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잘 한다고 해서 반드시 잘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잘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선 지식의 습득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많은 훈련과 연습,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많은 대학생들이 한번쯤 경험해보았을 교수님의 뛰어난 학문적 성취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강의력 사이의 괴리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요컨대 어떠한 분야이든 경험과 시행착오 없이 처음부터 잘할 수 있는 분야는 존재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의회경험을 갖추지 못한다면 지도자로서 적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는 2012년 대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대통령 후보로서 지지하였다. 성공한 의사, CEO, 대학교수의 커리어를 쌓아왔기 때문에 대통령으로서도 성공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인 안철수는 무척 실망스러웠고 지금은 대선후보로서 걸었던 기대만큼 안철수 대표를 지지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완전히 기대를 저버린 것은 아니다.

나는 그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기에 이전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노하우와 습관, 태도, 시간과 노력을 정치를 함에 있어서도 기울이다보면 과거의 성공에 준하는 정치적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철수 대표는 의회경험을 통해 국회의원 수줄이기 주장과 같은 초기의 인식에 비해 정치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자신을 지지하는 정치세력을 조직화하기 위한 정당 또한 창당하며 과거보다 더 나은 정치인, 대통령 후보로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안철수 대표가 아니라 과거의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다면, 대한민국은 그의 정치 시험 무대로 전락하며 많은 혼란과 갈등을 겪었을 것이다. 의회경험이 안철수 대표를 점점 예전의 명성에 걸맞은 ‘정치인’ 안철수로 성장시키고 있다.

그런데,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안철수 대표와 똑같은 길을 걸어가려 하고 있다. 심히 우려스럽다. UN 사무총장으로서 요구되는 역량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요구되는 역량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반기문 UN사무총장이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인 훌륭한 외교관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정치인으로서 아무런 검증을 거치지 않고, 권력을 관철시킬 수 있는 자신만의 정치세력, 뚜렷한 정치적 가치관 정립도 없이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로서 출마한다면, 안철수 대표의 전례를 그대로 밟을 것이 분명하다. 의회경험을 통해 안철수 대표가 정치적으로 성장하였듯이 반기문 UN사무총장도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기 전, 의회경험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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