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면 더위를 피하기 위해 대부분의 사람들의 옷차림이 얇아지고, 짧아진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뚱뚱하다’는 판정을 받은 사람들은 아무리 더워도 자신의 살을 감추기 위해 긴 팔과 긴바지를 입고 짧은 바지나 치마는 손도 대지 않는다. 이들에게 여름은 그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는 잔인한 계절일 뿐이다.

현대 한국사회는 비만인 사람에게 가혹하다. 흔히, 한국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비만인 여성 혹은 남성을 보면 게으름을 떠올린다. 한마디로, 뚱뚱한 사람은 게으르고 자기관리를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정말로 뚱뚱한 사람은 게으를까? 물론 뚱뚱한 사람 중에는 진짜로 매일 밥만 먹고 집안에서 움직이지 않아 살이 찐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집안에만 있는 사람은 우리 주변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뚱뚱한 사람은 게으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논리에 따르면 게으른 사람 중에 날씬한 사람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식사량이 보통 사람의 평균 식사량보다 많으면서 운동도 하지 않지만 날씬한 사람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어떤 결과가 발생하면 그러한 결과가 발생하게 된 원인을 찾게되고, 그러한 과정에서 때때로 타인이 문제가 될 때는 타인이 처한 상황보다는 그 개인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귀인오류를 범하게 된다. 뚱뚱함의 원인을 게으름에서 찾는 것은 하나의 귀인오류의 사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귀인오류에 벗어나서 뚱뚱함의 원인을 개인에서만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을 둘러싼 사회구조에서도 찾아볼 필요가 있다. TV채널을 돌리다 보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이 ‘먹방’프로그램이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먹방프로그램 수만 해도 한국인의 밥상, 백종원의 3대천왕, 냉장고를 부탁해, 맛있는 녀석들, 테이스티로드 등 5개가 넘는다. 꼭 먹방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드라마조차 하나의 음식을 상품화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사람들이 음식의 유혹을 뿌리치게 어렵게 만들고 결국 비만의 길로 접어들게 한다. 이렇듯, 사회는 뚱뚱한 사람들을 자기관리 못하고 게으른 사람이라고 낙인찍으면서도 실상을 들여다 보면 사회가 대중매체를 통해 사람들이 뚱뚱해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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