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스무 살이 보는 스무 살

사진 출처: 삼성SDS

98년생들이 스무 살이 된 지 어느 덧 약 8개월이 지났다. 그 여덟 달 동안 어른은 선택을 해야만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선택이라는 무한한 자유와 결과라는 무궁무진한 경우의 수에서 스무 살들은 압박감을 느낀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슨 짓을 해야 하는 거지?” 이걸 모르겠다는 거다. 그렇지만 알아야 한다. 우리는 성인이니까. 그래서 들어보았다. 스무 살 또래들에게, 스물을 앞두고 있거나 스물을 거쳐 간 사람들에게 스무 살은 어떤 존재냐고. 다른 사람들의 스무 살을 이해하다 보면 우리 앞에 놓인 여러 가지 선택지들도 조금이나마 명확해 보이지 않을까? 아니면 말고.

 

<스물에 관하여- ①스무 살이 보는 스무 살>

스무 살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대부분 MT와 술로 가득 찬 대학생의 모습을 떠올린다. 혹은 고등학교에서 해방되어 자유롭게 캠퍼스를 누비는 풋풋한 대학생을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 대학을 다니며 대학교에 대한 환상이 깨진 사람도 있고,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를 1년 더 하는 사람도 있다. 또, 이른 나이에 사회에 뛰어 들어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대학에 재학 중인 정세현(소프트·소프트1) 씨, 서울에서 재수생활을 하고 있는 재수생 김일구 씨. 9급 공무원 안세인 씨가 그들이다. 같은 스무 살 이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다른 생활을 하는 세 사람을 만나 보자.

 

“스무 살은 날개달린 구데기(?)다.” – 재수생 김일구(20)씨

푹푹 찌는 더위에 끊임없이 오는 장마가 더해져 불쾌지수가 오를 수 있는 대까지 오른 7월 말, 누구보다도 간절하게 이 기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원하는 이가 있다. 김일구(20)씨는 한 달 동안 춘천에서 재수생활을 하다가 서울에 있는 강북청솔학원에 다닌 지 4개월 정도 됐다.

“여기(재수학원) 오고 나서 너무 끔찍하다고 느꼈어요. 진짜 그만두고 나가고 싶다고 했는데... 막상하다 보니 학교랑 똑같더라고요. 수업 듣는 거나, 애들이랑 쉬는 시간에 노는 거나 똑같아요. 근데 조금 더 답답한 느낌. 체육시간이 없으니까요.”

김 씨는 요즘 고3 시절 보다 더 이른 시간인 6시 반에 기상한다. 7시 반까지 학원에 가서 7교시에 달하는 수업을 듣는다. 그 후 4시간 자습을 한 뒤, 집에 가서도 공부를 한뒤에야 하루가 끝난다. 6개월 동안 이러한 생활하다 보니 이제는 익숙해졌다. 물론 힘들긴 하지만 노력한 대가로 이번 6월 모의고사 점수가 잘 나와 뿌듯하다.

김 씨는 대학의 로망 따위는 잊은 지 오래다. 어차피 대학교나 고등학교나 똑같이 공부를 해야 하는 건 매한가지니까. 대학에 가서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인 생명과학을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답답한 수험 생활을 올해도 이어가고 있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그 생활을 묵묵히 참아낸다.

“이미 내 스무 살은 없어요. 대학에 가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예요. 스무 살이 매력적이라구요? 전 다 필요 없어요. 그저 좋은 대학만 가면 되는 거예요!”

김씨의 스무 살은 ‘날개달린 구데기(?)’다. 다른 친구들은 이미 대학생이 됐는데 본인만 수험 생활에 갇혀있는 것이 한스럽다. 그럼에도 그에게는 더 좋은 곳을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그렇기에 그는 ‘날개달린’ 구데기고, 훨훨 날아갈 날만을 고대하는 중이다.

