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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小確幸)이 트렌드인 시대
윤상희(사과대·행정15) | 승인 2018.03.05 04:04
윤상희(사과대·행정15)

소확행(小確幸), 일상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말로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의 에세이에서 처음 소개하며 알려진 단어다. 취업, 결혼, 고소득 등의 크고 성취가 불확실한 행복을 좇기보다 일상의 작지만 성취하기 쉬운 행복을 추구하자는 것인데, 트렌드 코리아로 잘 알려진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에서 이 소확행을 2018년의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선정했다. 간결한 표현으로 묵직하게와 닿게 한다는 것이 하루키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라지만 소확행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무릎을 탁 쳤을 정도로 그 단어가 주는 깨달음은 참 컸다. 하루키가 표현한 소확행은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서 먹는 것, 겨울밤 부스럭거리며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감촉 등인데, 이러한 것 말고도 생각해보면 우리 일상에서의 소확행이 얼마나 많은지. 한참 스트레스를 받다가도 택배가 도착했다는 문자 한 통에 얼마나 쉽게 스트레스가 풀려버리곤 하던지. 내가 무심코 겪어왔던 소확행들이 스쳐가며 역시 하루키다 싶었더랬다.

올해의 트렌드 키워드로 ‘소확행’이 선정된 후, 소확행이라는 단어를 인생의 모토로까지 두고 있는 나는 참 그 소식이 반가워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하루종일 마음 한 켠이 조금 불편했다. 트렌드 코리아에서 잘못 선정했다거나, 선정 내용이 공감이 되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보다 모든 것이 회의적인 한 취준생에게 소확행이 최근의 트렌드라는 소식이, 마치 닥쳐있는 높은 이상의 벽을 타고 올라가기 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라는 말로 들렸을 뿐이다. 급기야 내가 그동안 ‘추구해왔다고’ 생각한 소확행이 혹시 내가 떠는 궁상에 대한 합리화는 아니었던가 싶었다. 값비싸고 큰 행복을 추구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러지 못해서 소소한 행복이나마 추구하고 있는 것뿐인데, 그 속마음도 모르고 트렌드라며 기정사실화 해버리는 건 아닌가 하는 약간의 반항적인 생각도 들었다. 소확행이 트렌드라는 것은 현재 우리네 삶에서 너도나도 소소한 것이 행복하다! 라고 부르짖고 있다는 말인데, 소소할 수밖에 없어서 그 소소함이라도 행복해보자고 자위하는 건 아닐까.

작년 크게 유행한 <쌈마이웨이>라는 드라마에서 여자친구 설희가 이대로가 참 좋다, 같이 누리는 소소한 행복이 더 좋다는 말에 주만이는 왜 행복이 맨날 치사하게 소소해야만 하냐고, 맨날 소소하기만 하다가 언제 집사고, 결혼하고, 아이 낳냐고 외친다. 그간 소소한 행복이 좋다고 여겨온 나한테 주만이의 외침은 정말이지 아차 싶었다. 말로는 소소한 행복이 좋다면서 더 많은 돈을 주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매일 아등바등 살아가는 나는 과연 모순적인 사람인걸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만 궁금한 와중에도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며 그 사이에 소소하게라도 행복한 것 뿐 이었다. 소확행이 트렌드로까지 선정되는걸 보면 이게 나만의 일은 아닌가보다. 어찌 보면 참 슬픈 트렌드다. 하지만 역시나 내가 이 와중에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말은, 매 하루를 후회없이 열심히 살고, 그 틈에서 꼭 행복하긴 하자는 것. 그렇게나마 행복해야 힘들다는 요즘 현실이 조금은 덜어지지 않을까.

 

윤상희(사과대·행정15)  kk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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