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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가볍게, 사상은 무겁게." - 작가 김해찬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다
김현명 기자 | 승인 2017.03.08 16:00

얼마 전 에세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책 <상처 없는 밤은 없다>의 저자, 김해찬(문과대·철학4) 학우를 만나보았다. 그의 글, 일명 ‘해찬글’은 책이 출간되기 이전에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 수 만 건의 ‘좋아요’를 확보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그 중에서도 이름을 문장으로 풀어쓰는 ‘이름 은유’는 여러 SNS에서 유행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은 온라인에서의 인기와 더불어 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의 저자가 된 김해찬 학우. 그의 솔직한 이야기를 건대신문이 직접 들어보았다.

 

글을 쓰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중학생 때부터 교내 글쓰기 대회에서 글을 쓰곤 했어요. 그 당시에는 문학적인 사명이 있다거나 특정한 인식이 있어서 글을 쓴 건 아니었어요. 예를 들어 ‘어머니’를 주제로 한 백일장이 있으면, 내가 한 번 ‘어머니’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글을 써보는 게 어떨까, 같은 사고들이 바탕이 돼서 백일장에 나가보는 게 재밌었어요. 또 당시엔 싸이월드가 유행했잖아요. 싸이월드 다이어리에 나만 보기로 혼자만의 생각을 글을 적기도 했어요. 그리고 고등학생 때는 철학자들과 사상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는데, 그런 사상들을 바탕으로 글 쓰는 게 재밌었어요. 대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는, 철학이라는 학문 자체는 제 인생에 영향을 많이 미치고 분명히 의미 있는데 학교생활 자체는 저랑 많이 안 맞았어요. 그래서 ‘내가 뭘 좋아할까’라는 걸 계속 생각하고, 스스로 알아갈 때 ‘아 내가 글쓰기를 재밌어 하는구나’하고 글 쓰는 일을 정말 재미삼아 했어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 이런 말이 나와요. 사람들은 재미없어하는 일을 하면서도 거기에서 오리지널리티를 발현하려는 경향이 있다고요. 하루키 씨는 재미있지 않은 일은 하지 말라고 해요. 본인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재미에 의해서 글을 쓰기 때문에 거기 안에서 자기 확신성도 생기고, 독창성도 생기는 경우가 많대요. 여기서 저는 ‘아 나는 적어도 항상 나의 재미에 의해서 글을 썼구나’ 라는 걸 많이 느꼈어요.

 

주로 언제 어디서 글을 쓰시는지?

제 작업방식은 글 쓰는 일뿐만 아니라 저의 전반적인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되어 있어요. 저는 세 시간짜리 강의를 들으면 최소 여섯 번 이상은 왔다 갔다 해요. 엉덩이를 오래 못 붙이고 있어요. 예를 들어 주어진 1시간 중에 50분 동안 공부하기 싫다는 감정이 들면, 저는 그냥 공부를 안 해요. 멍 때리고, 핸드폰 만지작거리고 하다가 일순 ‘아 지금은 집중이 되겠다!’ 하는 순간이 와요. 그럼 그 10분 동안 집중해서 하는 스타일이에요. 50분 동안 하기 싫으면 안 하고, 나름대로 능률을 올리다가 한순간에 그 50분 동안 했을 양을 하는 거죠. ‘어중간하게 50분을 할 바에 내가 하고 싶을 때 하자’ 이런 스타일인데, 글 쓰는 일도 비슷한 것 같아요.

일부러 내가 ‘작업을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서 억지로 하기 보다는, 집에서 진짜 쉬고 싶으면 쉬고, 지금 한 문장 밖에 안 나오면 한 문장만 쓰고 그래요. 정말 편한 곳에서 하고 싶을 때만, 내가 내뱉고 싶은 문장을 내뱉을 수 있는 그런 순간에만 글을 쓰려고 하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좋아하는 작가가 있나요?

존 키츠 시인을 정말 좋아해요. 존 키츠가 평생 한 명만을 사랑하면서 그 여자에게 쓴 러브레터가 있어요. 존 키츠가 25살에 요절한 다음에, 그 러브레터들이 묶여서 시집으로 나왔어요. 제가 그 러브레터를 진짜 좋아하는데, 특히 <빛나는 별>이라는 글을 좋아해요.

존 키츠의 시에는 불순물을 전부 제거해놓고서는 거기에 애절함만 담아놓은 문장들이 진짜 많아요. 그 애절함이 아름다워서 존 키츠를 좋아해요.

