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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담지 못한 마음을 전하는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김예신 기자 | 승인 2017.12.01 04:44

말과 글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어디서나 이 그릇을 예쁘게 빚어내는 사람이 사랑 받으며 중요한 자리에서 사람들은 같은 의도를 가진 말도 단어를 신중히 벼려내서 말한다. 언어가 얼마나 인간사회에 얼마나 중요한지 방증한다.

사실 언어는 소통을 이루는 아주 작은 조각 하나에 불과하다. 김우룡·김해영 저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대화는 7%의 언어로 이뤄지며 나머지 93%는 표정과 몸짓을 비롯한 언어외적 요소들이 결정한다. 실제로 진심된 행동을 수반한 말 한마디는 모든 진심을 아우르지만 천마디 말도 이를 뒷받침 해 줄 비언어적 수단 없이는 구구절절한 넋두리에 불과하다.

<건대신문>에선 비언어적 행동 양식이 어떻게 습득되고 비언어적 요소인 △시간 △행동 △이모티콘에 대해 정리해 봤다.

 

시청각 장애를 가진 아이도 똑같이 울고 웃는다

눈 먼 아이도 웃는 법을 안다

언어를 학습하듯 인간은 타인을 모방함으로써 비언어 양식을 습득한다. 이에 학습하지 않은 외국어처럼 다른 문화권 비언어 행동은 원활히 해석되지 않는다. 미국 서부권에서 악수를 할 땐 눈을 바로 마주친 채 손에 힘을 꽉 주어야 예의다. 그러나 일본에서 손을 맞잡을 때 눈을 마주치는 행동을 결례며 중동 사람들은 꽉 붙잡는 손에서 불쾌감을 느낀다. 남미 국가에서 일상적인인사인 포옹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부담을 줄 수 있으며 보통 조롱 할 때 내미는 혓바닥이 티베트에선 인사다. 이처럼 해당 문화권 비언어적 요소를 모르면 소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영어 회화에 있어서 제스쳐도 함께 학습하는 이유다.

이처럼 학습을 통한 같은 행동에서 나오는 다른 해석들 때문에 비언어적 표현은 모두 후천적으로 학습된다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는 몇 가지 비언어를 날 때부터 지닌다. 오스트리아 행동 분석학자 아이블-아이베스펠트(Eibl-Eibestfeldt)는 두 살에서 열 살 사이 시청각 장애 어린이들의 표정을 일반 아이들과 비교했다. 놀랍게도 보지 못해도 듣지 못해도 똑같이 울고 웃었다. 더불어 캐나다 사람인 데이비드 라이머(David Reimer)는 생후 8개월, 의료사고로 인해 성기가 절단된 후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하고 12년간 호르몬 치료와 사회적 훈련을 받았음에도 일반적인 남성에게 두드러지는 행동 양식을 따랐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선 가장 좋은 때를 기다린 뒤 말을 건네야 한다.

타이밍이 메시지를 전한다

KBS 개그콘서트에 ‘생활의 발견’이라는 코너가 있었다. 한 남자가 연인에게 이별을 고한다. 관객들은 박장대소하며 쓰러진다. 그 슬픈 순간을 어떻게 개그 소재로 쓰며 사람들은 눈물이 아닌 웃음을 보일까? 여자는 이별을 듣는 순간 밥을 한 공기 더 주문하고 있었다. 이처럼 ‘타이밍’은 즉 시간은 이별도 우스꽝스러운 정도로 소통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류준열은 말한다,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소통도 마찬가지다. ‘언제’ 하냐가 중요하다. 주말에 시급한 일이 없는 이상 근로자에게 공적 업무 때문에 하는 연락은 금기다. 주말은 휴식이 보장된 시간이기 때문이다. 수능이 끝난 수험생에게 바로 성적을 물어보는 친구나 친척은 그 시험 성패여부를 떠나 배려심이 없다는 인상을 강하게 줄 수 있다. 원활한 소통을 원한다면 차분하게 가장 좋을 때를 기다린 뒤 말을 건네야 한다.

썸녀 혹은 썸남이 메시지에 바로 대답을 하냐마느냐가 그 마음을 헤아리는 지표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마냥 틀린 말이 아니다. 정적은 무거운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회신이 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 된다. 의식적으로 조작하기 힘들기에 더 진실되게 해석된다. 그해석은 매우 가변적이기도 하다. 경우에 따라 즉답이 그 진실성을 의심받기도, 대답을 주저하는 그 자체가 부정을 뜻하기도 한다. 이 침묵이 잘 이용되고 해석 될 때야 진의가 오가는 소통이 이뤄진다.

