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현주 철학과 강사

작년 10월 말부터 시작된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이루어낸 전례 없었던 현직 대통령의 탄핵, 그리고 9년 만의 정권교체. 그 모든 과정은 어떠한 폭력적인 요소가 없이 그야말로 시민이 주체가 되어 평화롭게 이루어낸 ‘민주주의(民主主義)’의 모습 그 자체였다. 외신들 역시 이러한 한국의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앞다투어 보도 자료를 내었다. 지금까지 그들의 눈에 대한민국은 빠른 시간에 경제적 발전과 민주화를 달성하긴 하였으나, 그 과정이 폭력시위와 시민들의 희생을 통해 이루어진 역사를 가진 나라였다. 그러한 한국이 어떻게 평화롭고 민주적인 정권교체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일까?

그것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묘비에도 적혀있듯이 아마도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에 의한 것일 것이다. 3년 전의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었던 세월호 참사. 꽃과 같은 아이들과 선량한 시민들이 국민들의 눈앞에서 죽어갔던 그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 도 있었던 일이었다. 그 사고를 뉴스로 지켜보던 시민들 그 누구도 그들이 그렇게 힘없이 수장되어 희생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그들 모두가 구조되어 무사하게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언론사의 오보들에 근거한 채 상황파악에 급급하고 그 어떤 조속한 조치도 내리지 못했던 정부는 구할 수도 있었던 그들을 그대로 죽음으로 내몰았다. 국민들은 이 어이없는 참사에 분노했으며 슬퍼했다. 그리고 무능한 정부에 대한 불만은 커져갔으며, 그것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터져 나왔다. 더 이상 가만히 TV 앞에 앉아있기를 그만두고, 가족들과 친구들과 손을 잡고 혹은 혼자서라도 광장으로 향했으며, 그곳에서 각각의 마음들은 하나의 힘이 되었다. 이것은 외부세력에 의해 조직된 것이 절대 아니었으며, 바로 우리들의 마음이 자발적으로 모여 이루어낸 힘이다. 그리고 이 힘이 바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에 회의적이었던 외신들조차 놀라게 했던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이루어낸 우리들의 힘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가장 빛났던 것은 바로 10대, 20대들의 ‘자유’에 대한 열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국정교과서를 반대했던 고등학생들, 이화여대 사태로 불거져 나온 사학비리에 들고 일어선 대학생들. 내가 공부하고 싶은 역사를 내가 선택하고자 했고,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대학에서 발생한 비리에 분노했던 이들은 다른 누구에 의해서가 아닌 바로 스스로의 생각과 판단에 의해 광장으로 향했다. 이들의 행동이야말로 스스로 말미암는다는 ‘自由’의 말뜻에 그야말로 딱 들어맞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이러한 열정은 일시적이고 단절적이어서는 안 되며, 지속적이고 연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 우리는 9년만의 정권교체를 이루었다는 만족감에 잠시 쉬어 가고자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눈은 언제나 깨어 앞을 주시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故 노무현 대통령 묘비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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