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부터 이렇게 고개가 꺾인 학생회가 있었을까. 지난 달 26일 생환대 새터의 충격이 가시지 않고 있다. 대학본부가 허가 없는 새터와 MT를 금지시켰음에도 총학생회는 행동을 자제하는 모양새다. 이제 장안벌 학우 모두는 선후배끼리 어디 놀러갈 때에도 허락을 받고 가야 하는 ‘초대딩’이 되었다. 물론 새터와 MT는 단순히 노는 것뿐만 아니라 같은 소속의 학우들끼리 결속력을 다지는 자리로서 학생자치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안 그래도 사람 없어 위기인 학생자치가 코너에 몰렸다.
 

 물론 생환대 사건에 있어서 학생대표자들을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성인물에나 나올법한 단어를 입 밖에 내놓은 것도 모자라서, 그런 게임을 짧게는 3년 이상 방치하고 있었다는 것은 책임 방기의 결과다. 2013년까지 우리 대학에는 총여학생회가 있었고 학생대표자들 스스로의 힘으로 문을 닫아걸었다. 총여에게 부여되었던 그 역할은 총학 산하 ‘성평등위원회’에서 맡았다. 그러나 그 위원회는 생환대 사건이 있은 후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긴 커녕, 학교기구인 양성평등상담실에 떠맡겨 버렸다.
 

 오히려 총여를 부활시키고 지금의 학생대표자와 무관한 학우들이나 당사자 학우들을 선출해서 사건을 풀어나갔더라면 어떠했을까. 지금의 학생대표자를 배제하기만 하면 2차 가해를 막으면서 사후 수습을 할 수 있고, 스스로 일처리를 해내는 모습은 학우들에게 신뢰를 주는 학생자치의 희망을 보여줬을 것이다. 이미 때는 늦었고 자치권을 스스로 떠넘기는 잘못을 범하고 말았다. 학교법인의 내홍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고, 학생대표자들은 그런 대학본부와 맞서야 하는데 굳이 고개를 숙일 필요가 있었는지 한숨만 나온다.
 

 넘어간 권력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작년 한국외대에서는 축제 당시 주점을 열었다는 이유로 총학생회 집행부 등 16명을 징계에 부쳤다. 외대 본부가 일방적으로 시행한 교내음주 금지학칙이 이유였다. 우리대학도 이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미 일부 학과에서 보직교수들
의 반대로 MT가 취소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중운위에서 의결한 것도 고작 단과대 단위의 양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대처도 늦었고,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혜롭지도 못 한 행동이다. 학생대표자들은 고개를 그만 조아리고, 학생자치 본연의 역할을 되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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