 

때론 맞잡은 손이 천 마디 말을 대신한다.

행동이 무의식을 말 한다

‘언제나 시선 끝에 네가 있었다’는 표현이 있다. 좋아하는 이성에게 그 마음을 표현한 어구다.이처럼 우리 신체기관은 발끝에서 머리까지 끊임없이 무의식 중에 메시지를 전한다. 거짓말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특정 습관들, 혹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하게 되는 행동이 그 예시들이다.

우리가 몸짓을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들은 크게 △적응 행위 △상징 행위 △설명 행위 이 세 가지로 구별된다. 첫째, 적응 행위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발달된 행위다. 춥다는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우리는 의도적으로 팔을 비비거나 몸을 떤다. 추울 때 몸이 열을 내기 위해하는 행위를 그대로 묘사한 것이다.

두 번째, 상징 행위는 사회관습적으로 약속된 행동을 모방해 발달됐다. 엄지를 추켜세워 최고를 표현하는 모습이 그 예시다. 이 행위는 문화권 별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일례로 미국 부시(G.W. Bush) 대통령은 호주에서 모욕을 주는 ‘V’ 손 모양을 승리를 뜻하는 손짓으로 써 곤욕을 겪었다.

마지막으로 설명 행위는 언어를 보강하기 위한 몸짓이다. 사랑한다고 말하며 연인을 껴 안는 행동이나, 분노에 멱살을 잡는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단순한 언어 전달보다 더 극적으로 감정을 전달해 줄 때 쓰인다.

이목구비 중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한다. 상대가 거짓말을 한다고 의심이 들면 우리는 눈을 똑바로 보라고 이야기 한다. 가장 중요한 감각기관인 눈은 감정 역시 여과 없이 표현하기 때문이다. 상대를 바라보며 경청하고 있음을 알려주며 때론 눈짓의 작은 움직임이 놀람, 분노, 행복 등 다양한 감정을 전한다.

 

이모티콘이 감정을 익살스럽게 표현한다

팀플조가 막 짜인 뒤 단톡방, 어색한 적막을 깨며 팀원 몇 몇이 인사를 하기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00학번 00학과 000입니다^^”, “00학번 000입니다~ㅎㅎ” 등. 그런데 꼭 인사에 ‘^^’이나‘ㅎㅎ’ 같은 이모티콘들이 따라 붙는다. 오히려 이모티콘 없는 인사가 삭막해 보일 정도다. 

이모티콘은 그 형상 자체가 직관적으로 뜻을 전한다. 통신기술이 발달해 그림 메시지를 부담 없이 주고 받게 된 현재, 이모티콘은 그 시장 자체가 산업이 될 정도로 부상했다. 글로만 전하지 못한 의도들을 다양한 캐릭터와 아이콘으로 익살스레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이용한 최초의 이모티콘은 카네기멜론대학교 학생이 최초로 사용했다고 알려졌다. 웃는 모습이 대다수기에 ‘웃음 상징(smiley symbol)’이라고 불렸다.

이모티콘의 역사는 꽤 깊다. 정조는 신하들에게 편지를 쓸 때 ‘訶訶訶’라는 표현을 즐겨 썼다.읽으면 ‘가가가’라는 소리가 나는데 지금의 ‘ㅋㅋㅋ’정도로 짐작된다. 더불어 『레미제라블』의저자 ‘빅토르 위고’도 출판사에 ‘?’한 글자만 보낸 적 있다. 자신의 책이 잘 팔리냐는 질문이다.이에 ‘!’라는 한 글자로 놀랍도록 잘 팔린다는뜻의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과한 이모티콘 사용은 자칫 대화를 피상적으로 만들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영화보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묻는다면 글로 이루어진 세세한 묘사가 자극하는 상상력을 꼽는다. 적절한 이모티콘 사용은 분위기를 풀어주며 직관적으로 의사를 전달 할 수 있겠지만 남용하는 습관은 감정을 정확히 집어내어 표현하지 못하게 만든다. 연인과 이별한 슬픔을 어떻게‘ㅠㅠ’ 두 글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ㄳ’ 두글자보단 ‘고맙다’는 말이 주는 울림이 더 크다.

언어가 모든 마음을 전하진 않는다. 온 몸이 무의식을 말하고, 시간이 진의를 전하며, 다채로운 이모티콘이 언어에 색을 더해준다. 상대가 무슨 뜻을 품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비언어를 들어라.언어라는 포장에 감춰진 진심이 슬며시 고개를 내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김예신 기자  yesin9797@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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