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아르바이트는 두 달 했냐구요? 그게 왜 궁금하실까. 아저씨의 빛나는 그 동그란 정수리가 그렇게 물어보라던가요. 몇 가닥만 간신히 붙어있을 바에야 그냥 차라리 다 밀어버리지 그랬어요. 억지로 매달려 있는 걔들을 보니 내가 다 안쓰럽네.

다른 건 다 6개월 넘었는데 무슨 일 있었던 거냐구요? 알아서 뭐 하실려구요. 어차피 아저씨 나 편의점 알바로 안 뽑을 거잖아요. 아까 면접보고 간 가슴 큰 애한테 침 흘리는 거 다 봤어요. 아, 더럽게. 그 말하면서 새끼손가락으로 코는 왜 후비는 거에요. 사실 내 얘기에 관심 없죠? 그동안 얼마나 파댔으면 이젠 그냥 무의식적으로 파시네. 자기가 코 후비고 있는 거도 모르나봐.

그게 그렇게 궁금해요? 궁금하면 500원...이 아니고. 뭐 얘기해드릴까요? 어차피 저한텐 별 관심도 없으신 것 같으니 잠깐 즐겁게 해드리는 것도 괜찮겠죠. 망했거든요. 거기가. 이런 망할, 새끼손가락에 코딱지 묻었어요 아저씨! 이게 뮤지컬이었으면 웅장한 목소리로 ‘새끼손가락이 지옥 같은 콧구멍에서 빠져나와 자신의 전리품을 매달고 우뚝 서있었소.’ 할 텐데. 에그, 드러. 안 보려고 해도 자꾸 눈길이 가네.

불이 나서 망했어요. 왜냐구요? 오, 그거 알아요? ‘왜’하고 묻는 순간 아저씨 입술 되게 닭 똥구멍 같았어요. 아저씨가 얼굴로 웃겨주셨으니까 저도 알려드리죠 뭐. 미리 얘기하지만 누군가에겐 별로 안 웃긴 얘기일수도 있어요.

제가 처음 다람쥐를 만난 것은 1년 전이었죠. 저는 학교를 휴학하고 알바를 구하고 있었어요. 대학생이 구할 수 있는 알바라는 게 별로 특별할 건 없어요. 아니 내가 특별한 능력이 없어서 그런가. 피팅모델을 하기엔 못생겼고 외국어번역이나 가이드 알바를 하기엔 영어실력이 모자라고. 그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야 이런 편의점알바나 서빙알바 같은 서비스업뿐이었죠.

그때도 알바사이트를 뒤지면서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는데 옆에 앉아있던 언니가 아트홀 알바를 소개시켜 주는거에요. 너 공연 보는 거 좋아하지 않냐면서. 제가 작년에 좋아하는 아이돌이 출연하는 뮤지컬에 한 달 알바월급을 날리는 걸 언니가 봤거든요. 사실 공연 보는 게 좋은 게 아니라 걔가 좋아서 쫓아다녔던 거라고는 차마 말 못했죠. 그랬다간 이런 미친년 하고 불꽃스매싱이 꽂힐 테니까. 우리 언닌 돈이라면 한 푼도 허투루 쓰는 걸 못 보거든요.

거기서 뭐 하는 거냐고 물으니까 ‘하우스 어셔 라는데, 나도 잘 몰라’ 하는 거에요. 아, 공연장 안내원 말하는구나 했죠. 공연장 안내원도 모르는 언니를 위해 잠시 눈물 좀 닦을게요. 아, 아저씨도 모르시나? 그럼 아저씨를 위해서도 눈물 좀 닦고...

뮤지컬 같은 공연이 이루어지는 데를 하우스라고 불러요. 관리자는 하우스 매니저라고 부르고요. 공연 시작 30분 전에 관객들 들어오라고 문 열 때 매니저가 무전에 대고 말해요. 하우스 오픈하겠습니다. 오픈이요. 하면 불빛이 반짝반짝한 공연장이 열리고 똑같은 유니폼을 입은 하우스 어셔들이 배꼽인사를 하죠. 안녕하십니까, 어서오십시오. 하면서.

어쨌든. 처음엔 진상들도 많은 것 같던데 내가 그걸 왜 해 했죠. 근데 공연일정을 보니까 중극장에서 8월부터 작년 뮤지컬에서 알게 된 남자배우가 공연을 하고 있더라구요. 걔가 얼굴도 잘생기고 노래도 잘하거든요. 바로 지원했죠.

면접도 보고 합격해서 교육받으러 갔어요. 처음엔 제가 괜찮아서 뽑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팔다리만 멀쩡히 붙어있으면 뽑더라구요. 애들이 하도 많이 그만둬서. 공연장 구조를 익히게 해주려고 처음에 매니저가 소개시켜줬죠. 우리는 병아리가 엄마 닭 따라 움직이듯 따라 다니구요. 3층에서 무거운 이중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까 까마득한 높이에서 무대가 보이는 거예요. 와, 그때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객석 위에 달린 따듯한 색의 우아한 조명, 검은 무대, 바쁘게 오가는 스태프들 뭐 하나 신기하지 않은 게 없더라니까요. 마치 마법세계에라도 온 것 같았어요.

다람쥐는 누구냐구요? 아, 거참. 아저씨 성질 되게 급하시네. 알았어요. 알았어. 모처럼 좋은 추억에 좀 취해 있으려고 했더니만. 다람쥐가 절 보고 처음 한 말은 뭘 봐?였어요. 아니 그렇게 하는 게 아니구요. 몸은 그대로 앞을 보고 눈동자만 돌려서 내리깔아서 쳐다봐야 돼요. 눈빛만으로 사람을 내리찍을 듯이 쳐다봐야 한단 말이에요. 나보다 키가 한 뼘은 작은 게 그러고 있는데 웃기죠. 근데 그땐 안 웃겼어요. 고 쪼끄만 게 어찌나 살기를 뿜어내는지 압살당할 것 같았거든요.

일 시작한지 며칠 안 된 날이었어요. 3일째였던가. 2층 객석 안내 끝나고 공연이 시작한 뒤였죠. 지연관객 안내도 끝나서 조심스레 나와서 화장실에 갈 수 있는 타이밍이었어요. 그날따라 근무 시작 전에 커피를 마신게 탈이었는지 화장실이 급했거든요. 빛 안 들어가게 전실에서 안쪽 문을 닫고 바깥문을 천천히 열면서 나오는데 갑자기 짝 소리가 들리는 거에요. 무슨 상황인지 몰라서 나는 문을 열지도 닫지도 못한 채로 서 있었구요. 눈만 빼꼼히 해서 내다보니 유니폼 입은 여자애가 매니저한테 뺨을 맞고 있는 거에요. 처음 보는 애였어요. 공연 시작하고 나서 2층 문에 한명 올 거라더니 쟤 였나봐 했죠.

