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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패자들
오정훈(문과대·영문2) | 승인 2017.05.17 18:28

오정훈 (문과대·영문2)

졌지만 잘 싸웠다. 가장 흔하고 진부하지만, 또 이만큼 패자에 대한 위로와 격려, 존중을 나타내기 좋은 말도 없다. 이번 대선에서도 빛나는 패배자들이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이다. 사실 선거 기간 도중에도 이들이 선거에서 이기리라 확신을 가진 사람은 몇 없었을 것이다. 소속 당의 규모도 다른 후보들에 비해 작았고, 사전조사에서도 한 자릿대의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패배는 극단적으로까지 말하자면 '예상된 패배' 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들이 빛나는 것은 6.8%, 6.2% 라는 득표율은 이들의 가능성에 주목한 국민들의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유승민 후보는 '바른 보수', '따뜻한 보수' 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20,30대의 젊은 보수층들 사이에서 표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이들에게 자유한국당이 탄핵 사태 이후에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평가받는 상황에서, 유승민 후보는 신선한 충격이면서 매력있는 정치인으로서 급부상한 것이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 라는 나름의 소신을 간직하면서도, 재벌개혁, 사회적 가치의 재분배 등의 이슈에 있어서는 기존의 보수와는 다른 판단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바른정당 집단 탈당도 결과적으로는 전화위복이 됐다.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 일어난 악재임에도 그는 이를 딛고 진정한 보수로의 길을 끝까지 가겠노라 말했고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다.

심상정 후보는 가치인 노동을 전면에 내세웠다. 노동 존중 헌법 개정, 노동절 기념일 제정 등 다양한 공약들이 이를 뒷받침했다. 또한, '강성귀족노조를 뿌리 뽑아야 한다'라고 울부짖던 홍준표 후보에게 '육체노동자는 도지사만큼 월급 받으면 안 됩니까?' 라고 반문한 장면은 SNS에서 많은 화제가 되었다. 노동조합원, 소외받는 비정규직과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에게 이런 심 후보는 충분히 어필할 자격이 있었다. 또한, tv토론회에서 1분 찬스를 써가며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대변한 점 또한 많은 이들의 마음을 돌렸다. 상대적으로 중도에 가까운 더불어민주당 보다 더욱 진보적인 정의당, 그리고 심상정 후보에 이념에 마음을 뺏긴 유권자도 많았기 때문이다.

약소 정당의 후보일수록 사표론에 흔들리기 마련이다. 이번 대선에서 유승민 심상정 두 후보 모두 사표론과 싸워 왔다. 그렇지만 이제는 구차한 '대세 후보 밀어주기'가 아닌, 각자의 소신과 신념에 따라 투표하는 그런 민주주의를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비록 졌지만, 비록 두 자릿수를 넘기지 못했지만, 이들에게 주어진 표는 결코 사표가 아니다. 오히려, 대한민국에 피어난 새로운 민주주의의 가능성일 것이다.

 

오정훈(문과대·영문2)  pluss13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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