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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바둑만 잘 두는 게 아니야
심재호 기자 | 승인 2016.03.21 17:30
미국의 ‘리씽크 로보틱스’가 지난 2012년부터 시판하기 시작한 산업용 로봇 ‘백스터’

 인공지능의 발전이 어떤 의미 있는 지점을 돌파했다. 나무판 위에 돌을 늘어놓는 고전 게임이 다섯 차례 이어진 후, 세상은 이런 평을 쏟아냈다. 그리고 바둑판의 판매량이 급등했다.
 같이 게임할 상대방이 없어서 수많은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이 인공지능 연구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것들이 인간의 노동을 어디까지 보조ㆍ대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바둑판 바깥의 세상에서 현재 인공지능 수준이 어디까지 다다랐는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건대신문>이 정리해봤다.
 ‘로봇’은 지난 1920년, 체코의 한 작가의 펜 끝에서 탄생했다. 카렐 차페크는 자신의 희곡 「로섬의 만능로봇」을 통해 *‘노동자(Robota)’를 대체하는 인공 생명체,‘로봇(Robot)’의 가능성을 세상에 알렸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인간의 노동을 대신 해주는 자동화 기계’를 통틀어 로봇이라고 부르게 됐다. 최근 인공지능이 이슈로 대두되면서 많은 이들이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길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지만, 사실은 바로 그것을 위해 로봇이 탄생한 것이다.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 모든 산업에적용 가능
 알파고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은 ‘딥 러닝(Deep learning)’기술, 즉 기계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이 탑재됐다는 것이다. 원리는 단순하다. 배우고자 하는 작업에서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에 대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검토해 가장 이상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선택을 선호하게끔 프로그래밍하는 것이다. 검토하게 될 데이터는 지금까지의 기록들은 물론 실제 현장에 뛰어들어 ‘부딪히는 경험’을 통해 항상 축적된다.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선택의 방향을계속해서 수정해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내린 결론이 어떤 것이 될지는 설계자나 관리자조차 알 수 없다. 알파고는 이세돌과의 대결 전에 약 16만 건의 기보를 확보,‘경험’을 쌓았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곳은 바로 ‘경험을쌓았다’라는 지점이다. 이 말은 곧, 만일 인공지능이 충분한 양의 경험을 쌓을 수만 있다면 어느 작업이던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험이 일정 수준 이상 쌓이면 인간보다 더 나은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된다. 또, 만약 그 작업이 단순 반복 작업이라면, 필요한 경험의 양이 대폭 줄어들게된다. 공장에서 기계를 조작하는 생산직 직종의 작업정도는 몇 번의 시뮬레이션만으로도 로봇이 그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이는 실제로 이미 일어난 일들이다. 지난 2007년, 증권정보 업체 ‘씽크풀’이 개발한 ‘주식투자 통합 로봇 시스템(Robot Assembly System on Stock Investment)’, 일명 ‘라씨(RASSI)’라는 인공지능 로봇이 주식 시장에 나타난 바 있다. 라씨는 방대한 양의 주식 정보들을 모아 분석하고 투자자의 특성에 맞게 투자자문을 제공하고 직접 판단해 주식매매까지 할 수 있다. 현재 대우증권에서 작년 8월부터 라씨를 통한 주식거래를 운행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계좌가 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생산직 노동자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리씽크 로보틱스’는 지난 2012년 10월부터 ‘백스터’라는 이름의 산업용 로봇을 시판하기 시작했다. 백스터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사람이 일을 ‘가르칠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이 백스터의 팔을 잡고 움직여 몇 차례의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제공해주기만 하면, 한 시간 안에 작업을 완전히 학습하고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개발사인 리씽크 로보틱스는 “가격이 2만 2천 달러에 불과하므로, 만약 백스터가 3년간 하루 8시간씩 일한다면, 시간당 임금이 약 4달러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로봇 산업 시대,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이렇듯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에 의한 노동 대체는 현실화 단계에 이르렀다. 이 상황에서 가장 큰 우려는 로봇에 의해 대체된 노동자들은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옥스퍼드 마틴스쿨의 칼 베네딕트 교수는 “자동화 기술의  발달로 향후 20년 내로 47%가량의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 예견하고 있다. 물론 이런 기술을 개발하고 관리하기 위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하지만 텔레마케터, 공장 생산라인 노동자 등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직업들 대부분이 비전문직종인 반면, 생겨날 것으로 예상되는 직업들은 대부분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로봇으로 대체된 노동자들이 새로운 직종으로 이동하게 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오히려 로봇 산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소수의 거대자본들만이 막대한 이익을 독점하게 될 것이라는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렇듯 로봇의 상용화로 인한 실업자의 폭발적인 증가는 피할 수 없는 결과이고, 그 충격 속에서 심각한 빈부격차 등의 사회문제가 발생할 것 또한 분명해 보인다.결국 여기서 남게 되는 것은 ‘어떻게 분배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이다. 가장 크게 대두되고 있는 대안들 중 하나는 최근 성남시의 ‘청년배당 정책’의 토대가 된 것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기본소득제도다.
 기본소득제도의 핵심은 그 국가의 국민이라면 아무런 조건 없이, 국가로부터 남녀노소 불문하고 최소생계비 수준의 소득을 정기적으로 제공받는 것이다.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20대 초반의 주민이라면 아무런 조건 없이 지자체로부터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청년배당 정책의 경우, 기본소득제도의 축소ㆍ변형판이라고 볼 수 있다. 기본소득제도의 아이디어는 이미 19세기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재정 부족과 무직자들의 무임승차라는 두 가지 비판에 직면해왔다.  그런데 이른바 로봇 산업시대, 그러니까 자동화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부분 대체하는 시대에서는 이런 비판들이 힘을 잃는다. 기본소득제 지지자들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재정 부족 문제의 경우, **간접세 비중을 크게 늘리고 직접세 비중을 낮추거나 없애는 등 조세제도를 개편함으로서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는 주장들이 이미 제기돼왔다. 이는 곧 현재 노동자들이 생산해내는 재화의 총량이 이미 기본소득제도를 실시하는데 필요한 양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인간보다 더욱 능률적이고 저렴한 자동화 기계가 재화의 생산을 전면 대체하게 된다면, 사회가 생산하는 재화의 양은 더 커지면 커졌지 부족할 일은 없다. 무직자들의 무임승차 문제도 해석이 달라진다.인간이 가질 수 있는 일자리의 총량보다 생산가능인구가 더 많아지는 상황이 오면 ‘무임승차’가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반면 무직자들을 위해 ‘착취’를 당하는 성실한 노동자는 다름 아닌 로봇이다. 로봇에 대한 무임승차는 사회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사회구조로서 정착될 것이다.
 물론 이런 논의는 역사적 경험에 비춰봤을 때 섣부른 설레발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인간이 인공지능과의 두뇌싸움에서 첫패배를 겪은 것이 1997년이다. 약 2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는 여전히 인간이 노동하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이미 이런 상상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수준에는 도달한 상태라는 것이다. 필요한 것은 그저 법적ㆍ사회적 여건과 경량화 기술뿐이다. 집채만 했던 컴퓨터가 책상 위로, 손바닥 위로 옮겨오는 데에는 60여 년의 세월이 걸렸다. 자,이제 대충 40년 정도 남았다.

 

*robota는 체코어로 ‘노동자’를 의미한다.
**간접세는 소비세, 부가가치세 등 상품의 가격에 포함된 세금을 말한다. 직접세는 소득세, 상속세 등 납세자가 직접 납부 해야 하는 세금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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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호 기자  sqwogh@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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