누군가 뺨을 맞고 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보다 더 재미있었던 건 둘의 표정이었어요. 왜냐하면 맞는 사람이랑 때리는 사람 표정이 뒤바뀌어 있었으니까.그 여자애는 얼굴색 하나 안 바뀌고 도도하게 매니저를 쳐다보고 있고 오히려 매니저가 뺨을 맞은 사람 같이 얼굴이 시뻘개져서 씩씩댔거든요.

사장님이 불러주시니 네가 뭐라도 된 줄 아나본데, 기본적인 근무 규칙도 안 지키면 내가 내쫓을거야. 핸드폰은 내가 압수할거니까 오늘 공연 다 끝나면 찾아가. 알았어? 하고 매니저가 소리를 빽 지르는데 그 애는 대답도 안하고 매니저가 엘리베이터 타는 걸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어요. 아마 뺨에 난 손자국이 없었으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아무도 몰랐을 거에요. 저는 화장실은 커녕 숨 쉬는 것도 잊어버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걸 보고 있는데 그 애가 나를 쳐다보더니 뭘 보고 섰냐면서 구경났냐고 묻더라고요. 입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귀여운 얼굴이랑 딴판이었어요. 엄청 허스키한 목소리 있죠, 엄청 소리 많이 질러서 쉰 목소리 같기도 했고요. 그 목소리 듣고 정신이 돌아오면서 그 애가 누군지 알았어요.

다람쥐구나. 아트홀에서 제일 오래 일한 애. 3개월만 일해도 장기근속자 대접 받는 아트홀에서 3년 근무면 거의 신이거든요. 부매니저보다 일한 거니까. 다음 하우스 매니저가 될 거란 얘기도 있었고. 갈색 머리카락이랑 귀여운 얼굴이 다람쥐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었는데 잘못 건드리면 작은 이빨에 된통 물린다고 해서 다들 피했죠. 그게 퍼뜩 기억나면서 나도 눈을 깔고 화장실 좀 가려고요...하고 화장실로 내뺐어요.

그러고는 마주칠 일이 없기를 바랐는데 그 날 저녁 공연에도 붙어서 근무하게 된 거에요. 평일이라 사람이 없기도 했고 매니저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다람쥐한테 하우스를 맡긴 모양이더라구요. 자기 자리 뺏길까봐 불안하긴 해도 맡길 사람이 다람쥐 밖에 없으니 어쩌나. 오히려 매니저가 안타깝게 느껴질 지경이었죠.

저는 1층 3객에서 근무하고 다람쥐는 3문에서 근무했어요. 아, 3객은 3문 객석의 약자에요. 어셔랑 매니저 사이에서 무전 시간을 줄이려고 만든 약자. 1층 객석은 문이 4개에요. 무대 가까이 양 옆으로 1문과 4문. 그리고 사람들이 들어오는 입구인 왼쪽의 2문과 오른쪽의 3문. 1문이랑 4문은 주로 관객들 퇴장할 때랑 우리가 커튼콜에 사진촬영 잡으러 들어갈 때 쓰는 문이에요.

매니저가 걔한테 맡기고 자리를 뜨는 거 보니까 역시 보통 애는 아니구나 싶었죠. 객석 점검, 온도체크, 하우스 오픈부터 수표, 고객 컴플레인 처리까지 진행에 막힘이 없어요. 아까 그 도도한 표정 짓던 애 같지가 않았어요. 사람들한테 미소 짓는 얼굴을 보니까 꼭 딴 사람 같았다니까요. 물론 무전으로 들려오는 목소리가 건조해서 걔구나 했지만.

공연시작하고 이제 앉아서 쉬는 시간이 됐는데 그때부터가 저는 진짜 문제가 시작되는 시간이었어요. 쉬는 시간에 앉을 수 있는 접이식 의자가 항상 벽에 기대어 놓여 있었는데 그거 펴는 게 저한테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게 또 대단한 의자가 아니고 의자 밑에 고리 잡아당기면서 발로 받침대 밀어서 펴는 접이식 의자. 어느 대형마트든지 가면 있는 그런 흔한 의자에요. 일한 지 한 달이 됐는데도 그거에 익숙해지질 못해서 계속 낑낑댔죠.

그래도 평소에는 동기애들이랑 같이 있어서 도와줬었는데 하필 그땐 객석에 피콕이 같이 있었어요. 새 다리에 고개는 꼿꼿이 쳐들고 나 하는 것 하나하나마다 지적했던 사수. 그 싸가지 없는 년은 제가 의자 못 펴는 걸 알면서도 도와주질 않았어요. 역시나 자기 의자만 펴고 고고하게 앉아서 공연관람하고 있었죠.

한 십 분쯤 그 의자랑 씨름하고 있었는데 와, 이러다간 의자 펴다가 시간 다 가겠다 싶어서 나도 모르게 식은땀이 나기 시작하는 거에요. 그때 다람쥐가 잠깐 들어온다는 무전이 들리더니 소리 없이 문을 열고 들어왔어요. 객석 쪽엔 불이 꺼져 있어서 보이진 않았지만 문을 열면서 들어오는 바람이 느껴지더라구요.다람쥐가 별일 없나 하고 돌아보면서 내 쪽으로 오는데 내가 의자 때문에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걸 발견했죠.

몸이 움찔 떨렸어요. 피콕처럼 나한테 핀잔 줄 줄 알았거든요. 이거 또 한 소리 듣겠군, 하고 있는데 다람쥐가 작게 쯧쯧, 하더니 앉아있는 피콕을 째려보는 거에요. 그 때 막 무대 조명이 얼굴에 반사되어서 똑똑히 봤어요. 그러더니 제 손을 잡고 의자 펴는 법을 다시 가르쳐주더라구요.

다람쥐는 제가 앉는 걸 보고 나서야 객석을 한 번 시선으로 둘러본 뒤 조용히 나갔어요. 인터미션 준비 전까지 앉아있는 내내 약간 멍했어요. 다람쥐의 작고 부드러운 손 감촉이 아직도 느껴지는 것 같았죠. 뭔가 든든하다는 느낌도 들고요. 아트홀에서는 보름이라도 먼저 일한 애들이 텃세도 심했고 똥군기 잡는다고 신입들 울리는 일이 많았는데 다람쥐는 뭔가 다른 것 같았어요. 그리고 그 이후로는 의자 못 펴는 일이 없었죠.

그렇게 그날 공연이 끝나고 열두시쯤 집에 갔어요. 평일 저녁 공연이 끝나고 나면 대부분 12시에 집에 도착하거든요. 저녁 공연이 8시에 시작하니까 지하철 막차 타고 집에 가는 식이었죠. 아트홀 앞에 지하철이 있어서 다행이었지 아니었으면 최저임금도 못 받는 회당 페이를 택시비로 날렸을 거에요.

