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질문이다. ‘취업’은 머리를 아프게 하고, ‘시대’는 대학생들에게 시대착오적 단어기에 더욱 그렇다. 제목은 ‘섹시하게’ 뽑아야 한다고 넉살스레 가르치던 선배 기자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그런데도 살천스레 눈가를 찌푸리게 만드는 질문을 제목으로 뽑은 건, 애교(愛校)섞인 마음 때문이다. 건국을 위해 나와 당신에게 묻고싶다. 무엇이 시대의 흐름인가?

이 질문을 넉살스레 웃어넘기거나, 살천스런 욕지거리로 비난하기엔 취업학원화가 우리 현실에 너무 가까이 와있다. 민상기 총장은 당선된 직후, 외부 언론과의 첫 인터뷰에서 취업학교의 지적 대해 “지금 10대가 대학에 바라는 것은 졸업 후 확실히 보장된 길”이라며 “대학의 임무는 청년층의 졸업 후 불확실성의 해소”라 말했다. 그리곤 “가이드라인을 정해주는 시스템”에서 “자유롭게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환경을 강조했다.

물론, 취업이 어려운 때란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래서 취업을 선도하는 대학은 10대에게 ‘잘 팔릴’ 말일 수도 있다. 미래 세대인 그들의 요구가 “취업이다”는 명제는 입맛이 써도 일정 부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민 총장의 말은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어, 건국을 위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여기서 명토 박아 둘 것은 대학은 교육기관이란 사실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요즘의 현실을 생각하면 새퉁스럽다. 취업만을 위한 대학이,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부적절하다는 교과서적인 얘기를 위해 꺼낸 말이 아니다. 민 총장의 말처럼, 미래 세대의 취업 위해 교육기관이 일정한 시스템을 제공한다는 것은 올바른 변화일지도 모른다. 그게 시대의 흐름이라면, 납득이 간다.

하지만 대학생에게 가이드라인을 “정해주는” 교육 시스템은 분명,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다. 세계 교육기관의 시대적 흐름은 ‘정해짐’이 아닌 ‘다양함’이다. 이미 문제은행식 교육의 한계점을 국내에서도 낯설지 않을 만큼 제기됐다. 세계 명문대로 손꼽히는, 그래서 회사들이 ‘모셔가는’ 이른바 취업 깡패 대학들은 모두 교양대다. 미국의 윌리엄스대학은 명문으로 항상 꼽히는 곳이다. ‘기초 교양’을 뜻하는 리버럴 아츠(Liberal Arts) 대학으로, 4년동안 주로 기초학문을 배우며 이를 통해 생각하는 힘을 기른다. 교수 한 명당 학생 수를 두 명으로 제한하는 이곳의 튜토리얼 수업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한 학기 동안 교수와 호흡하며 읽고, 쓰고, 토론하는 수업을 진행한다. 이곳은 지식의 습득보다 사고의 확장을 가르친다. 정해진 가이드라인 따윈 찾아볼 수 없다.

우리 모습과 대조적이지 않은가? 세계 교육의 흐름은 문제제기식 교육이 분명하다. 이는 명확한 사실이다. 단순히 지식을 쌓는 시대는 오래전에 종결됐다. 민 총장이 취업을 위해 말한 가이드라인을 “정해주는” 시스템이, 문제은행식 교육의 시대착오적 회기가 아닌, 시대 흐름에 편승하는 문제제기식 교육의 제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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