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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수천] 약삭빠른 숫자와 선 긋기의 마술
심재호 기자 | 승인 2016.09.19 23:17

우리는 실업과 같이 소위 ‘만연한 ’문제들을 다룰 때, 몹시 관대해지는 경향이 있다. 구태여 설명하지 않더라도 이미 다 알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것이 일상에 밀접한 문제라면, 답은 이미 나와 있는 문제나 다름없다.

고용노동부의 실업률 통계는 이런 생각을 가진 독자 분들께 약간의 실망감을 안겨드릴 수 있겠다. 지난 2010년도부터 올해 2월까지, 한국의 실업률은 5%를 넘어선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정말이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5년 간 한국의 실업률 추이는 다음과 같다. △2010년 3.7% △2011년 3.4% △2012년 3.2% △2013년 3.1% △2014년 3.5% △2015년 3.6% 가장 최근 시기이자 가장 높은 시기인 2016년 2월에도 한국 전체 실업률은 4.9%로 끝내 5%에 도달하지 못했다.

현재 취업난 때문에 고민하고 계신 몇몇 독자 분들께는 잠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자기 자신이 국내 만 15세 이상 65세 미만 인구 중 5% 미만에 해당하는, 수능으로 치자면 구직성적 8등급(그마저도 턱걸이다) 신세라는 점을 알게 되셨으니 말이다. 지나온 시간들에 대한 회한과 상실감 을 맛보고 계신다면, 글쎄, 참으로 유감이다.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다. 마찬가지로 고용노동부의 통계에 의하면, 지난 2010년도부터 한국의 고용률은 65%대를 넘어선 적이 없다. 가장 높았던 2015년도에도 65.7%에 그쳤고, 올해 7월에 이르러서야 겨우 66.7%로 1% 늘어났다. 위와 마찬가지로 조사해본 2010년부터 2015년까지 5년 간 한국의 고용률 추이는 다음과 같다. △2010년 63.3% △2011년 63.8% △2012년 64.2% △2013년 64.4% △2014년 65.3% △2015년 65.7%

현재 저마다의 완생을 위해 분투하고 계신 몇몇 독자 분들께는 오늘의 삶에 감사할 시간을 드리겠다. 지치고 힘들 때, 모든 걸 다 포기하고 떠나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명심하기 바란다. 한국의 만 15세 이상 65세 미만 인구에서 세 명 중 한 명은 당신이 버겁게 느끼는 그 일상조차 꿈에 그리며 부러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5%와 65%의 간극. 비밀은 바로 용어의 개념에 숨어있다. ‘취업자’, ‘실업자’모두 통계상의 구체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취업자는 조사주간 중 소득을 위해 1시간 이상 일한 사람을 뜻하고, 실업자는 조사주간 중 일을 하지 않았음은 물론 최근 4주간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해온 구직자를 의미한다. 만 약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면 그는 ‘구직 단념자’로 분류돼 산정하지 않는다.

‘실업률’과 ‘고용률’은 위의 저 개념들을 이용해 통계치를 산출한다. 요컨대, 실업률은 ‘학생, 주부, 노인, 구직 단념자 등을 제외한 인구 중 4주 이상 구직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온 구직자의 비율’을 말한다. 고용률은 ‘만 15세 이상 모든 인구 중 조사기간 사이에 1시간 이상 일한 모든 사람의 비율’을 말한다. 대표적인 통계의 함정이다. 위의 놀라운 간극은 이 차이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어떤 주장들의 근거로서 제시되는 통계자료는 우리의 일상적인 사고방식 속에서 당연히 사실인 것으로 여겨질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적당히 구해서 인용하기도 쉽다. 어설프게 똑똑한 당신의 눈과 생각을 현혹시키는 것은 간단하고, 이 사실을 알 고 있는 사람은 많다. 그러니 항상 명심하시길, 말과 숫자란 녀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약삭빠른 놈이라는 걸.

심재호 기자  sqwogh@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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