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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일기 #4 잡지사 인턴기자"잔인하지만 알려줄게"
건대신문사 | 승인 2016.03.09 17:10

우리대학 문과대 10학번 “월간지”님 제보
- 주 5일제 3개월 근무
- 출판문화산업진흥원 지원 포함 128만원 (세전)

인턴을 시작하기 전까지 나에겐 잡지사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서 주인공 김혜진이 일하는 모스트지처럼 예쁜 사무실과 멋진 부편집장, 그리고 끝내주는 기사로 멘토가 되어주는 김신혁 선배까지. 하지만 내가 겪은 실제 잡지사는 그와는 딴판이었다.

잡지사의 꽃은 마감이던가

출근 첫 주, 나는 새벽 2시까지 야근을 했다. 하필 첫 출근이 마감 기간과 겹쳤기 때문이다. 새벽까지 봤던 기사를 보고, 또 보면서 오탈자를 찾아냈다. 정시 퇴근을 꿈꾸던 나에겐 ‘어서와, 잡지사는 처음이지?’라는 말이 귓가를 맴돌 정도로 강렬한 기억이었다. 흔히 월간지는 일정이 넉넉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그렇지않다. 내가 일한 잡지사는 대표 잡지 외에 2권의 종이 잡지 외주와 1권의 온라인 잡지 외주를 맡고 있었다. 그 결과 거의 매주 마감이 돌아왔다. 특히 잡지 2권의 마감이 겹치는 때면 거의 지옥이 찾아왔다. 잡지사 기자라고 하면 취재와 기사 쓰는 것만을 상상하지만 사실 교정과 편집이 차지하는 부분도 크다. 그리고 작은 회사는 기자가 마케팅 등 SNS 관리와 소소한 자금 결제까지 담당한다. 이런저런 작은 잡일들을 하다보면 기사 쓰는 것은 퇴근 후로 미뤄지기 일쑤고, 취재만 나가기도 벅차다.

‘Something new’를 찾아라

사소한 잡무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새로운 기삿거리를 찾아내야 한다는 압박감이었다. 나는 출판 관련 잡지에서 일했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씩 새로운 출판 이슈를 찾아내서 발제해야 했다. ‘기자는 퇴근을 해도 퇴근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이 딱 맞다. 기획 기간에는 퇴근 후에도 아이디어를 찾아서 인터넷 리뷰 사이트를 떠돌고, 일부러 서점을 서성이며 사람들을 관찰하곤 했다. 심지어는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가도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메모를 하고, 친구들을 달달 볶아 아이디어를 짜내기도 했다. 그렇게 아이디어를 짜가도 선배들이 발제하는 것과는 차이가 나니 내 스스로가 참 한심해 보였다. 그래도 그 가운데 내 아이디어가 한두 개 채택돼 기사가 지면에 나오면 친구들에게 들고 가서 하나하나 자랑하고 싶을 정도로 뿌듯
했다. 또, 내가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작가를 만나 인터뷰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독자로서, 기자로서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를 만나 책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상상하는 것 이상의 즐거움이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작가들이 주는 사인북을 모으는 재미도 쏠쏠했다. 인턴을 그만 둔 지금도 내가 만난 작가들의 사인북을 보면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자유와 책임, 양날의 검

직원이 고작 6명 정도의 작은 잡지사였고, 나는 정규직 전환형 인턴이었기 때문에 인턴일 때부터 거의 정사원과 같은 정도의 업무를 수행했다. 대표 잡지 기획/취재/기사 작성과 온라인 잡지에 대한 전반적인 기획 및 편집이 내 업무였고, 그 문제에 대한 책임 역시 내 몫이었다. 누구나 예상하듯 이 부분엔 장단점이 있다. 큰 회사의 인턴들은 시키는 일만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내용을 스스로 기획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많은 기회는 반대로 생각하면 큰 책임이 따른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책임을 뼈저리게 느낀 건 잡지 표지가 잘못 나갔을 때였다. 처음 혼자 편집을 했을 때, 저작권에 대한 상식이 없어 기사에 사용한 사진을 표지로 사용했는데 그것이 문제가 됐다. 아직 출판되지 않은 책의 표지였던 것이다. 큰 회사였다면 이중삼중으로 체크가 됐을 사안이었지만 작은 회사였기 때문에 내 확인 한 번으로 잘못된 표지가 그대로 출판됐다. 다행히 온라인 잡지였기 때문에 당사자에게 사과를 하고 표지를 바꾸는 것으로 끝났지만 나는 돌림빵을 당하듯 사진 제공자, 대표님, 외주를 맡긴 회사에 하루 종일 사과 전화를 돌려야만 했다.

소기업의 중심은 대표다

인턴을 하면서 또 하나 느낀 것은 소기업의 중심은 무조건 ‘대표’라는 사실이다. 규모가 큰 회사의 경우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의사 결정이 이뤄지고 소소한 일들은 팀장 선에서 결재가 끝난다. 하지만 소기업의 경우엔 대표가 모든 일에 관여한다. 세세한 기획부터 인터뷰이 확정, 심지어는 기사 확인까지 모두 대표에게 허락을 받아야 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대표가 회사에 없으면 일이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표가 회의 참여, 미팅 등으로 회사를 자주 비울 수밖에 없다는 것. 그 때문에 일이 진행되지 않고 멈춰있거나 마감에 맞춰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자주 발생했다. 또, 대표의 결정 하나로 기획의 방향이 바뀌거나 결정되고, 디자
인도 바뀌기 일쑤였다. 회의 때 없던 기사가 대표의 말 한마디로 생겨나기도 하고, 불가능할 것 같은 사람과의 인터뷰를 무조건 잡아오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덕분에 그 인터뷰이의 비서에게만 전화를 몇 통을 했는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전화를 했더니 비서가 내 목소리를 외우기까지 했다.

좋아하는 것의 전문가들을 만날 수 있다는 매력

그럼에도 나는 잡지기자는 충분히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잡지에서 일한다면 더더욱. 내가 만난 ‘인터뷰이’들은 모두 순수하고, 자신의 분야에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이었다. 과중한 업무에 축 처져 있다가도 인터뷰를 하고 오면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매달 새로 도착하는 책들을 접하는 것도 즐거웠다. 시간이 없어서 예전만큼 책을 읽지 못하는 게 아쉽긴 했지만 그것을 만든 이들의 열정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나는 다른 일이 하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 두었지만 혹시 잡지 기자를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한번쯤 도전해볼 멋진 직업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물론, 상상 밖의 박봉도 괜찮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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