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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수강신청 대란… 대학생 배움의 권리 ‘학습권’, 우리는 보장받고 있는가?
정두용 기자 | 승인 2016.03.23 18:13

 2월 26일은 수강신청의 마지막 날이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마지막 날이기 보다는 이제 막 수강신청 1차전이 끝 난 것이었다. 새 학기가 시작된 첫날, 본 격적으로 2차전이 시작됐다. 우리대학 홈 페이지에 올라와있는 추가신청서양식 게 시물의 조회 수는 급격히 늘어났고 강의 실은 추가신청을 원한 학우들로 가득차서 좌석이 부족했다. 더 이상 추가신청을 받 아줄 수 없다는 교수님 앞에서 학우들은 “꼭 듣고 싶은 강의다”, “마지막 학기인데 이 수업 듣지 못하면 졸업을 할 수 없다” 며 애걸복걸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 니 왜 수업료를 내고 이렇게 강의를 ‘구걸’해야 하는지 억울한 마음이 든다. 초, 중, 고등학교 때의 우리는 ‘대학교에 가면 내가 원하는 과목을 들을 수 있다’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자신이 선택한 학과의 전공과목을 공부하며 원하는 교양 수업을 수강할 수 있는 곳, 이것이 우리가 12년 동안 들었던 대학의 모습이다. 하지만 적게는 3백만 원에서 많게 5백만 원을 넘나드는 등록금을 내면서 우리는 듣고 싶은 교양 한 과목을 위해 개강 전부터 ‘클릭전쟁’치른다. 언론에서도 이미 수차 례 보도된 위협받는 대학생들의 학습권, 우리대학에서는 과연 얼마나 보장되고 있을까!


 학습권, 대학생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
교육학용어사전에서는 학습권을 ‘원하는 것을 학습할 권리 및 학습을 위하여 필 요한 교육을 요구할 권리’로 정의한다. 이어 ‘누구나 자유로운 성장과 자아의 실현을 위하여 필요한 학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어느 누구(기관)도 다른 사람의 학습을 가로막거나 제한할 권리는 없다’고 명시돼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지속적으로 경험하고 배우며 살아가는 인간에게 학습권은 가히 필수불가결한 권리이다. 사범대 교직과 양성관 교수는 “대학에 배우러 온 학생들이 강의수부족, 수강인원 초과와 같은 요인으로 학업을 방해받지말아야한다”며 “본교는 재정적, 물리적 문제를 감수하더라도 학업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우선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며 학생들이 갖는 학습권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

 수강신청 실패한 학우들, 절박한 마음에 강의매매까지…

수강신청 기간 동안 우리대학 온라인 통 합커뮤니티사이트인 쿵(KUNG)과 학우들이 이용하는 시간표 어플 중 하나인 ‘에브리타임’의 자유게시판에서는 수강신청에 실패한 학우들이 활발히 수업을 교환 하고 있다. 교환을 원하는 학우들은 자신이 현재 갖고 있는 수업을 올려 교환을 기다리거나 ‘이러한 강의를 구한다’는 식의 요구사항을 대놓고 적기도 한다. 물론 정정기간 내에 교환을 원하는 학생들끼리 합의하에 교환을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 몇몇 단과대학에서는 학과게시판을 이용해 학우들이 수업교환에 관한 글을 쪽지로 남겨 공개적으로 강의교환을 하고 있다. 하지만 쿵에서는 단순히 강의교환이 아닌 강의매매가 이루어 지기도 한다. 실제로 쿵의 익명게시판에는 강의매매를 목적으로 한 게시글이 약 20개가량 게시됐다. 매매되는 강의들은 전공부터 교양과목까지 다양했다. 특히 ‘꿀교 양’이라 불리는 ‘한양대학교 서울권역 e러닝’관련 게시글이 많았다. 강의매매가는 한 강좌 당 3만원을 시작으로 최대 5 만원까지 거래됐고 수업의 인기도가 클수록 가격도 비싸졌다.
 

