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횡단열차는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크바까지 9288KM를 달린다. 지구둘레의 4분의 1, 전 세계에서 가장 긴 철길이다. 불철주야 달리는 철마는 일주일동안 시간대가 무려 일곱 번이나 바뀌며 정차역만 100개가 넘는다. 소도시나 간이역에서는 2~3분 정도 정차하지만 인구 100만명 이상의 대도시에서는 30분 이상 정차하기도 한다. 정차역에서 승객들은 스트레칭을 하거나 담배를 피며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매일 비슷한 생활을 하지만 횡단열차에서의 하루를 소개하려고 한다.

 

오전 4시: 해가 뜨는 시간에 맞추어 기상한다. 멍을 때리면서 경치구경을 한다. 워낙 넓은 대륙을 달리다보니 날이 바뀔 때마다 풍경이 달라진다.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풍경이 너무 신비하다. 첫째 날 연해주 지역은 우리나라와 풍경이 비슷하고 셋째 날부터 몽골 국경지역부터는 초원이 보인다. 열차여행 말기에는 러시아 근교에 진입하여 아파트, 주택, 위성도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일주일동안 보이는 모든 땅이 러시아의 영토라는 사실이 충격이다. 수서역에서 고속철도를 타면 50분만에 국토의 절반을 종단할 수 있는 대한민국과 비교되었다.

 

 

오후 12시: 점심 먹는 시간이다. 밥은 주로 한국에서 싸들고 간 간편식, 러시아 정차역에서 빵이나 라면을 사기도하고, 식당칸에서 밥을 먹었다. 식당칸에서 파는 음식은 가격이 비싸 주로 빵으로 끼니를 때웠다. 고향의 맛이 그리울때는 라면을 먹었다. 러시아 어디서나 ‘도시락’라면을 구할 수 있다. 팔도 ‘도시락’ 라면이 러시아에서 인기를 끌자 팔도에서는 ‘Dosirak’이라는 러시아내 법인을 만들어 라면을 수출하고 있다. 맛은 내수용보다 심심하고 밋밋하다. 러시아내 따로 공장을 두어 현지화했다.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버섯, 김치 맛의 다섯 종류가 있다. 이중에서 김치맛이 가장 한국것과 유사하다.

 

 

오후 4시:  할 것이 없을 때는 낮잠을 자거나 가져온 ‘총, 균. 쇠’를 읽는다. 지루함에 지쳐 700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책을 하루에 50장씩 읽는다. 일주일만에 완독할 수 있다. 달리는 열차 안에서 다양한 인종, 지리, 언어, 인문고전과 함께하는 살아있는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러시아 사람들은 근처 승객들과 음식을 주고받으며 친해지기도 한다. 횡단열차가 도시와 도시를 잇는 교통수단이 아닌 사람과 사람을 잇는 대화의 장이 되기도 한다. 러시아어를 할 줄 몰라서 그냥 구경할 뿐이었지만, 많은 러시아사람들이 열차에서 친구가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오후 9시:  잠을 자기 전에 씻는다. 샤워시설이 없기 때문에 샤워를 하거나 머리를 감을 수 없다. 너무 머리가 가려운 나머지 정차한 시골역에서 샴푸를 산 후 페트병에 물을 채워서 대충이나마 씻는다. 변기는 푸세식 화장실인데, 일을 보고 페달을 밟으면 열차 바닥이 열리면서 시베리아 벌판과 철길이 보인다. 물이 중력으로 내려가면서 시베리아에 배설물을 뿌린다. 시베리아 초원에서 배설을 할 수 있는 훌륭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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