 

 

“스무 살은 상상과 다르다” – 대학생 정세현(20)씨

전국에 내려진 폭염주의보로 국민 안전처가 매우 바쁘게 일을 처리하고 있는 7월 중순, 여유롭게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있는 이가 있다. 휴가철이 오기 전 친구들과 떠날 여행계획을 짜는 정세현(20)씨. 그는 종강하고 나서 이 곳 저 곳 친구들과 놀러다니거나 집 안에서 게임하느라 나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스무 살이 되고 지난 7개월은 저한테는 휴가와 마찬가지였어요. 종일 공부할 필요없이 정해진 몇 개의 수업만 들으면 되고, 자유시간이 많아졌으니까요. 제 인생에서 가장 마음 편히 놀았던 시기예요. 하지만 제가 마냥 즐겁고 여유로운 마음이었던 건 아니예요.”

지난 한 학기 동안 그는 대학의 음주 문화와 인간관계에 대해 커다란 회의감을 느꼈다.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에 가면 많은 사람을 사귀자 마음먹었던 그다. 그러나 대학교에 들어오고 나서 그의 다짐과 환상은 깨져버렸다. 술을 마시고 정신없이 게임을 하며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을 익히는 방식이 사람과 친해지는데 그리 좋은 방법이라 여겨지지 않았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대학에 가면 그곳에서만 배울 수 있는 무언가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그러나 물리 수업을 들을 때 실험할 환경이 마땅치 않아 이론수업만 진행하기 일쑤더군요. 또 지난 학기에 배운 교양이 대부분 고등학교 때 배운 것에 불과했어요.

그가 원했던 대학만의 특별한 무언가는 그 곳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기에 정씨의 스무 살은 ‘상상’과는 다르다. 사람들과 친해지는 방식에서 환멸을 느꼈고, 대학만의 특별한 무언가는 없었다. 좋은 휴가였지만 자신이 꿈꾸었던 대학생활과 많이 차이가 있어 실망이 크다. 시간이 흘러 이상과 현실의 차이에 익숙해질 날이 오길 기다릴 뿐이다.

 

 

“스무 살은 또 다른 꿈을 찾는 시기다.” - 공무원 안세인(20)씨

선풍기, 에어컨과 하루 종일 같이 붙어 다녀야 될 정도로 더운 7월 어느 날, 에어컨 바람을 너무 많이 쐐서 지친이가 있다. 힘들었던 하루일과를 끝내고 집안 청소를 하며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던 안세인(20)씨. 그는 지난 해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을 한 후 면허증를 따고, 여행도 다니고, 알바를 하기도 했다. 이번 6월부터 연수를 받고 본격적으로 일을 한 지는 4주 정도 됐다.

“일한지 얼마 안돼서 해볼 만해요.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5시 반에 퇴근해 집에 오는 생활을 계속 반복하는 중이예요. 4주 정도 이러한 생활하다 보니 익숙해졌어요. 물론 재미는 없지만 직장 분위기가 좋고 사적인 일을 많이 배려 해주는 편이라 만족해요.”

하지만 처음엔 첫 직장에 적응하기가 어려웠던 그다. 똑같은 9급으로 왔지만 20대 후반사람들과 고등학교 졸업하고 온 자신까지 나이와 학벌이 다양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온 동료들과 단어 선택에서부터 차이가 많이 난다고 느끼는 등 자격지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제가 지금 너무 나이에 맞지 않게 너무 재미없게 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직장을 다니다보면 수입이 생기니까 할 수 있는 것은 많은데 정작 할 시간이 없거든요.”

자신의 꿈이었던 공무원이 됐지만, 이 직업이 정말 자신이 원하던 것이었는지 하는 회의가 든다. 업무에 적응하느라 다른 꿈을 꿀 틈조차 없기도 하다. 그럼에도 새로운 꿈을 가져보려 한다. 그러기에 안씨의 스무 살은 ‘꿈을 찾는 시기’다.

“지금은 세계 여행하는 것이 상상 속의 꿈이에요. 지금은 그 꿈을 이룰 시간이 없기에 나중에 직업적으로 안정이 되면 꼭 이루고 싶어요. 혹시 살다 보면 또 다른 꿈이 생기지 않을까요?”

 

사람들은 사회에 나가 다양한 선택지 앞에서 결정을 하고 그것을 밀고 나가야만 한다. 스물은 그 선택을 하고 책임을 져야하는 첫 번째 시기인 것이다. 실패할 수도 있고 방황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다채로운 스무 살이기에 각자의 삶 속에서 마음껏 도전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김남윤 수습기자 kny6276@konkuk.ac.kr

이다경 수습기자 lid0411@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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