보통 때처럼 애들이랑 같이 걸어가면서 그날 공연 어땠는지, 배우 누구가 어쨌다느니 하면서 걸어갔어요. 애들이야 매일 똑같은 공연을 반복해서 보니까 거의 전문가 수준이고 배우들 실력은 파악 끝나있었죠. 아마 웬만한 비평가한테 돈 주고 물어보는 것보다 하우스 어셔 애들 판단이 빠를 거에요. 하지만 한 명도 우리한테 그런 걸 물어보는 사람은 없어요. 사실상 그들에게 우리는 없는 존재나 마찬가지니까.

저는 동기들이랑 방향이 달라서 항상 지하철역에서 헤어지곤 했었는데 그 날은 내 앞에 다람쥐가 가고 있었어요. 아트홀에서부터 혼자 나온 것 같더라구요.약간 쓸쓸해보였어요. 그게 익숙한 것 같아보여서 더. 저는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반갑고 아까 도와준 일도 생각나서 얼른 뛰어가서 어깨를 붙잡았죠. 이어폰을 빼고 뒤를 돌아보는데 인상을 쓰고 있는 걸 보니 그 애가 시력이 안 좋던가 내가 불쾌했던가 했던 것 같아요. 그 때 저는 전자일거라고 멋대로 상상하면서 다람쥐한테 꼬리를 홰홰 쳤어요. 주인 만난 강아지처럼.

처음엔 나한테 굽신대지 말라고, 알바가 무슨 벼슬이냐고 했는데, 그 말을 듣고 더 좋아지는 거 있죠. 제가 계속 말을 붙이고 같이 다니고를 며칠 반복하니까 좀 친해졌어요. 마침 그때 휴학하고 급전이 필요하던 시기라서 아트홀을 거의 매일 나가서 그런 것도 있죠. 다람쥐도 비슷한 상황인지 매일 나오는 것 같았고요. 포지션은 날마다 매니저가 근무직전에 정하는 거였는데 다람쥐가 영향력이 있었는지 날이 갈수록 나랑 붙어서 근무하는 날이 많아졌어요. 저는 자연스럽게 동기들이랑 멀어지게 됐고요. 사실 그 애들이 날이 갈수록 그만두기 시작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었지만요.

미치지 않고서야 버틸 수가 없는 구조긴 했죠. 박봉이지, 매니저한테는 더는 실망하고 싶지 않다며 욕이나 먹지, 손님들은 돈만 내면 왕인줄 알고 진상부리지,몇 개월 먼저 일한 애들은 선임이랍시고 똥군기 세우지... 진짜 공연이 보고 싶어서 미친 애들이거나 진짜 미쳐가지고 애들 괴롭히는 걸 좋아하는 마조히스트거나, 아니면 진상 감당하는 걸 좋아하는 새디스트거나 셋 중 하나 아니면 버티기 힘들죠. 저요? 저는 그 중에 아무것도 해당이 안 됐어요. 다람쥐 곁에 꼭 붙어있었거든요. 다람쥐랑 같이 근무하면 똥군기 안 당해도 되고, 진상도 뭐 그럭저럭 넘길 수 있었어요. 사실 그렇게 심한 놈들은 없었거든요.

진상이래봐야 뭐 이런거죠. 입장시간에 안 와놓고는 왜 안 들여보내주냐고 소리소리지르는 커플들, 관람 연령이 안되는 애를 데려와놓고 제발 보게 해달라고 간청하다가 미안하다고 하면 얼굴 싹 바뀌어서 욕하고 가는 아줌마, 대형 관광버스 가져와놓고 나한테 발레파킹 좀 해달라며 열쇠 맡기고 가는 군인 아저씨,예쁘다며 은근슬쩍 엉덩이 만지려는 성추행범, 몰래몰래 공연 사진 찍어가는 저작권 침해범들, 플래시 터뜨려놓고는 안 터뜨렸다고 적반하장으로 소리지르는 개진상, 은근슬쩍 녹음해가는 뮤지컬 매니아들... 아, 이정도면 내가 새디스트였나.

그래도 제가 버틸 수 있었던 건 다람쥐도 있었지만 좋아하는 배우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뮤지컬 배우 진하영 알아요? 아, 모르시겠구나... 처음에 저를 아트홀에 들어오게 만들었던 배우에요. 뮤지컬 ‘카인다’로 떴었죠. 그 뮤지컬 게이코드 들어가서 여자들이 좋아했어요. 물론 나도 그 중에 하나였지만. 날씬한 몸에 중성적이면서 뚜렷한 이목구비. 그야말로 BL 소설 주인공 같은 남자였죠. 그 때 아트홀 중극장에서 ‘카인다’를 하고 있었거든요. 근무할 때 대극장, 중극장, 소극장 중에 소극장이 제일 편해요. 좌석 규모가 작아서. 하지만 저는 중극장 할 때가 제일 좋았어요. 얼마나 좋았던지 포지션 표 보고 그날 중극장이면 ‘아싸!’하고 소리를 질렀을 정도라니까요.

밖에서는 팬들이 기다리고 있고 저는 내부관계자가 되어 객석을 정리하면서 무대 리허설을 보는 것은 은밀한 기쁨이었어요. 저 완벽한 츄리닝 자태라니. 스탭이 아니라면 절대 못 볼 광경이었죠. 코에서는 마구 콧김이 뿜어져 나왔어요. 다람쥐가 그런 나를 보며 혀를 찼죠. 가끔은 먼저 인사를 건네면 인사가 되돌아왔어요. 가슴이 쿵쾅거렸어요. 비록 저 남자는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신인배우로서 스텝에게 공손하게 인사하는 것일 뿐인데도.

다람쥐는 그런 저를 볼 때마다 혀를 끌끌 찼어요. 흠, 뭐. 그 일 때문에 다람쥐가 저랑 불꽃 튀게 싸운 적이 있었죠.

카인다 공연 기간이 끝나갈 때 쯤 진하영 배우에게 줄 선물을 준비했어요. 그날은 공연과 공연 사이에 잠깐 비어서 대극장이 쉬는 날이었어요. 개근상을 받을 만했던 저와 다람쥐에게 매니저는 그날은 쉬어도 된다고 했죠. 다람쥐는 대극장이 쉬어도 계속 아트홀에 나가는 모양이었어요. 다람쥐는 아트홀에서 거의 정식 스태프로 인정받는 것 같더라구요. 정말 다음 매니저가 되는걸까 하고 생각했죠. 백스테이지도 가보고 배우들이랑도 인사하겠지 하면서 부럽기도 했구요.

다람쥐가 점심을 먹자고 하길래 알았다고 했어요. 안 그래도 중극장 공연이 끝나고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서 배우한테 선물 주러 갈 예정이었거든요. 집에서 곱게 김밥을 싸서 종이가방에 넣고 배우에게 줄 셔츠도 함께 넣었어요. 별로 비싼 브랜드는 아니지만, 여러 가지 색으로 자수가 놓여있어 귀여운 하늘색 피케셔츠였죠.