 개설된 강좌수가 또 적어… 학우들 “전 필과목도 이렇게 어려워서야.”
우리대학 학우들은 수강신청도 힘들었 지만 학과 인원에 비해 적은 강의개수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전 필과목 피해자가 나왔다. 박찬식(공과대· 전자공학2)학우는 전자공학과 2학년 과목 중 딱 하나있는 전공필수(전필)과목과 지 정교양(지교)과목이 같은 요일 동시간대 에 배정돼, 수강신청 당일 동기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두 과목 모두 듣지 못할 뻔 했다. 전자공학과 커리큘럼에 따르면, 2학 년부터는 학기마다 전필과목인 실험수업 이 개설돼있다. 매학기 실험수업을 한 번 이라도 듣지 못해 미뤄지게 되면 나중에 한 학기에 실험수업을 2개나 들어야하는 부담이 생기게 된다. 사실상 매학기에 하나씩 꼭 들어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또 전자공학과 2학년 지교과목인 ‘공학수학 및 연습1’은 이공계열 학생들의 전공공부를 위한 기초 학문이고 학과 내 다른 수업과 연관성도 깊다. 박 학우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이번 학기 두 과목을 동시에 수강 해야하나, 두 과목 모두 목요일과 금요일만 개설돼 있었다. 박 학우는 “전체 수강 신청 기간까지 실험수업이 총 4개만 개설 됐는데, 그 중 지교 두 과목과 시간대가 겹쳤다”며 “전자공학과 2학년 학생만 약 140명인데 지교와 겹치지 않는 2개 실험 수업의 수강 가능한 인원은 고작 50명도 되지 않아 수강신청 당일 경쟁이 치열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전자공학과 사무실은 타 학과에 동일한 이름 으로 개설된 강의를 들은 후 ‘이수구분 변경신청서’를 제출하는 식의 대안을 제시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완벽한 해결책이 돼 지는 못했다. 박 학우는 “타 학과에 개설 된 공학수학및연습1의 강좌는 대부분 한 두 개였고, 이마저도 전자공학과의 전선과 목이랑 시간대가 겹치는 경우가 많다”며 “추가신청도 기존 학과 학생들을 우선순 위로 받아줘서 신청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다른 학과 수업을 듣기 힘든 상황을 설명했다.

 ‘마일리지 수강신청’, ‘교양과목 성씨 (姓氏) 순 우선권 부여’ 등 다양한 대책 생각해야…
학사지원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하단 관련기사 참고), 학우들의 불만은 쉽게 가라 앉기 힘들어 보인다. 물론 재정적, 물리적 한계로 모두가 원하는 수업을 수강하는 것은 어려울지 모르나, 대학생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학습권을 보장 받지 못하는 것은 쉬이 납득하기 힘들다. 단순한 선착 순으로 한 학기 수업을 결정해야하는 불상사는 우리를 강의매매의 현장으로 내몰기까지 했다. ‘졸업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정해진 순서의 ‘커리큘럼’을 따르기 위해 불법적인 방법까지 동원하는 학우들 에게 과연 선착순 수강신청이 최선의 방 법일까? 최대한 많은 인원이 만족할 수 있 는 수강신청제도는 없을까? 연세대 홍희택(이과대·물리3) 학생은 수강신청 전 자신이 선택한 과목들의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에 익숙해져있다. 졸업요건과 커리큘럼 등을 고려해 무엇이 가장 급한 과목인지 순서를 정하는 이유는 ‘마일리지 수강신청 제도’ 때문이다. 개인당 72점씩 마일리지가 부여되는데, 우선순위 과목 순으로 학생들은 마일리지를 더 투자한다. 쉽게 말해 수업별 ‘마일리지 경매’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부여한 마일리지 점수를 통해 수강인원을 결정하는 연세대는 비교적 합리적으로 자신의 시간표를 결정할 수 있다. 학교는 전년도 마일리지 점수 컷과 수강신청에 실패한 인원수를 공개해 학생들이 점수를 배분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마일리지 동점자는 △ 졸업예정자 △금 학기 학점 수 △전 학기 평점 등 명확한 기준으로 우선 수강인원 을 정해 불만을 최소화하고 있다. 또 전공생, 학년별 수강인원도 정해져있어 경쟁을 최소화했다. 수강신청에 실패한 인원은 점수별 예비순위를 부여해 기존 인원이 수강을 철회하면 수강할 수 있어, 제도적으 로 강의매매가 이루어질 수 없다. 이에 홍 군은 “수강신청 기간인 3일 동안 점수의 배분을 정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선착순과 관계없이 꼭 수강해야하는 수업은 들을 수 있어 좋다”고 평했다. 또 그는 “강의매매나 불합리한 방법으로 수강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공정하다”며 “단순한 선착순으로 학기 수업을 정하는 것보다 합리적인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사범대 교직과 양성관 교수는 “현 수강신청제도의 부당성을 꼭 짚어 말하긴 어렵다”고 했지만, “선착순보다 더 나은 제도를 강구해야한다”며 ‘교양과목 성씨 (姓氏) 순 우선권 부여’등 다양한 방법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가 공부하며 경험한 텍사스 주립대에서의 수강신청방법을 언급하며, “성씨의 초성 순 으로 돌아가며 교양과목에 우선 수강권을 준다면, 4년간 한번 이상 자신이 원하는 교양과목에 우선권을 받을 수 있어 졸업 전 원하는 교양과목을 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공과목처럼 정해진 순으로 수강 해야 하는 수업이 아닌, 한 학기동안 모든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교양과목’은 학년에 상관없이 어느 때 들어도 상관없다. 성씨 순 우선권 부여는 이런 맥락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제도다.

우리대학 커뮤니티 ‘쿵’을 통해 직접 강의구매를 시도해 봤다.

이산하 기자 sawyer0901@konkuk.ac.kr

정두용 기자  jdy2230@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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