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된 시들은 대체로 두 가지 유형 중 하나일 경우가 많았다. 개인적 감정을 토로하면서 막연하고 상투적인 한계에 갇혀 있는 작품들과, 구체적 현실감이나 나름의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지만 표현이 너무 거칠고 직설적인 작품들. 그 중에서도 내용과 형식이 어느 정도 균형감을 갖추고 있고 개성적인 목소리를 지닌 작품들은 <가랑눈> <구심력과 원심력> <늙은 개의 고양이 세탁소> <딱딱한 밥 살리는 방법> <졌습니다> 등이었다. 이 시들은 제목부터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독특한 발상과 표현을 짐작케 한다. 이 다섯 사람은 약간의 편차는 있었지만 좋은 시를 쓰기에 충분한 자질과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선작으로 선정한 <가랑눈>은 유니크한 언어와 리듬을 구사하면서 사랑의 미묘한 음영을 잘 살려낸 수작이다. 함께 투고한 작품들도 고른 수준을 보여주어서 더 믿음이 갔다. 키스의 느낌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이를 감각적으로 증폭시켜나간 <어떤 사랑>이나 타투를 하는 과정을 통해 ‘살’에 대한 풍부한 이미지들을 길어올린 <문신시술과정> 등은 몸에 대한 남다른 관찰과 사유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시는 감정의 해방이 아니라 감정으로부터의 도피”라는 엘리어트의 말처럼, 그의 시들은 에로스의 에너지를 충분히 내장하면서도 그것을 날것으로 분출하지 않는다. 예컨대 “너의 온도로 눈이 내렸다”나 “바닥에 스며든 눈처럼 / 구름처럼 아프고 싶어” 등 다소 감상적일 수 있는 대목들을 참신한 비유나 절제된 표현으로 처리해내고 있다. 또한 시행의 확장과 응축을 신축성있게 조율함으로써 시가 길어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몸의 감각에 집중할 줄 아는 한 시인의 탄생을 즐겁게 예감하며, 당선을 축하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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