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떨합니다. 금방이라도 잘못 전달되었다고 할 것만 같아서 무섭기도 하네요. 지각하기 직전, 달리다가 받은 전화가 당선 연락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모르는 번호는 잘 받지 않는데, 이상하게 받고 싶던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였나봅니다.

‘첫사랑은 평생 동안 잊지 못한다’는 말에서 시작된 소설이 <영원의 순간>이었습니다. 장난스럽게 30대 여사장과 20대 아르바이트생의 어설픈 연애 소설이야, 하곤 했는데, 진짜 그게 전부입니다.

어쩌면 첫사랑일지 모르는 사월과 시간을 더 보낸 영원, 갑자기 찾아온 우현. 등장인물의 이름, 소설의 제목 모두 마음에 드는 것이 나오지 않아 제목과 이름을 정하는 데만 반년은 걸렸습니다. ‘영원’과 ‘우현’, ‘사월’의 성별도 남자와 여자를 넘나들다가 끝내 지금이 되었고, 제목은 <영원의 순간>이 되었습니다. 출품 직전까지 망설였는데, 지금 보니 이대로가 가장 좋은 것 같아요.

1학년 1학기, 신동흔 선생님 수업에서 들은 말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아주 어릴 적부터 들어오던 ‘오늘이 이야기’였습니다. 오늘이가 매일이와 장상 도령을 만나는 과정에서, ‘오늘이 결국 매일이 된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한동안 그 말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이 결국 매일이다, 그럼 꿈꾸는 영원도 오늘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하루가 매일이 되는 것처럼 쌓인 사랑의 기억이 결국 온 생의 사랑이 되는 것. 사월과 우현이 영원의 삶에 들어와 있는 그 순간이 결국 영원의 일부가 되는 것. 흐르는 시간을 잡을 수는 없지만, 영원이 찍은 사진처럼 기억에 담길 수는 있지 않을까요.

소설 내의 노래 가사는 Foo Fighters와 Norah Jones의 <Virginia Moon>에서, 네온 조명의 구절은 Sia의 <Lullaby>에서, 영화 대사는 <첫키스만 50번째>에서 가져왔습니다. 이것 말고도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만화 <피아노의 숲>이 언급됩니다. 모두 제가 좋아하는 노래와 만화와 영화들이에요.

아직도 주변에다가 글을 씁니다, 하고 말할 때면 이렇게 말해도 되나, 싶은 마음을 없애지 못합니다. 글을 쓰고는 있지만 정말 쓰고 있는 건지, 써도 되는 건지 확신하지 못하고 망설일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면 정세랑 작가님의 『피프티 피플』에서 ‘앞으로 다른 일을 하더라도 비밀리에는 사서일 것’이라고 말하는 주인공을 떠올립니다.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가지게 되더라도, 비밀리에는 글쟁이이고 싶습니다.

소설 봐달라고 우는 절 받아주는 친구들, 문학 동아리 글꾼 친구들,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저를 감당해주는 가족들, 언제나 항상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열심히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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