서 잘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높은 기숙사비에 대한 학우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지만, 민자 기숙사는 영업상의 비밀을 이유로 기숙사비 책정기준과 기숙사 운영상황에 대한 정보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를 대표 원고로 하여 비교적 기숙사비가 높은 고려대, 연세대, 건국대의 민자 기숙사를 대상으로 기숙사 운영 정보공개 소송이 제기 됐다. 이 소송에 참여 하는 단체 중 하나인 시민단체<민달팽이 유니온>의 정남진 사무국장은 “민자 기숙사의 원가, 운영 관리비, 기숙사비가 책정되는 과정 등을 알기 위해, 매년 각 대학의 민자 기숙사에게 정보공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쿨하우스의 박경호 행정실장은 “민자 기숙사는 직영 기숙사와 달리 기숙사 운영에 대한 정보 공개 의무가 없을뿐더러, 영업상의 비밀 등을 이유로 정보공개를 할 수 없었다”며 정보공개를 하지 않는 이유를 밝혔다. 나 학우는 “최소한 기숙사비 중에 어느 부분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안다면 비용이 비싸더라도 불만이 없을 텐데, 그것조차 공개되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비교적 싼 가격에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복기숙사!

 본래 기숙사는 집에서 학교까지 통학이 어려운 장거리 학우들을 위해 학교에서 비교적 싼값에 제공하는 편의시설로 오랜시간동안 자리잡아왔다. 그러나 민자 기숙사가 들어선 이후 기숙사는 학생들의 편의를 생각하는 편의시설이 아닌, 정해진 기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한 이윤창출 시설로 변질되고 있다.

 이처럼 많은 대학들이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선택한 민자 기숙사 건립이 학우들과 학부모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대학과 학우, 둘 중 어느 쪽도 피해 입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한국사학진흥재단(사학재단)은 열악한 주거환경과 높은 기숙사비가 대학생들의 학업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관계부처와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행복기숙사 사업을 지원해 오고 있다. 행복기숙사 사업은 기존의 BTO방식을 준용하되, 사학재단과 해당 학교법인이 각각 50%씩 출자한 법인(SPC)을 설치한다. 해당 SPC가 사업시행자가 되어 행복(공공)기숙사를 건립하고, 학교에 *기부채납 후 최대 30년간 기숙사 운영권을 취득해 공공기금의 차입금을 상환한다. 이러한 사업방식을 통해 행복기숙사에 입주하는 학생들은 비교적 낮은 가격에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경희대학교 행복기숙사를 들 수 있다. 경희대학교 행복기숙사는 2014년에 개관한 건물로 1인실 기숙사비는 144만원(월 24만원)이고, 2인실 기숙사비는 114만원(월 19만원)이다. 민자 기숙사에 비하면 약 80~90만원이 싼 금액이지만 시설과 기타 제공되는 서비스는 떨어지지 않는다. 경희대 행복기숙사에 거주중인 김유림(아동가족학과3) 학우는 “저렴한 값에 비해 시설이나 제공되는 서비스는 매우 좋아 행복기숙사에 사는 학생들의 대부분이 높은 만족도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기부채납: 『국유재산법』상 사유재산을 국가에 기부하는 일련의 법률적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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