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는 축대에서 체대로 바뀌었니?”

작년 축구열풍에 이어 올해 초 테니스로 학교를 들뜨게 만든 건국대 체육인들. 이들 중 서울에서 한국체육대학과 우리대학 밖에 없다는 테니스부 학생을 인터뷰하는 것이 처음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계획은 언제나 움직이는 법. 그 학생이 일생일대 딱 한 번의 기회, 교생실습을 나간다는 정보를 듣고 기획은 마감 이틀 전에 ‘운동선수, 체육 선생님 되기’라는 주제로 바뀌었다.

그렇게 우리대학 테니스부 주장이자 사범대 학생으로서 건대부속고등학교(이하 건대부고)로 교생실습을 나간 이창훈(사범대·체교 4)군의 인터뷰를 빙자한 눈치취재가 시작되었다.

■ 선생님 되기

고등학교 등교시간에 맞춰 7시 30분까지 건대부고 4층에 마련된 교생실습생실로 출근하는 이창훈군. 조회를 시작으로 실습일지를 작성하고 오늘의 시간표대로 학생들과의 설레이고 힘겨운 하루를 시작한다. 점잖게 차려입은 교생선생님들은 교생실습을 기점으로 생활에서 지워버린 아침시간을 버티기가 힘든지 책상 위에 금새 머리를 내려 놓는다. 그 피곤한 적막 속에서 예전 고등학교 시절 필기 해놓았던 누런 공책을 펴고 공부하는 생물 교생선생님의 모습에서 아직은 작지만 큰 선생님의 모습을 본다.

조용하게 가라앉은 공기 사이로 들리는 빗소리가 팽팽한 긴장을 부드럽게 감싸고 체육복이 아닌(아침부터 본 기자를 망연자실하게 했던 봄비는 체육시간을 자습시간으로 만들었다) 양복을 입은 교생실습 5일차 이창훈군은 “밖에서만 생활하던 사람이 교실에만 계속 있으려니까 답답하고 불편해요. 학생들 앞에만 서면 말을 더듬거나 얼굴 빨개지기도 하구요. 그래도 하나라도 더 배우고 가야지요. 아직 우리반 반장 이름밖에 모르는데 학생들하고도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다음 주부터 직접 1학년은 소프트볼, 2학년은 축구, 3학년은 농구를 가르칠 계획인데 운동장에서 같이 뛰면서 친해져야죠”라고 담담한 기대를 말한다. 역시 예나 지금이나 여선생님들이 첫날부터 반 학생들의 출석부 사진과 이름을 대입하며 열심히 외우는 반면, 남선생님들은 반장 이름에 만족하며 남은 시간에 기대어 무심함의 공백을 채우려 하는 모습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이 학교에도 테니스부가 있는데 지금은 시합이 있어서 모두 없어요. 만나면 ‘열심히 하라고’ 어깨라도 두드려 주면 좋은데…”

힘든것은 겪어본 사람만 안다고 후배를 챙기는 선배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든든하다. 조금은 많은 봄비가 여전히 허공을 채우고 교생실습실은 생각보다 짧은 50분의 수업과 10분의 쉬는 시간 종소리에 맞춰 부산하게 움직인다.

■ 잠깐!! 교생선생님 만나기

정정아 (교육대학원·국어교육) “교실에 들어가는 순간 느껴지는 학생들의 따뜻한 눈인사가 힘을 주어요. 애들의 살아있는 눈이 너무 예쁘구요. ‘봉산탈춤‘을 가르쳐야 하는데 직접 학생들과 극을 구성해 입체적인 수업을 할 계획이예요”

박호남 (사범대·일어교육 4)

“학생들이 자유롭고 참여적이지만 ‘친구’가 중요시되는 또래집단이니 만큼 적극적으로 참여하기엔 다른 학생들의 견제가 심해요. 각 반 인원이 35명인데 더 줄여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애들이 원하는 건 권위가 아니라 이해와 존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꼭 존댓말을 써주고 있어요”

○○○ (사범대·수학교육)

“선생님은 수업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선생님들이 처리해야 하는 불필요한 잡무가 많은 것 같아요. 학생들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교육환경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교사는 같은 자리에 있으면서 사람으로 남는 직업인데 앞으로 많이 움직이는 교사가 되고 싶어요”

■ 운동선수로 돌아오기

늦은 5시 즈음 정신없고 어수선한 학생들과의 하루를 종례라는 이름으로 마치고 체육관으로 향한다. 운동복으로 갈아입으니 말쑥한 선생님은 온데간데 없고 뻐근한 몸을 웨이트트레이닝 하는 다부진 테니스 선수만 서 있다. 이형택 선수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하니 얼굴이 까매서 그렇다며 웃는다.

“평소에는 이른 6시부터 9시 30분까지 운동장 15바퀴를 돌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낮에는 12시 30분부터 5시까지, 야간에는 8시부터 9시까지 훈련을 해요. 혼자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자기관리가 철저해야 해요. 자신과의 싸움이거든요”라며 말하는 모습에서 운동선수 특유의 승부욕이 치열하게 느껴진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부모님이 테니스장을 운영하셨어요. 당연히 그때부터 라켓을 잡게 되었는데 신사적인 운동이라서 좋더라구요. 고1 때 현대에서 스폰서가 들어왔는데 IMF 때문에 무산된 적이 있었어요. 그 후 한동안 슬럼프에 빠져서 힘들었는데 고3 때부터 죽기살기로 연습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죠.” 초등학교 때 서울로 스카웃되어 지금까지 부모님과 떨어져 살고 있다는 그의 말을 들으니 어쩌면 공부가 제일 쉽다는 말이 적어도 여기서는 맞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는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예요. 더 큰 욕심은 우리나라 스포츠계에서 이름을 남길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는 것이예요. 그리고 많은 테니스 선수가 국제적으로 성공하여 테니스가 사람들의 큰 관심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되었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마치며 그는 맥박의 진동을 따라 뛰는 음악소리에 땀을 맡긴다.

교실에서 보다는 체육관에서 목소리가 살아나고 양복보다는 체육복이 훨씬 자연스러운 이창훈군. ‘체육선생님 〈 테니스 선수’ 명제가 약간은 아쉽기도 하지만 믿음직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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