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19일 집단폐렴이 동물생명과학대학에서 발생했다. 실험실내 사료에서 증식한 방선균으로 추정되는 세균으로 인해 발생했는데, 해당 실험실 뿐 아니라 다른 층에서도 환자가 발견되어 모두 55명이나 되었다. 전체 실험실 근무자 254명의 21.7%이나 되었다. 이때부터 수개월간 동물생명과학대학 건물 전체가 폐쇄되었고, 올해 1월에 건물전체에 걸친 소독과 제균, 공조와 환기시스템의 개선, 실험공간과 생활공간을 완전히 분리하는 대책을 내세운 다음에야 다시 문을 열 수 있었다.

그 시기동안 학우, 교수 등 수많은 교내 구성원들은 많은 고통을 겪었다. 학위를 위한 실험 막바지에 건물이 폐쇄되어 실험을 진행하지 못한 학우가 다수였고, 평소 사용하던 강의실을 잃은 학우, 연구실을 잃은 교수는 곳곳을 돌아다녀야했다. 사건을 계기로 생물안전교육을 학부생과 대학원생의 필수 졸업요건으로 하고 연구 책임자 교육도 강화키로 했다고 한다. 안전교육을 강화한 면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동물생명과학대 뿐 아니라 실험을 하는 교내의 많은 연구실들에서 사고 이후 현재 안전에 대해서 얼마나 경각심을 갖고 수칙을 실제로 잘 지키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안전수칙을 준수하는 것은 솔직히 귀찮은 일이다. 바쁜 학우들은 개인물품을 실험실내 두고 사용하고, 식사를 하기도 한다. 출입을할 때마다 위생수칙을 지키는 것은 시간도 걸리고 번거롭다. 그 이유는 안전수칙을 지키는 것은 당장 비용과 시간이 드는 일이지만, 이를 지키는 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안전은 보이지 않는 먼 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집단폐렴 사건과 같은 흔치 않은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안전수칙을 지켜야할 필요가 눈에 띄는 위험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는 예방접종과 같다. 이제는 흔치 않은 홍역을 막기 위해 집단 예방접종을 하는데, 일부 부모가 홍역 백신의 부작용을 우려해서 접종을 하지 않게 되었다. 몇 년간 이런 부모가 늘어나게 된후 2015년 봄 미국 서부지역에서 154명의 홍역집단 발병이 일어났다. 개인의 우려와 불안이 집단 면역을 무너뜨려서 전염성 강한 병을 유행시키고 만 것이다. 결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필수 예방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의사의 허락 없이는 예방접종을 거부하기 어렵게 하는 새로운 법안이 상정되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법안통과, 우리 학교의 안전교육 강화 대책과 같은 제도의 차원에서만 접근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실제 실행영역에서의 변화는 안전에 대한 문화가 만들어지고 습관이 만들어지는 방향이 되어야한다. 개개인의 위험 인지와 선택은 커뮤니티 내에서의 소통을 포함한 사회와 문화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몇 시간의 교육을 듣는 것으로 모든 안전대책을 다 했다고 여기기보다 일상적 교내 생활이 바뀌어야 한다. 자동차를 운전하기 전에 안전벨트를 매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이 없다.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운전자의 사망위험도는 착용한 자의 11.7배에 달한다. 습관의 차이가 중요한 이유다. 그만큼 안전수칙 준
수는 귀찮은 일이 아니라 모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배려와 예의 차원이라고 체화시켜 나가려는 구성원 개개인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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