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휴학’ 그리고 ‘군대’를 거치고 졸업반에 들어섰다. 이제 대학의 문을 나서며, 사회에 들어갈 시점이다. 나름 미래를 걱정하며 최선의 시간을 보냈지만, 사회는 싸늘하고 주변의 시선은 차갑다. 꿈을 키워 줄거라 생각했던 대학에서 그간 배운 것은 일장춘몽(一場春夢)의 허무함만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아직 인생이란 단어가 가지는 의미의 버거움을 짐
작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흔히 인생의 허무함을 빗대어 표현한 일장춘몽의 덧없음을 재수를 마치고 꿈 많게 입학한 신입생 시절을 기억하며 요즘 느낀다. 재수, 휴학 모두 내 미래를 위해 투자한 시간이다. 군대는 남자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그리고 국가의 안보를 위해 투자한 시간이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던 기간들은 이제와 내 발목을 잡고 있다. 28살이란 나이에 아직까지 취직을 못하고, 대학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제 들어설 사회는 냉정했다. 취업에 몇 번의 고배를 마신 뒤 주변의 시선은 무서웠다. 그 나이에 맞는그 일 정해져 있는 대한민국의 분위기가 지금 나에겐 너무 버겁다. 꿈 많았던 신입생 시절이 새퉁맞게 느껴진다. 무엇을 배웠고, 무슨 꿈을 키웠을까? 분명 그때의 난 지금의 모습을 그리지 않았다. 노력이 부족해서일까? 당당히 “아니다”라고 할 순 없지만, 분명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다. 고득점의 토익, 남들이 알아줄 만한 일본어 성적, 나쁘지 않은 학점. 그리고 물리학을 전공하며, 수학과를 다전공으로 선택해 얻은 지식들. 모두 최선을 다했던 시간의 결실이다. 하지만 부끄럽다. 더 나은 스펙들을 가진 사람들과 비교해서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대학에 있기엔 주변에서 보는 시선이 날 스스로 부끄럽게 만든다. 내가 보내왔던 시간들은 절대 부끄럽지 않다. 무엇이 날 이렇게 만들었을까? ‘빠르게’를 강조하는 분위기 때문이라 생각
한다. 그 시기에 해야 할 일을 정해놓은 듯하다. 천편일률적(千篇一律的)인 가치만을 요구한다. 그 요구에 뒤처지면 낙오자 취급을 받는다.

이런 분위기에 나와 같은 고민을 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분명 무엇인가 잘못돼가고 있는 사회에서 중심을 잡기 힘든 요즘, 그래도 “힘내자”란 말을 건네고 싶다. 당신의 시간들은 부끄럽지 않은 당당한 노력들이다. 그럼에도 나와 같이 부끄러움을 느낀다면, 그것은 어쩌면 본인의 잘못이 아닐 수 있다. 때문에 조금만 더, 지금처럼 최선을 다해보자. 신입생 시절의 꿈을 다시금 기억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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