시간 맞춰 아트홀 앞으로 가니 다람쥐가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어요. 유니폼을 입고는 못할 짓이죠. 다람쥐는 꽤 골초라서 근무 전에 사무실 밖 옥상에서 꼭 한 대씩은 피우고 근무를 들어가곤 했어요. 공연이 길어지는 날에는 자꾸 담배 생각이 나는지 초조해 하는 모습이 보였고요. 다람쥐에게선 늘 자일리톨 껌 냄새가 났어요. 담배를 피운지 오래되어서 냄새를 숨기는 것도 수준급이었죠.

바로 아는 척 하지 않고 가만히 뒤에 서서 다람쥐가 담배 피우는 모습을 바라봤어요. 어린 얼굴에 담배는 정말 안 어울렸어요. 마치 중학생이 담배를 물고 있는 것 같달까. 그래서인지 주위에 서서 담배를 피우던 아저씨들이 다람쥐를 흘긋댔어요. 다람쥐의 입에 물린 담배 끝이 붉은 불빛을 내며 조용히 타들어가는 걸 나도 모르게 넋을 놓고 바라봤어요. 열기가 순식간에 하얀 재로 바뀌는 걸 보며 다람쥐의 멍한 눈빛이 바라보고 있는 곳을 봤죠.

저 꽃바구니 말이야, 하고 갑자기 말을 거는 거에요. 내가 온 걸 언제부터 안 건지 자연스럽게 건네는 말에 제가 더 놀랐어요. 다람쥐가 담뱃재를 허공에 털어내고 담배를 발로 비벼 껐어요. 다람쥐가 가리킨 곳에는 경비아저씨가 남자배우한테 꽃바구니를 받아드는 게 보이더라구요. 아줌마 팬이 많기로 유명한 배우였어요. 며칠 있으면 대극장에서 새 공연이 시작하기 때문에 리허설하러 왔나보다 했죠. 중극장 공연이 이제 막 시작했기 때문인지 로비에 사람은 별로 없었어요.

다람쥐가 거기서 눈을 떼지도 않고 중얼거렸어요. 항상 저래. 아무리 팬들이 줘도 절대 지가 들고 가는 법이 없어. 지 입으론 알레르기가 있어서 그렇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보내지 말라고 알려야지. 저건 알레르기 때문이 아니라 돈이 안 돼서 버리는 거야. 하고. 제가 정말? 물으니까 그 말엔 대답도 않고 내가 이런 얘기를 지금 너한테 하는 이유는 네가 지금 뭘 가져온건지 알기 때문이지, 하면서 갑자기 제가 든 종이가방에 달려드는거에요. 엇, 할 새도 없이 이미 가방이 풀어헤쳐지고 있더라구요. 제일 아끼는 손수건에 싸인 도시락을 꺼내서는 작은 손을 요리조리 놀리더니 예쁘게 묶은 리본도 풀어헤쳐 버렸어요. 어찌나 재빠른지 진짜 다람쥐가 도토리 까먹는 것 같았다니까요.

오호, 김밥이군, 하고는 젓가락도 쥐지 않고 맨 손으로 김밥을 집어 입에 던져 넣는거에요. 야, 그거 소고기 김밥이야! 배우 주려고 싸온 거라고! 하면서 빼앗으려고 하니까 다람쥐가 이젠 달려가면서 입에 털어 넣더라구요. 아트홀 앞마당을 술래잡기 하듯이 돌며 김밥을 먹는 아이와 손에 쥔 손수건을 깃발처럼 휘날리며 쫓는 아이. 참 가관이었죠.

다람쥐가 멈춰서는 걸 보고 도시락 통이 비었다는 걸 직감했죠. 분홍색 도시락 통을 건네주면서도 다람쥐는 양 볼을 빵빵히 하고 계속 우물거렸어요. 푸핫. 그게 꼭 해바라기 씨를 잔뜩 문 햄스터 같아 귀여우면서도 웃겨서 뭐라 화를 낼 수가 없더라구요.

끄허, 잘 먹었다. 잘 쌌네. 종종 나도 좀 싸줘. 하면서 능청을 떠는거에요. 아 놔, 이 새끼... 눈을 흘기는데도 아무렇지 않은 듯이 트림을 해가면서 자기가 녹차를 사겠다고 그러는거에요. 무슨 개선장군이라도 되는 듯이 제 목을 끌어안고 가는데 쪼끄만 놈이 목을 잡고 가니 허리는 굽어지고 아주 웃겼죠. 야, 나 이거 배우 줘야돼. 도시락은 못 줬더라도. 이거 진짜 신경써서 준비한거란 말이야. 하니까 아까랑 달리 제 진지한 얼굴에 뭔가 느꼈나봐요. 퇴근해서 어디로 가는지 안다고 따라오라고 하더군요.

오 이럴때는 도움이 되는군 하면서 다람쥐가 고마워지는거 있죠.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알려줄 수 있었잖아, 내가 좋아하는 거 알면서. 미리 좀 알려주지 하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요.

다람쥐가 데려간 곳은 지하주차장 한켠의 쓰레기장이었어요. 근무할 때는 여기까지 내려올 일이 없어서 지하주차장이 어딘지도 잘 몰랐어요. 티켓박스 옆에서 주차권만 팔아봤지. 왜 여기로 온 거지 싶더라구요. 퇴근해서 차에 타는 거 보라고 하는 건가. 아닌데, 아직 매니저도 없어서 지하철 타고 다니는 걸로 아는데. 다람쥐에게 물으려고 하는데 다람쥐가 종이박스 모아놓은 곳으로 나를 잡아끌고 몸을 숨겼어요.

늘 담배를 피우던 곳인지 익숙하게 담배를 꺼내드는 모습을 보고 내가 여기 종이 있잖아, 하고 말하려는데 다람쥐가 제 입을 막았어요. 그 순간 조용한 지하주차장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어둠 속에서 얼굴만 빠꼼히 내밀었는데 진하영이 보이더라구요. 럭키! 나가려고 하자 다람쥐가 제 손목을 잡아끌었어요.

진하영이 주위를 살피더니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 바리바리 싸들고 온 쇼핑백들을 바닥에 내려놓더라구요. 쇼핑백들을 하나하나 꺼내 내용물을 확인하기 시작하는거에요. 쇼핑백 하나를 비운 뒤 편지들을 꺼내 몰아넣고는 종이류 그물 안으로 던져넣었어요. 놀라서 입을 벌리는데 소리가 안 나오는 거에요. 여러 본 해본 듯 익숙한 솜씨더라구요. 사무적인 표정을 보니까 마트에서 일하는 검수 직원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니까요. 나머지 선물을 확인한 뒤 값비싸 보이는 가방이나 옷들만 꺼내고 나머지는 일반쓰레기에 던져넣었어요.

