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으나 아직 봄이 오지 않았다는 말은 강의실을 둘러 만 봐도 알 수 있다. 에너지가 넘쳐야하는 대학 강의실의 풍경이 어두워도 너무 어둡다. 내가 맡은 강의는 교양필수 과목인 <창조적 사고와 표현>이다. 과목 특성상 창의적인 생각을 치열하게 표현해야 하는 시간이다. 기존의 관점에 의혹을 제기하고 당연한 것이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것을 몸소 느끼고 생각해야 하는 시간이기를 교수도 학생도 기대하고 있다.

 지난주는 그렇지 않아도 꽃샘추위로 한기가 서려있었는데 알파고까지 지적탐구심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세돌이 또다시 불계패를 한 어느 날, 나는 평상시대로 학생들에게 읽고 있는 책을 꺼내보라고 제안했다. 그리고 책을 선택하게 된 각자의 이유를 간단하게 들었다. 그런데, 그 대부분의 이유라는 것이 다른 수업시간의 보조교재거나 교수님이 권해서 읽는 다는 것이다. 이러 저러한 이유를 드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 하니, 갑자기 강의실이 어둡게 보였다. 시야에 들어온 것은 이들이 입고 있는 상의 색깔이었다. 대부분이 검은 색, 짙은 회색 또는 남색이라서 강의실이 어둡게 느껴졌던 것이다. 대략 5% 정도의 학생만이 다른 색깔이 섞여 있는 옷을 입기는 하였지만 무난한 색이었다. 내친김에 학생들에게 왜 제복처럼 어두운 색을 입고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뜻밖의 것이었다. “튀지 않는 색이라서요.” ,“다른 색은 튈까봐서요.”

 여기서 강의명을 복기해 보겠다. <창조적 사고와 표현>이다. 창의적 사고를 해보겠다고 마음먹은 친구들이 하나같이 튈까봐 걱정이란다. 게다가 무표정하게 대답하고 있으니, 영화장르로 치면 호러무비다. ‘창조적 사고와 표현’을 하겠다는 학생들이 이런 사고방식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느냐고 퉁을 주려는 것이 아니다. 이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한국의 경직된 새 학기 진풍경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있는 그곳이 안전지대인지, 어떤 말을 해야 정을 맞지 않을지, 이 교수는 어떤 스타일의 사람인지 아직 모든 것이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없는 것이다. 간을 보거나 계산기를 두드리는 상황에서 어떻게 지적 탐구와 호기심이 가득한 생기를 기대할 수 있는가.

 새 학기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 스스로이다. 이런 저런 것들이 무서워 내 생각을 내 입으로 내 의지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창의도 자유도 그리고 당신과 나의 미래도 없는 것이다. “쫄지마, 쫄면 키 안커” 라는 말처럼, 창의성의 키 역시 쫄면 안 크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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