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청심대(학우기고)
[청심대]길을 잃었을 때
문희준(글융대ㆍ융합인재학부4) | 승인 2016.04.05 20:27

 길을 잃었을 때, 사람들은 일단 걷거나 잠시 멈춰서 방향을 찾는다.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길을 잃었을 때, 우리는 일단 눈앞에 놓인 길을 걷거나 잠시 멈춰서 어느 방향인지 생각해본다.
 나는 항상 일단 걷는 사람들을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방향성 없는 노력은 헛된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잠시 멈춰선 채로 방향을 가늠하는 나를 고매하다고 생각했다. 대학 생활 내내 나는 동서남북이 헷갈리는 아이폰처럼 계속 방향을 보정하며 빙글빙글 돌았다.
 누군가 그랬다. 일단 눈앞에 놓인 것에 최선을 다하라고. 말만 번지르르하다고 생각했다. 끝에 가서 아니면? 결과적으로는 시간 낭비 잖아. 그 시절, 나는 방향성에 대해 논하기를 좋아했다. 특히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에게 방향성 없는 노력은 헛되며 내가 길을 찾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뽐내기를 좋아했다. 나는 아직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한 것뿐이며, 일단 찾으면 누구보
다 열심히 살 것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그러다가 방향을 찾아버렸다. 물론 의전, 약전, 공무원 때도 항상 찾았다고 생각했지만, 이번만은 달랐다. 정말로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드디어 찾았으니 이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야지.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방황하느냐고 했던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원래 이렇게 성실한 사람이야. 다만 지금까지는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했을 뿐이야.
 만약 디자인이 없었다면 나는 여전히 스스로를 고매한 사람이라고,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원석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실상은 이렇다. 전과는 못하기에 디자인 학과 편입 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시험이 일주일 남았을 때조차도나는 게으름을 피웠다. 양심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문제조차도 제대로 이해하지 자신의 수준에, 그렇게 만든 게으름에 부끄러워 조용히 시험장을 빠져나왔을 것이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그저 게으른 사람이었으며, 방향성은 합리화였으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노력을 판단할 자격조차도 없는 한심한 인간이었다는 것을. 원석은 내가 아니라 그들이었다.
 4년 동안 나 자신을 지켜보며 한 가지를 깨달았다. 길을 잃었을 때 사람들은 일단 걷거나 잠시 멈춰서 방향을 찾는다.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길을 잃었을 때, 성실한 사람은 일단 눈앞에 보이는 길을 걸으며 생각하고, 게으른 사람은 멈춰 눕고 만다. 방향을 찾는 것뿐이라고 변명하며.

문희준(글융대ㆍ융합인재학부4)  kkpress@hanmail.net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희준(글융대ㆍ융합인재학부4)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건국대학교 건대신문사
05029 서울특별시 광진구 능동로 120 건국대학교 학생회관 5층 건대신문사
대표전화 : 02-450-3913  |  팩스 : 02-457-3963  |  창간년월일: 1955년 7월 16일  |  센터장 : 김동규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동규
Copyright © 2017 건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