작업을 끝내고 유유히 들어왔던 문으로 나가는 걸 지켜봤어요. 다람쥐랑 저는 버려진 종이박스 사이에서 한참을 가만히 앉아있었죠. 제 종이가방을 봤어요.다람쥐랑 실랑이 하다가 귀퉁이가 찢긴 쇼핑백 속에 얌전히 개켜진 피케셔츠, 그리고 며칠 동안 단어 하나하나 고민해서 쓴 몇 장의 편지. 모두가 몇 분 전에 쓰레기통으로 직행해야 할 운명이었던 거에요. 나중엔 제가 한참을 안 움직이니까 다람쥐가 걱정이 되었는지 저를 바깥으로 끌고 나왔어요.

봤지? 네가 아는 사람이랑은 다른 사람이야. 좋아하고 싶으면 그냥 무대 위의 모습만 좋아해. 실제로 만나려고 하지 말고. 하더라구요. 순간 울컥하는거에요.이 상황에 날 가르치려고 드냐 싶었거든요. 넌 나한테 왜 그래? 하고 쏘아붙였죠. 갑자기 그 말이 왜 튀어나왔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다람쥐는 나를 위해 그런 건데. 내가 애써 준비한 것들이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게 안타까우니까. 하지만 뭔지 모를 화가 안에서 꽁꽁 뭉쳐 있다가 튀어나오는 느낌이었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보이지 않는 존재로 취급받는 게 싫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람쥐에게 화낼 일은 아니었는데. 정말 아니었는데.

다람쥐도 당황해서 뭐? 하고 되물어 오더군요. 왜 내가 마음에 든다는데 훼방이냐고! 내가 뭐 네 허락 받고 좋아해야 돼? 하고 소리지르니까 다람쥐도 네가 겉만 번드르르한 똥차를 고르는데 그럼 어떡해 이년아! 하고 소리를 질렀죠. 저는 뭐? 녀언? 하고는 종이가방을 던지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머리채를 뜯고 싸우기 시작했어요.

더러운 주차장 바닥에서 구르고 싸우느라 머리는 산발이 되고 옷은 거지꼴이 됐죠. 다람쥐가 저보다 작아도 힘은 훨씬 셌어요. 긴 팔다리를 무기로 대항하다가 힘이 빠지니까 막는 것 밖에는 할 수가 없더라구요. 처음엔 추접스럽게 싸우는 꼴을 누가 보진 않겠지 하고 걱정했는데 전세가 역전이 되고 맞기 시작하니까 제발 누구라도 와서 다람쥐를 내 위에서 떼어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어요.

제가 먼저 힘이 빠지고 방어하는 것을 그만뒀죠. 사실상 K.O패 선언을 하니까 다람쥐도 숨을 몰아쉬며 제 옆에 누웠어요. 니코틴이 어지간히 필요했던지 누워서 담배에 불을 붙이더라구요. 정적이 흘렀어요. 주차장에 이렇게 많은 차가 있는데 사람이 한 명도 없다니. 정말 이상하다 싶었죠. 아니면 우리가 싸우는 걸 보고 무서워서 밖에 못 나오는 걸지도 몰라, 하고 생각했어요. 코에 뭔가 흐르는 것 같아서 코피인가 하고 닦아봤더니 맑은 콧물이었어요.

킥킥대며 웃다가 웃음소리가 조금씩 커졌어요. 나중엔 주차장이 쩌렁쩌렁 울렸죠. 웃음소리가 잦아들고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아내니까 다람쥐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저를 내려다보더라구요. 자기가 머리를 잘못 때려서 내가 맛이 간 게 아닐까 했겠죠. 그렇게 웃고나니 좀 마음이 후련해졌어요.

미안해. 하고 제가 사과하니까 알아. 하더라구요. 네, 저도 알아요. 다람쥐는 좋은 애에요. 하지만 불을 지른 건 다람쥐였어요.

다람쥐 요즘 자주 나오네. 그 일이 있고 며칠 안 지나서 피콕이 저한테 그러는 거에요. 2문에서 다람쥐가 수표해주고 있고 피콕이랑 저는 각각 1열과 2열의 손님들을 좌석 안내 해주고 천천히 계단을 올라가는 중이었어요.

너 다람쥐랑 같이 다니더라? 하고 묻는 게 어쩐지 가시 돋친 질문이어서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응, 이라고 해도 재수없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았고 아니라고 해도 거짓말해서 재수없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아서요. 원래 다람쥐 작은 공연엔 잘 안 나와. 자기가 보고 싶은 공연에만 자주 나오지. 큰 공연 끝나면 몇 주씩 쉬기가 예사인데. 이번엔 돈이 궁한가. 하면서 중얼거리는 거에요. 그래서 아, 대답할 필요 없구나 했죠. 피콕은 손님들을 기다리기가 지루하니까 그냥 혼자 떠들고 싶은 것 뿐이었어요.

피콕이 이번 공연은 재미없다는 얘기며 2주 뒤에 시작될 뮤지컬이 기대된다는 둥 종알댔어요. 너 그거 알아? 문에 다다르자 피콕이 잠시 다람쥐 눈치를 보며 입으로 손을 가리고 제 귀에 속삭였어요. 다다음주에 하는 뮤지컬, 작년에 다람쥐 오빠가 거기서 죽었어. 그 말을 듣고 저는 한걸음 물러섰죠. 속삭임의 내용보다 피콕의 미지근하고 축축한 입김이 기분 나빴어요. 너 몰랐구나? 하는 표정이 사람을 열 받게 해서 가는 다리를 똑똑 부러뜨려놓고 싶었죠.

처음 듣는 소리였어요. 피콕이 전해준 이야기는 대충 이런 내용이었죠. 뮤지컬 스태프로 일하던 다람쥐 오빠는 무대 설치 담당이었대요. 꽤 성실했고 평판도 좋았던 모양이에요. 감독들이 마음에 들어 해서 여러 공연에 종종 불려다니기도 했구요. 작년에 아트홀에서 하던 R뮤지컬에서도 무대장치 설치하는 일을 맡았어요. 무대에서 엔딩신에 쓰일 공을 설치하던 중 위에서 조명이 떨어지는 바람에 머리에 맞고 즉사했대요. 조명설비가 노후해서 바꿔야 된다는 말이 많았는데 어쩐지 제대로 된 투자를 안 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일이 터진 거죠. 다람쥐네 오빠를 좋아하던 아무도 그 일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았구요.

일을 시켰던 뮤지컬 기획사는 공연장 탓이라며 책임을 떠넘겼고 공연장은 제대로 체크 해보지도 않고 대관한 기획사 탓이라며 서로 책임을 떠넘겼대요. 함께 일하던 어느 누구도 다람쥐네 오빠를 위해 목소리를 내지 않았어요. 배우들, 스탭들, 직원들도 모두. 결국 신문에 나지 않도록 손을 쓰는 데에만 합의를 봤고 다람쥐의 가족에게는 적은 액수의 위로금만 돌아갔다 더라구요. 사람이 죽었어도 공연은 계속 되었죠. 다람쥐는 그 일로 충격을 받아 반년은 출근하지 못했대요. 사실상 그만 둔 거였지만 아트홀에서 일손이 부족해 그 애를 다시 데려온 거구요.

