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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수천] 상아탑도 못되고, 장사꾼도 못되는
심재호 기자 | 승인 2016.08.29 19:10

오늘날 대학에 제기되는 가장 흥미로운 비판은 “대학이 자꾸만 장사를 하려고 든다”는 지적이 다. 우 리의 통념 속에서, 대학 은 ‘속물적인 것’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있어야만 하는, 지성의 전당이어야만 하는 곳 중 하나다. 반면 장삿속은 가장 속물적인 욕구들 중 하나다. 대학의 이상향에 대한 위의 통념과 이대사태 등으로 드러나는 현실의 괴리감은, ‘대학이 장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강력한 심정적 설득력을 더해준다.

그러나 통념이란 것들은 대개 순진한 얼굴로 다가와서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사고의 수갑을 채워버리는 사기꾼들인 경우가 많다. 우리는 이러한 통념들을 ‘프레임’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필자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대학의 시장화를 둘러싼 논쟁이 지금껏 대학에 덧씌워진 ‘시대의 지성이자 상아탑이어야만 한다’는 고리타분한 프레임 속에서 방향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상아탑이라는 말이 지금처럼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세기의 프랑스 시인이며 극작가였던 알프레드 드 비니를 두고 평론가 생트 뵈브(Sainte Beuve)가 ‘자신의 상아탑에 틀어박혀있다’고 평하면서부터다. 알프레드 드 비니는 몹시 고독하고 염세적인 인물로, 정치를 혐오하고 종교를 멀리하는 등 소위 ‘속세’와 단절된 생활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 상아탑이 갖는 근본적인 뉘앙스는 ‘속세를 떠나 나 홀로 앉아 학문과 예술에 심취해정진하는 것’을 내포한다. 이 표현은 훗날 ‘외부로부터의 간섭 없이 학문적ㆍ예술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아카데미 교육의 전통적 원칙을, 나아가 고등교육 그 자체를 대변하는 말로 사용된다. ‘간섭의 단절’과 ‘학문ㆍ예술의 정진’ 두 가지가 핵심이다.

그러나 이 표현이 차츰 클리셰로서 남발되기 시작하자, 대중적인 논쟁 속에서 상아탑은 그저‘세속적인 것의 반대’개념 수준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섣부른 오해 속에 서, 대중은 고등교육이라는 하나의 상호작용 행위에 부연적인 가치를 더해왔다. 개중에는 교육을 금전거래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에 대한 터부도 있었다.

대학가의 논쟁에는 교육과 거래를 이질적인 것으로 치부하려는 무의식적인 노력이 진하게 녹아들어있다. 주목해야할 부분은 , 현대적인 대학의 체계가 정립될 때 대학은 이미 기본적인 시장의 언어, 시장의 논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저 오해 섞인 상아탑의 터부가 무의식중에 강렬하게 거부하고 있지만, 현대 대학의 교육과 학위는 모두 일종의 상품으로서 거래가 되고 있다.

교육서비스를 누리고 학위를 얻고 싶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시간과 노력도 비용이다. 공

급자가 일부러 공급량을 조절하기 시작하면 소비자 입장에서 남들보다 한 발 더 앞서나가고 품을 더 팔아야 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대학은 본질적으로 ‘허니버터칩’과 같다. 상품가치에 대한 리스크도 비용이다. 대학의 평판, 주가가 떨어지면 투자 가치 또한 그만큼 같이 떨어진다. 대학은 본질적으로 소액주식투자시장과 같다. 이러한 관점은 놀라울 만큼 쟁점을 선명하게 만들어준다. 일방적인 학과구조조정이나 학생들의 정보접근 제한 등 대학의 문제는 불공정 거래나 소비자의 알 권리 침해와 본질적으로 같은 원인을 갖고 있다.

오늘날 대학의 입지는 애매하다. 규모를 대폭 줄인 고고한 상아탑이 되지도, 책임감 있는 정정당당한 장사꾼이 되지도 못한다. 지금과 같은 줄타기 상태를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총장 사퇴를 외치는 이화여대의 본관점거 농성은 어느덧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심재호 기자  sqwogh@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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