두 번째로 이이체 시인을 좋아해요. 이이체 시인이 내뱉는 단어들에는 ‘혀’, ‘독’, ‘가시’, ‘심장’, ‘심장병’, 문장으로 보자면 ‘당신을 부르고 싶은데 입이 없습니다’ 이런 것들이 많아요. 이런 퇴폐적인 단어들을 많이 내뱉는데 이 퇴폐성 속에 결국 영원할 수 없는 그런 아픔들이 담겨 있어서 이이체 시인이 좋은 것 같아요. 존 키츠와 이이체, 두 시인의 시를 같이 놓고 읽는 게 제 나름의 문학놀이인 것 같아요. 한 사람은 영원을 말하고 있는데 이 사람은 영원할 수 없는 아픔을 말하고 있고.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하고 좋은 호응을 얻고 있는데, 예상하셨나요

아무래도 그건 예상할 수밖에 없는 게, 이건 제가 잘나서가 아니고 기본적으로 SNS를 통한 인지도가 바탕에 있기 때문이에요. 사실 이제 와서 느끼는 게, SNS를 가지고 제가 일으킬 수 있는 이런 흥행들은 억지 흥행이에요. 진정 작품이 뛰어나서 흥행을 일으키는 것과 그걸 흥행시킬 수 있는 힘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한마디로 이 질문에 답변을 드리자면, 흥행을 예상은 했지만, 그 흥행이 아직 저 스스로에게는 많이 부끄러워요. 물론 ‘너의 글로 길러온 인지도 또한 너의 힘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제 글에 대한 부끄러움이죠. 나중에는 뛰어나게 제 글이 더 성장을 해서, 부끄럽지 않도록. 그리고 정말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책을 쓰고 싶어요.

 

앞으로의 신간 계획이 있다면?

첫 책을 낸 출판사 ‘필름’에서 다음 책이 6월에 예상에 있고, 출판사 ‘북로그컴퍼니’에서 출판제의가 들어왔어요. 출판사 대표님께서 지금 가장 문장이 뛰어난 걸 보는 게 아니고 이 친구 안에 담아져있는 가치들을 봤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도 앞으로 쭉 책을 쓰고자 마음을 먹었고. 그래서 다음 책들은 앞으로도 많이 나올 것 같아요. 사실 제 꿈이 완벽하게 ‘작가’ 이건 아니에요. 니체 같은 경우엔 시인, 철학자였어요. 예를 들어 허지웅도 문화평론가이자 작가죠. 저도 그런 식으로 철학자, 작가, 문화평론가, 이쪽 세계에서 몸을 담고 싶은 인간이라… 그래서 책은 앞으로도 쭉, 평생 쓸 생각입니다.

 

평생이요?

적어도. 제 밑천이 바닥날 때까지는요. 아니면 밑천이 바닥나면, 우리 다자이씨처럼 자살을 한 번. 흐흐.

 

사람들이 스스로를 어떤 작가로 기억하면 좋을지?

첫 번째. SNS 작가로는 절대 기억되고 싶지 않아요. 무조건 현재 제 성장에 관련해서 첫 번째가 그 딱지를 떼는 거예요.

두 번째로는 힐링하는 사람으로는 기억되고 싶지 않아요. 이 사람은 위로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외면하고자 했던 가치들을 한 번 더 떠올리게 해주는 작가. 그렇게 기억에 남고 싶어요. 그냥 괜찮아요, 잘 될 거예요. 아니요.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안 된다면 거기서 무언가를 하나 가져가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름 인터뷰

Happiness. 본인이 생각하는 행복이란 무엇인지?
 제가 생각하는 행복은, 즐거움이랑은 거리가 멀어요. 내가 진심으로 나의 불행까지 껴안고 있는 상태가 저는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행복하신가요? 
 아직은요. 저는 행복에 다가가고 있는 사람이에요. 나의 불행조차 껴안을 수 있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에요. 그 가치를 알고 있고, 그렇게 되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서 일정 분야에서는 이뤘어요. 옛날에는 글에 대한 비난이 아팠는데, 그 비난? 괜찮아요. 그래. 내가 더 공부하고 보여주자. 그것들을 껴안을 줄 아는 것, 이러한 자세들이 저한테는 행복인 것 같아요. 

