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는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지칭하는 까닭은 세상사 어떤 것이든 문화적 상상력으로 소설화할 수 있는 이야기 꾼이기 때문이다. 흔히 누명 쓴 사람들이 하소연할 때 ‘소설같은 얘기 그만하라’고 하는데, 그건 소설의 본질을 모르는 우매한 발언이다.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문학적 상상력과 문학의 틀로 엮어낸 것이 소설이기에 거짓과는 분명하게 구분되는 것이다.

이번 건대신문 문학상 소설부문 14편을 펼쳐놓고 문학의 시대가 기우는 게 아니라 더 넓은 길로 나아가는 숙련기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제2회 건대신문 문화상 소설 부분에 당선됐던 1968년의 추억을 떠올리며 응모한 문학도들의 열정과 영혼의 뜨거움과 관찰력에 박수를 보내며 다음 4편을 주목했다.

『작열하는 자유지 시장』은 상상력이 독특하고 서술과정에서 소설의 흐름을 따라가게 만드는 필력이 돋보였다. 구성에서 ‘중략’을 사용하지 않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살인사건 현장과 죄의 응징이 현실적이지 않지만 매듭과 이음을 잘 정돈한 창의력이 좋았다.

『바람을 쫓는 아이』는 먼 바닷가에서 온 소년과 토네이도에 휩쓸려 간 이국적 소재를 소녀의 시선으로 차지게 그려나갔다. 문장이 섬세하고 상상력의 무게가 남날라 문학에 대한 열정이 높아보였다. 삶과 죽음 그리고 인연의 찰나적 상징을 잘 표현했다.

『어떤 종류의 수치심』은 어린시절의 짝궁과 얽힌 추억담같지만 그 내면에는 인간의 수치심을 절묘하게 파헤친 수작이었다. 길거리 어디서나 마주치는 전단지를 통해 삶의 굴곡을 은유법으로 잘 전달했으며 단체카톡방의 유행을 비틀고 뻔뻔한 ‘갑질’도 의미있게 조명하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영원의 순간』은 깔끔하고 잘 꾸며진 수필같은 문장력이 돋보였다. 인간의 내면을 군더더기없이 담백하게 서술했으나 갈등구조가 미약하고 구성의 묘미가 조금 약하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현대소설의 흐름을 꿰뚫는 능력이 돋보였다. 카페나 펍의 현장을 면밀하게 관찰했고 매 순간 변화무쌍한 인간심리를 조밀하게 그려냈다.

 

작품의 우열을 가리지 쉽지 않아 가능성이 많은 작품을 염두에 두고 『영원의 순간』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응모한 문학도들의 건필과 영혼의 향기가 더욱 풍성해지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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