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사건과 구의역 사망사고가 던진 사회적 파장이 크다. 한 사건은 정신병을 앓는 이가 저지른 살인사건이고, 다른 사건은 지하철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던 직원이 당한 불의의 사고다. 하지만 아까운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점,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복합되어 드러났다는 점에서 두 사건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 어떤 식으로 문제의식을 확대하고 접근해야 하느냐에 대한 숙제를 던졌다는 면에서도 비슷하다.

강남역 살인은 안전한 곳으로 인식되어 온 번화가에서 일어났고, 여성을 특정해서 노린 범죄라는 점에서 충격이 컸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여성에 대한 혐오와 차별에 대한 문제제기가 확산되었으며 현장에서는 추모를 넘어 시위와 충돌까지 발생했다.

그런데 이 사건의 충격과 반향은 생산적인 논의로 이어지기보다는 남녀 간의 논쟁과 대립으로 지나치게 격화된 측면이 있다. 사실 이 사건은 경찰의 발표에서도 나타나듯이 전형적인 여성혐오 범죄는 아니다. 범인은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망상 증세가 심했고, 여성에 대한 혐오는 진짜 동기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 때문인지 이 범죄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사람들마다 큰 차이가 있었고, 논란과 대립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이 담고 있는 다른 요소들, 즉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문제나 점차 위협받고 있는 치안문제 등도 매우 심각하게 논의되어야 할 이슈들이다. 하지만 이와는 독립적으로 우리 사회가 여전히 뿌리 깊은 여성차별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여성들이 불안에 시달리는 환경이라는 점도 사실이다. 이 사건에 그토록 큰 반향이 있었던 것도 많은 여성들이 이를 바로 자신의 문제처럼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대해 공감하는 데 있어 사건의 직접 원인이 여성혐오인지 여부를 규명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동시에 그렇다고 해서 이 사건에 포함된 다른 요소들에 대해 적당히 넘기거나 부수적인 것으로만 간주해서도 안 될 것이다.

구의역에서 일어난 사망사고 역시 여러 복합적인 문제점들이 얽혀 있는 사건이다. 많은 이들은 고인이 19세에 불과한 청년이고, 비현실적 규정을 지켜야 했던 박봉의 비정규직이었다는 점에 가슴 아파한다. 이 사건을 비정규직 차별의 문제,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로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다. 하지만 이에만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사건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의 문제, 관료적 체계로 인한 책임회피의 문제, 구조조정과 외주화 과정의 부작용 문제 등도 큰 부분으로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문제해결과 발전을 위해서는 이러한 면들도 잊지 말고 살펴보아야 한다.

세상은 점점 청년들에게 녹록치 않게 흘러가고 기성세대는 더 이상 복합적인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할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청년으로서 불의에 분노하고 문제의식에 적극적으로 공감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다양한 측면들을 보는 능력과 유연한 사고가 필요함도 잊지 말자. 이는 비단 두 사건 뿐 아니라 우리 가까운 주변이나 학내 이슈들에 대해서도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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