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역사적 시간으로 기록될 듯싶다. 대통령 탄핵과 구속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사에 길이 남을 만한 역사적인 사건이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1500만의 촛불시위, 탄핵재판 또한 잊지 못할 기억의 순간이다. 세월호 인양으로 깊은 바다 속 망각의 시간 또한 기억의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분노와 회한, 상처로 얼룩진 시간들이지만, 숙연하게 진실과 마주해야 시간이기도 하다. 한결같이 무책임의 결과라는 점에서 반성의 시간이어야 할 것이다. 이렇듯 무거운 2017년 3월도 과거의 시간 속으로 흐른다. 모든 건 이내 깊은 망각 속에 빠져들고 말 것이다. 먼지처럼 흔적들만 남기도 말 것이다.     

늘 아쉬움을 남기는 게 기억이다. 인간의 기억은 늘 불완전하다. 망각 저편의 기억은 오직 상기할 뿐이다. 회상과 추억으로 기억을 떠올릴 뿐이다. 어떤 기억을 끄집어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세계가 등장한다. 동시에 기억은 마음병의 원천이기도 하다.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아물지 않은 상처처럼 현재의 삶을 괴롭힌다. 때론 집단의 광기로 나타나 과거가 바뀌기도 한다. 그럼에도 기억은 인간 신비의 보고처럼 보인다. 저마다의 기억은 생기 있는 삶의 원천, 그 적절한 통제는 용기 있는 삶의 근원이다. 과거의 기억을 현재의 관점으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모든 게 달렸다. 저마다의 기준점은 달라도 중용의 길을 걷는 삶은 평온하다.     

과거는 현재의 거울이다. 어긋난 과거는 현재의 삶을 바꾼다. 과거가 이해되면 현재의 선택과 행동은 결실을 맺는다. 물론 미래의 기대가 앞설 수 있다. 그러나 기대만으론 현재가 달라지지 않는다. 달콤한 솜사탕 같은 미래가 우리를 유혹해도, 지난날을 적절하게 다루지 못하면 현재의 삶은 옥죄고 만다. 미래의 빛만을 보고 달리면 현재는 만신창이 되고 만다. 과거 없는 미래는 한 걸음도 옮길 수 없다. 미래는 다가올 현재이고, 현재는 과거의 연장이다.   

새로운 출발을 기약하는 4월이다. 대선이 코앞에 닥치고 있다.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지난 시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렷이 기억하고 선택해야 한다. 진정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진실 없는 과거는 현재를 마비시킨다. 보복을 위한 기억은 없어야 하지만, 진실을 위한 기억의 자리는 분명 있어야 한다. 잊기 위해서라도 진실이 기억돼야 한다. 반복의 악순환을 막으려면 진실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강요된 망각과 치유된 망각이 질적으로 다름을 명심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상처는 아물 수 있다. 그러나 치유된 망각만이 상처받은 자의 아픔을 어루만진다. 고통에도 불구하고 진실의 시간에 마주쳐야 하는 중대 이유다. 처음엔 고통으로 다가온 시간이 나중엔 삶의 지혜로 자리 잡는다. 오늘 겪는 우리의 아픔은 내일의 현명한 선택을 위한 것이다. 막막하던 겨울도 끝내 봄을 이기지 못한다는 자연의 이치처럼, 망각을 위한 인간 기억의 이치 또한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신비가 여기에 있다.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