 

Advice.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영화 <라따뚜이>의 슬로건이 Anyone can cook이죠. 저도 똑같아요. Anyone can write예요. 하지만 분명한 건 자세는 중요해요. 내가 진정 글을 쓰고자하는 자세가 있다라면은, 정말, Anyone can write라는 것을.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요? 
 하루키 씨가 이런 말을 해요. ‘어떤 문학적인 문단에서 지향하는 가치보다 내 독자들이 제일 중요하다. 내 독자들한테 어떻게 읽히냐가 제일 중요하다.’라고. 이 사람이 그렇다고 해서 ‘아, 이렇게 쓰면 내가 싫어할까?’ 이런 것을 마냥 고민하는 게 아니거든요. 저는 남들에게 관심을 얻으려고 쓰는 글들은 지양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 글이 누군가에게서 읽힐 때 어떻게 읽힐 지를 전혀 배제해서는 안 되죠. 그런 것들을 동시에 고민하면서, 끝도 없이, 내 이야기들을 어떻게 담아내고자 하는지. 그것들을 고민하는 것. 그게 저한테 있어서 되게 중요한 자세인 것 같아요. 

 

Effort.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들이는 노력이 있다면?
 제 삶의 모든 사건들을 문장화 해봐요. 예를 들어서 한 3~4일 전쯤에 날씨가 굉장히 따뜻해졌던 거 아세요? 잠깐 하루나 이틀 정도 따뜻했어요. 그 때 사람들이 따뜻해져서 신이 나서 밖으로 나가잖아요. 사람들은 따뜻해진다는 거에 많은 의미부여를 하고 기뻐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것에 좀 그냥 무감한 거예요. 그럴 때 ‘어? 나는 왜 이런 거에 무감하지?’라고 해서 이걸 문장화해봤어요. 이런 식으로 삶을 그 자체로 문장화해보는 것. 그게 제 나름의 글을 쓰기 위한 노력인 것 같아요. 

 

Character. 본인이 생각하기에 본인의 성격은 어떤지? 
 저는 굉장히 이중적인 성격이에요. 왜냐하면 내면에는 커다란 어두움과 음울을 가지고 있는데, 겉으로는 늘 밝아요. 그래서 제가 쓴 글 중에 ‘인생은 가볍게, 사상은 무겁게’라는 글이 있는데. 어떻게 보면 그게 제 캐릭터를 가장 잘 대변해주는 말인 것 같아요. 인생은 정말 즐기는 자세로, 가볍게, 신나게, 유쾌하게 살아가지만 머리 안은 가득 채우고. 내가 지녀야 할 가치들을 항상 생각을 하고, 어두움에 대해서 망각하지 않고. 그게 저란 인간의 캐릭터인 것 같아요. 

 

Habit. 고치지 못하는 버릇이나 습관이 있는지? 
 병적으로 치워요, 항상, 주변을. 깔끔하지 않으면 그 무엇도 할 수가 없고 괴로워요. 지저분한 공간에 있는 게 괴롭고 힘들어요. 그리고 어떤 대상의 서사를 이해하는 것에 집착해요. 예를 들어서 요즘 유행하는 ‘오버워치’라는 게임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의 모든 스토리를 다 알아요. 그 게임의 세계관을 다 알아요. 왜냐하면 이걸 알지 못하고 게임을 하면 저는 막 찝찝해요. 제가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 서사로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에 대해서 집착을 해요. 

 

Achieve. 최근에 달성하신 일이 있다면? 
 이석원 씨의 <보통의 존재>에 이런 말이 나와요. 책 쇼핑은 즐겨하는데 책은 참 읽지 못 했대요. 그냥 다 책장에 꽂아놓고서는 그냥 사온 책만 보는 걸로 만족했고, 차마 읽혀지지 않았대요. 근데 나이를 먹으니까 즐거움을 알았다고 해요. 저도 책 읽는 즐거움을 몰랐는데, 요즘에는 꾸준히 책 읽는 재미를 알아가고 있어요. 
 계기가 있는지? 
 첫 번째는 좋은 글을 쓰고 싶어서고, 두 번째는 제가 요즘 많이 내면적으로 외롭고 허무하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그런데 외로워질수록 SNS만 뒤적거리고 핸드폰만 붙들고 있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 방편의 일환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본질적인 외로움이 많이 삭감되는 걸 느꼈어요. 그러면서 SNS 뒤적거리는 건 외로움에 목이 말라서 소금물을 마시는 느낌이라면, 독서는 정말 갈증을 해결시켜주는 물을 마시는 느낌이란 걸 알게 됐어요. 

 

Necessary. 요즘 가장 필요한 게 있다면? 
 음. 완벽한 혼자만의 시간. 원래도 혼자 있는 걸 되게 즐기고 좋아하는 편이에요. 최근에 이런 저런 여건상 혼자 있는 걸 많이 못 즐겼어요. 저는 혼자 있는 시간을 완벽한 자기만의 재충전이라고 보는 편이에요. 그래서 요즘 필요한 건 혼자만의 시간을 좀 더 여유롭게 가지는 것. 재충전을 위해서. 

김현명 기자  wisemew@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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