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몸에 난 상처에 스스로 소금을 뿌리는 어처구니 없는 역사가 또 한번 만들어졌다. 한 배우가 위안부를 소재로 한 누드집을 만든 것이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과 네티즌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제작자와 배우는 “단순한 누드가 아니다”라며 “일본에 ‘위안부’라는 그들의 과오를 각성시키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그러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누드집의 결말이 “위안부로 상처받은 한 여성이 일본의 매춘부인 게이샤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임이 밝혀지자 모두들 경악을 금치못했다.

▲ © 한영훈 기자

한편 600차가 다 되어가는 수요집회는 오랜만에 세간의 관심을 샀다. 학보사나 들어보지 못한 작은 잡지·신문사 기자들 3∼4명만이 수요집회에 함께 하던 때가 많았으나, 누드집 사건 이후로는 내놓라하는 언론 4사와 방송 3사들이 하루가 바쁘게 할머니들을 찾은 것이다.

언론 뿐만이 아니었다. 일반 시민들의 참여도 높아졌고 무엇보다 네티즌들의 움직임이 폭발적이었다. 위안부 누드 프로젝트 사건으로 만들어진 ‘안티 리’ 카페는 벌써 회원수 5만여명을 육박하고 있다. 여기에는 “20대 뿐 아니라 8살, 12살의 어린이들과 30∼40대의 성인들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 © 한영훈 기자
‘안티 리’ 카페 운영자 최대성(33)씨는 “대학생을 포함한 국민 모두의 관심이 지속 되야 한다”며 “이번 이승연 누드집 문제가 친일청산 문제와 일본의 과거사 사죄 문제들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 “카페 이름도 바꿀 것을 논의중”이라고. 게다가 ‘종군위안부 누드 반대 카페’에서는 할머니들을 위한 ‘명예와 인권의 전당’ 건립을 위한 모금운동을 했고, 시작한지 3일만에 1,548만원이나 모았다고 한다. 네티즌들의 관심과 참여가 얼마나 높아졌는가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성과였다.

한편 우리대학 총여학생회(총여) 학생들도 누드집 사건을 예의 주시해왔다. 정보라(정치대·정외3) 총여 부회장은 처음 위안부 누드집을 홍보하는 배우를 보며 “너무 당당하게 홍보해 설마 정말 상업용으로 만들어진 누드겠느냐”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아무리 모른다 하더라도 아직 씻지도 못한 우리의 역사적 치욕을 그렇게 가볍게 다루겠느냐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공개 시사회를 하겠다는 제작자의 입장을 보면서 “너무나 화가 났다”고 김승은(경영대·경영정보3) 총여 회장은 말한다. “시사회를 한다는 것은 팔아보겠다는 심산에서 하는 말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후 총여는 제작사와 배우의 공개 사과와 촬영물 전면 폐기, 정치인·언론·국민의 지속적인 관심 촉구를 내용으로 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김승은 총여 회장은 “남성들의 전쟁에서 여성은 성적 노리개였다”고 말한다. “전쟁에서 여성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것은 피침략국의 민족성을 짓밟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결국 “전쟁이 끝난 다음에도 몸서리 쳐지는 치욕을 몸과 마음에 품고 가야하는 사람 역시 여성”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쟁 속에서 생겨난 여성의 상처는 민족의 상처다. 때문에 전후 이들의 아픔을 치유해야 하는 것은 우리 민족 전체의 몫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을 비롯한 일반 시민들은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총여 회장과 부회장은 이것을 ‘역사교육 부재’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근현대사에 대한 교육이 너무나 잘못되어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와 언론 등 각계의 대처도 미비하고 그런 역사의식 결여가 이번 누드집까지 등장시켰다”는 것.

이번에 ‘누드집’으로 폭발된 여론들을 또다시 잠재워서는 안된다. 우리 역사에 대한 올바른 문제제기와 바른 역사관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친구와 함께 한번쯤 수요집회에 참여해보고, 50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이어지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인터넷에서 일제시대 이분들이 겪었던 것들에 대해 한번이라도 검색해 볼 필요가 있다. 바쁘다는 중고등학생들도 수요집회에 참여한다고 한다. 한국사회의 젊은 대학생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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