눈빛이 달라졌지. 원래도 욕은 좀 했어도 먼저 말도 잘 걸고 주위에 끌고 다니는 애들이 많았어. 그런데 올해 초부터는 말도 거의 안하고 혼자 다니니까. 하고 피콕이 말하는데 그 부분에서 이상하게 마음속에서 우월감 같은 게 솟아났어요. 그러면 내가 그 애의 마음을 좀 치료해주고 그런 건가 싶어서. 나중에 그 애와 저의 결말을 생각했을 때 그건 우스운 착각이었죠. 뭔가 더 물어보고 싶었는데 공연 15분 전이라 손님들이 밀려들어오기 시작해서 못 물어봤어요.

다람쥐의 오빠가 죽었다던 뮤지컬의 날짜가 다가올수록 다람쥐가 출근하지 않는 날이 많아졌어요. 힘들었던 거겠죠. 그 기획사가 또 똑같은 공연장을 잡고 그 공연을 한다니. 아무리 서울에 대형공연장이 많지 않고 예약이 밀렸다 하더라도 다람쥐에게는 너무 잔인한 처사였어요. 게다가 당사자들은 그 애에게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았어요.

다람쥐는 그 뮤지컬 전 주에 일주일을 통째로 비웠어요. 역시 대면하기 힘들었나보다 했죠. 뮤지컬 공연하는 기간 내내 출근을 하지 않는다 해도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 저주스러운 것을 또 보느니 차라리 그만두는 게 나을테니까. 저도 다람쥐에게 별 말 하지 않았고 서로 메신저로 시시덕대기만 할 뿐이었어요. 저는 다람쥐 대신 신입과 일하는 날이 늘었구요.

아, 맞다. 말하다보니 그것도 생각나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피콕이 그 얘기를 하기 전 일이라 그냥 다람쥐가 착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다람쥐가 오빠 일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아요.

아트홀에서 같이 일하던 동기 여자애들 중 하나가 다쳤어요. 지연관객 안내를 하던 중이었죠. 어두운 객석을 발목을 접어가며 쭈그려 거의 기어갔다가 빨리 올라오던 도중에 발끝이 계단에 걸려 대자로 엎어지고 만 거에요. 다행히 오케스트라 반주가 크게 울려퍼지는 장면이어서 퍽 소리가 났어도 관객들은 거의 알아채지 못했구요. 하지만 넘어졌던 애는 손바닥에 멍이 들고 무릎이 깨졌어요.

오후 공연과 저녁 공연 사이 객석점검이 끝나고 서로 모여 잡담을 할 때였죠. 동기가 허리가 아파서 요즘 한의원에 다닌다고 장난스럽게 말을 꺼내는 거에요.대화는 자연스럽게 왜? 로 흘러갔어요. 나이도 어린데 병원에 다닌다니까. 동기가 아직도 시꺼멓게 멍이 든 손바닥을 보여주니까 다람쥐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는 거에요. 핏기가 가셔서 얼굴이 새하얘질 정도였어요. 다람쥐가 폭발했죠.

갖가지 욕이 튀어나오더라구요. 이런 미친년, 그런 일이 있으면 바로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떼야지 왜 그러고 있냐. 네가 용가리 통뼈냐 뭐냐. 네가 길가다 넘어진 것도 아니고 일하다 그렇게 된 건데 그것도 말을 못하면 어쩔거냐. 그럴거면 대체 대학은 왜 다니냐. 너 그따위로 살라고 부모가 비싼 돈 쳐들여서 대학 보내 주던? 네가 그거 산재로 인정도 못 받을 것 같으면 아트홀은 왜 있고 나라는 왜 있겠냐. 그나마 제가 최대한 순화해서 말씀드리는 거에요. 하도 소란스러워서 공연장에 문제 생긴 줄 알고 매니저가 들어왔다가 나갈 정도 였다니깐요.

욕과 침 세례를 둥그렇게 뜬 눈으로 받아내던 동기는 저녁 공연이 시작하기 전에 울면서 다람쥐와 함께 근처 병원에 다녀와야 했어요. 동기의 손목을 붙잡아 다람쥐는 매니저에게 당당히 진단서를 제출하고 왔죠. 매니저는 못마땅한 얼굴이었지만 알아보겠다고 했구요. 저는 알바에게 그런 게 인정된다는 것을 태어나서 처음 눈으로 확인했어요. 그만큼 알바에게 산재란 도시전설 같은 거니까요. 안 그래요?

뭐 아무튼. 저는 그 뮤지컬이 다시 한다는 소릴 듣고 다람쥐가 충격을 받아서 집에 누워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 애가 결근한다는 소린 못 들었어요.다람쥐가 공연에 나오면 자연히 같이 일하게 될 거고 서로 편한 일이 되는 건데 저는 어쩐지 마음이 불편하더라구요. 뭐라고 콕 집어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불길한 느낌이 들었어요.

어느 날 출근하던 길에 다람쥐를 봤어요. 다람쥐는 뮤지컬 스태프 티셔츠를 입은 남자와 함께 아트홀 연습실 건물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어요. 다람쥐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데 다람쥐 옆에 걸어가던 남자가 갑자기 뒤를 돌아보는 거에요. 검은 모자를 눌러 쓰고 눈빛이 날카로운 남자였어요.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사람도 죽일 것 같았죠. 다람쥐의 옆모습도 그닥 유쾌한 표정은 아니었고요. 누구지? 남자친구? 만약 그랬다면 둘 다 저런 표정을 짓고 있지는 않을 것 같았죠.

제가 불안해하든 말든 공연일은 성큼성큼 다가오더라구요. 모든 게 문제가 없었어요. 원래도 내용이 좋아서 인기 있던 뮤지컬이었거든요. 스릴러 장르인데다가 항간에는 다람쥐 오빠의 소식까지 섞이면서 폐가 체험의 성격까지 띠는 모양이었어요. 저는 기획사 직원의 마케팅 수법일거라 생각했죠. 누구누구 귀신이 보인대, 하는 유치한 짓거리들 말예요. 하지만 사람들은 유치한 걸 좋아하니까 입에서 입으로 열심히 실어다 나르죠. 나쁜 놈들. 다람쥐에게 이런 일들을 얘기하고 싶었지만 그만 뒀어요. 나까지 보태면 그 애는 정말 죽고 싶을지도 모르니까. 이런 분위기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람쥐 표정은 의연하더라구요. 오히려 평소보다 생기가 도는 듯도 싶고.

뮤지컬 시작하는 날에 매니저가 우릴 평소보다 30분 일찍 불렀어요. 그렇다고 시급 더 쳐줄 것도 아니면서. 다들 입이 댓발은 나왔지만 대형 뮤지컬이라 유명한 배우들도 많이 나왔고 스토리며 볼거리도 많아서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들이더라구요. 신입들 중에 눈치 없는 애들은 다람쥐에 관한 소문을 들었는지 저희들끼리 쑥덕대며 다람쥐를 곁눈질했죠. 평소 같으면 뭘 야리냐고 한 마디 했을 다람쥐이지만 어쩐지 정신이 딴 데 가있는 사람 같았어요.

매니저가 프린트물을 돌렸어요. 공연 러닝타임과 15세 이하는 관람불가라는 얘기, 지연관객 안내 타이밍 같은 것들이 적혀있었죠. 뭐, 대부분 다른 공연들이랑 비슷하더라구요. 객석 어두워지고 시끄러운 음악 나올 때 데리고 들어가는 거. 그리고 사람들은 우리가 구두굽 소리조차 안 내려고 신발을 벗고 맨발로 나오는 것도 모를테구요. 뻔한 거 아니겠어요. 왜냐구요? 이 아저씨 순진하시네. 어차피 사람들은 우리의 고생에는 관심이 없으니까 그렇죠. 이게 다인가 싶던 찰나에 매니저가 맨 아래를 보라고 가리켰어요.

이 공연은 다른 공연들과 다르게 마지막 장면에 불이 쓰인다고, 실제 불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니까 조심하라고. 물론 스태프들이 신경 써 줄거고 안전장치는 모두 준비되어 있다고. 모르는 채로 보면 놀랄 수 있으니까 미리 말해주는 거라고.

오오, 하면서 애들 사이에서 탄성이 흘러나왔어요. 볼 만 하겠네. 애들은 무서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신나하는 얼굴들이었죠. 그 뮤지컬의 대표적인 장면 중의 하나가 바로 그 엔딩 신이었거든요. 마지막에 주인공이 메인테마곡을 부르면서 사람 몸 크기만한 검은 공을 허공에 들어 올려요. 그 공은 서서히 불타기 시작해서 주인공의 찢어질 듯한 고음과 함께 끝나요. 뮤지컬을 본 사람에 의하면 거의 절규에 가까울 정도로 울부짖는 게 듣는 사람 지옥으로 끌어들이는 것 같은 소리라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기꺼이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강렬한 유혹이라고. 그게 그 뮤지컬이 매번 기립박수를 받는 이유였어요.

첫 공연이 시작되었어요. 오후 공연이었죠. 첫 근무부터 다람쥐는 1층 객석근무였어요. 그 공연을 또 보게 하다니. 매니저가 뻔히 알면서 그러는 걸까 싶을 정도였어요. 나쁜 년. 저는 3문이었고요. 괜찮으면 포지션을 바꿔주겠다고 다람쥐에게 제안했죠.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이 의외였어요. 자기가 일부러 신청했다는 거에요.

그 때부터 뭔가 다람쥐가 다람쥐 같지 않게 느껴졌어요. 껍데기는 같아도 다른 사람이 들어앉아 있는 것 같았죠.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은 드는데 뭐라고 꼬집기가 힘들었어요. 일을 못하는 것도 아니었고. 여전히 애들에게 잔소리를 해대고 귀신같이 카메라로 촬영하는 사람들이나 녹음하는 사람들을 잡아냈거든요.

다람쥐에게 별로 할 말도 없고 해서 여느 때처럼 3문에 같이 근무하던 애랑 농담따먹기나 하며 시시덕거리며 서 있었는데 문득 꿈 생각이 나는 거 에요. 며칠 전에 꿈을 꿨었거든요. 공연장 꿈이었는데 원래 있던 것처럼 붉은 색 벨벳 커튼이 그리워져 있고 공연 중이었어요. 저는 다람쥐와 함께 객석근무였구요. 저는 관객 안내를 하고 다시 입구로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평소처럼 조명이 계단에 반사되어 푸른빛이 번쩍거렸죠. 그런데 갑자기 계단을 아무리 올라가려해도 계단이 엿가락처럼 늘어나면서 아무리 걷고 기어도 그 자리인 거에요. 신발은 이미 벗겨져서 어디갔는지 찾을 수도 없구요. 모두가 공연 보느라 정신없고 저만 고군분투하는데 좌석 뒤에서 다람쥐가 나타났어요. 다람쥐가 저를 내려다봤죠. 다람쥐에게 도와달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다람쥐는 제 얼굴만을 뚫어져라 보고 다시 좌석 뒤의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꿈이었어요.

어쩌면 그때 그냥 물어봤어야 했는지도 몰라요. 너는 요즘 뭘 하고 다니냐고. 무슨 생각을 하며 지내냐고. 왜 그렇게 얼굴이 수척해졌느냐고. 나는 네가 걱정된다고. 그 말을 했더라면, 그 말을 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니까. 그 폭발을.

하지만 그 생각을 했을 땐 이미 때가 늦었죠.

객석 점검 하고 다시 문으로 와서 근무를 서는데 갑자기 다람쥐가 무전으로 폭격을 쏘는 거에요. 저는 제 귀를 의심했죠. 4문 왜 안 열어 놨냐고, 지금 제 정신이냐고. 이거 문 안 열어놨다가 화재 일어나면 책임질거냐고. 여기서 다 같이 죽는 꼴 보고싶냐고. 저는 제가 이미 사람을 죽인 줄 알았다니까요. 왜 이렇게 조심성이 없냐고. 지금 다들 1문이랑 다른 문들 제대로 열려있는지 확인하라고. 소릴 지르는 거에요.

무전을 듣고 이어마이크를 낀 쪽의 제 귀를 잘라내고 싶을만큼 부끄러웠어요. 4문 근처를 객석 점검하면서 문을 열어놓지 않은 건 저였거든요. 그리고 객석점검 하던 애들은 저인걸 알고 있었죠. 귀가 새빨개져서 두근두근 하는 맥박소리가 들릴 정도였다니까요. 객석의 아이들이 문을 확인하겠다고 무전 하는 게 들렸어요. 썅년. 좀 와서 개인적으로 얘기하지 이렇게 공개적으로 망신을 줘야겠냐 싶더라고요. 제가 잘못한 건 알지만 민망해서 다람쥐한테 욕이 먼저 나왔어요.

다람쥐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어요. 이어마이크를 반대쪽으로 고쳐 끼면서 저한테 말을 걸더라구요. 내가 없어도 문은 제발 확인해줘. 부탁이야. 다른 애들이 확인 안하고 정신 놓고 있을까봐 일부러 너 잡은 거야. 4문은 열려 있었어. 하는데 혼이 쏙 빠진 느낌이었어요.

아오, 진짜. 팔짱을 풀고 다람쥐의 등짝을 퍽 때렸죠. 하지만 너무 간절하게 부탁하는 표정이라 더 이상 화를 내기가 힘들더라구요. 종종 앞문이 안 열려 있는 경우도 있긴 했어요. 1문과 4문은 커튼콜 플래시 확인하러 서 있는 경우나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 퇴장할 때 빼고는 쓰지 않는 문이거든요. 가끔 잠금을 푸는 것을 잊고 퇴장 준비할 때 열어놓거나 커튼콜 확인하러 바깥으로 돌아나간 어셔가 문이 안 열려있다고 무전 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그럴 때는 매니저에게 죽도록 혼났죠. 아마 불을 사용하는 공연이기 때문에 더 신경이 쓰였던거겠죠. 매니저도 특별히 주의를 준 사항이기도 했고. 그것 때문인지 평소에 쓰던 붉은 벨벳 커튼도 이번 공연에는 안 썼거든요.

다람쥐가 제 얼굴을 쳐다보고 있더라구요. 왜, 뭐 하려는데 다람쥐가 손을 뻗어오는거에요. 이자식이 이제 뺨을 치려나 했는데 아기 손처럼 말랑말랑하고 보드랍고 작은 손 감촉이 느껴졌어요. 평소엔 남의 손이 얼굴에 닿으면 뾰루지 난다며 뿌리쳤는데 이상하게 다람쥐 손은 구름에 싸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손목을 그대로 붙잡아두고 싶을 정도였어요.

얼굴 풀어. 하고 다람쥐가 귓가에 속삭였어요. 나도 모르게 얼굴이 심각해져 있었나 봐요. 엄지손가락으로 제 입꼬리를 강제로 끌어올리더니 갔어요. 한창 관객이 몰려올 때라 저녁공연도 만석이라는 매니저의 말이 무전으로 들려왔죠.

그게 다람쥐의 마지막 인사일 줄은 몰랐어요.

그날 저녁 공연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잘 안나요. 필름이 대충 엉켜서 짤막짤막한 영상만 남은 것 같아요. 커튼콜 시간이 다 되어서 저는 4문으로 조용히 들어갔죠. 그 공연은 커튼콜에 사진촬영이 제한되어 있었거든요. 그날 캐스팅은 잘 아는 배우는 아니었지만 역시 베테랑답게 무대장악력이 어마어마했죠. 보는 사람을 잡아먹을 것 같았어요. 노래와 함께 바닥에 있던 사람 크기만 한 공이 허공으로 떠오르는 장면이 생각나요. 노래가 진행될수록 서서히 불길이 공을 휘감았죠. 특수처리를 해 둔 공이라 노래하는 동안은 연기가 나지 않았어요. 불꽃이 점점 커지면서 공은 이제 하나의 태양이 되고 관객들은 노래와 태양에 빨려들어가 하나의 흑점이 되는 거였죠. 장관이었어요.

이제 블라인드가 내려오고 커튼콜이 시작될 타이밍이었어요. 그런데 뭔가 이상한 거에요. 노래는 끝났는데 블라인드가 안 내려왔어요. 조명도 꺼지지 않았고요. 소화기도 안 나오고요. 조용한 공연장 안에서 어리둥절한 관객들이 조용히 웅성거리기 시작했죠. 반쯤은 원래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줄 알고 가만히 있는 사람들이었고 반쯤은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사람들 이었어요.

매니저님, 뭔가 이상한데요. 하며 무전들이 맞물리기 시작했어요. 귀에서는 의미 없는 치지직 소리만 흘러나왔고요. 갑자기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거에요.배우도 당황한 표정을 짓고 지휘자도 어쩔 줄 몰라 했어요. 공이 계속 불타고 있었어요. 무대 뒤편에서 소화기를 찾는 듯 서로가 서로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이 들려왔죠. 객석에까지 그 소리가 들려오니까 사람들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고 하나둘씩 일어났어요. 이젠 연기가 자욱해지기 시작했죠.

본능적으로 문을 열었어요. 머릿속에 아무 생각이 없어지고 문을 열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죠. 아마 다람쥐가 갈궈 준 덕분이었던 것 같아요. 익숙한 손이 빠르게 잠금을 풀고 온 몸으로 무거운 문을 밀어 말발굽을 내려 고정시켰어요. 문이 열린 것과 동시에 폭발이 일어났어요. 무서웠어요. 이제껏 살면서 뭔가가 폭발하는 걸 본적이 있을 리 없잖아요. 기껏해야 알라딘 램프에서 지니가 튀어나오는 정도로 펑, 하는 귀여운 소리일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천둥소리에 가까웠어요. 꽝. 하고 공이 부서졌어요. 불꽃이 객석을 향해 튀었어요.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죠.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어요. 사람들의 물결이 문을 향해 밀려왔어요.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문 밖으로 토해지는 것 같았죠. 연기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았어요. 눈물이 나고 코가 매캐해졌어요.

어느새 조명이 모두 꺼지고 연기만이 자욱했어요. 사람들의 물결을 거슬러 나는 다람쥐의 이름을 불렀죠. 위험한 일이었어요. 연기 때문에 질식할 수도 있었으니까. 무대 위에 반쯤 남아 불타는 태양이 보였어요.

무대 위엔 다람쥐, 그리고 스태프 셔츠를 입은 남자가 있었어요. 저번에 봤던 눈매가 날카로운 남자말예요. 저는 다람쥐에게 소리쳤죠. 사람들 때문에 몸이 앞으로 나아가지가 않았어요. 꿈이랑 똑같았죠. 다람쥐랑 눈이 마주쳤지만 꿈에서처럼 다람쥐는 말이 없었어요. 다람쥐에게 다가갈수록 연기가 짙어졌어요. 안개 속에 있는 것 같았죠. 아니 이미 연기에 중독되어서 또 꿈을 꾼 건지도 몰라요. 자기를 향해 다가오는 저를 보던 다람쥐가 남자의 손에 끌려 무대 뒤로 사라졌어요. 저는 그 자리에서 기절했구요.

그 후로 다람쥐를 다시 볼 수는 없었어요. 저는 관객을 구하기 위해 불이 난 와중에도 뛰어 들어간 용감한 안내원이 되어 있었고 다람쥐는 테러리스트가 되어있었어요. 알고보니 그날 공연했던 그 배우도 다람쥐의 오빠의 죽음에 관련된 사람이었어요. 눈매가 날카로운 남자는 다람쥐 오빠와 같이 일하던 동료였구요.아마 복수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다람쥐 오빠의 사건이 다시 다뤄졌죠. 기획사랑 아트홀은 재판에 회부되었고 아트홀은 문을 닫았어요.

그게 제가 그 알바는 두 달만 한 이유죠. 이제 궁금증이 좀 풀리셨어요? 아저씨, 입 좀 닫아요. 입이 헤벌어진 게 금방 침이라도 나올 것 같다구요. 으, 드러. 제 이름이 뭐냐구요? 이력서 다시 주세요. 이리 내요. 그게 뭐가 중요해요. 아저씨나 나나 무대 아래의 보이지 않는 인간일 뿐인데.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