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에서 밝혀지는 은폐됐던 권력형 성추행, 재발 방지를 위한 목격자의 용기 필요

지난 1월 29일 서지현 검사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2010년 서울 북부지검 근무 당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을 폭로했다. 방송이 송출된 이후 빠르게 사회 각계 여성들은 과거 ‘상대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남성들에게 성폭행을 당했던 사실을 폭로하며 “미투(Me Too)운동”을 일으켰다. 정치계에서도 미투(Me too)운동의 바람이 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국회의원을 비롯한 여성 의원들은 서지현 검사의 용기를 응원하며 미투(Me Too)운동을 지지한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미투(Me Too)운동의 여파로 유명 시인의 이름도 가해자로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미투(Me Too)운동이 페미니스트의 주장을 강화 시키는 도구이다’, ‘무고한 사람을 잡는 마녀사냥이다’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과연 미투(Me Too)운동이 무엇이고, 새롭게 등장한 ‘미 퍼스트(Me First)’는 어떤 것인지 분석해본다.

 

출처 뉴욕타임즈

은폐됐던 권력형 성추행, #Me Too라는 이름으로 드러나다

2017년 10월 미국 뉴욕타임스는 할리우드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이 30여 년 동안 모델, 배우, 영화사 직원에게 성희롱 및 성추행을 자행했다고 폭로했다. 하비 와인스틴 사건은 미국 사회에 숨죽어 있던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게 된 발단이 됐다. 폭로의 바람은 미국 정계까지 이어졌으며 조지 H. W. 부시 미국 前 대통령이 간병인을 성추행했다는 증언까지도 나오게 됐다. 또한 뉴욕타임스는 2017년 올해의 인물로 ‘The Silence Breaker(침묵을 깬 사람들)’을 선정하기도 했다.

놀랍게도, 우리나라에서는 미국 보다 좀 더 빨리 미투(Me Too)운동의 조짐이 보였었다. 2016년 만화 스토리 작가 전진석씨가 사제지간에 있던 허초롱씨를 성희롱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바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각계로부터 성희롱 사건들이 폭로된 것이다. 당시 문단과 연예계 등에서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유명 인사들이 성추행을 자행했던 사실들이 드러났다. 하지만 당시에는 정치적 이슈로 인해 미투(Me Too)운동은 조짐에 그쳤을 뿐, 크게 확산 양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미국의 사례나 2016년 우리나라 사례, 지금까지 폭로된 것들을 보면 결국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남성이 여성을 성희롱, 나아가 성추행한 구조이다. 이에 상대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 성희롱 혹은 성추행을 할 경우 적절한 대응을 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가해자가 상대적으로 지위가 높은 사람이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평소 교단에서 수업과 연계해 여성 인권 침해 사례들을 많이 언급할 정도로 관심이 많은 우리대학 A학과 교수는 “여성들이 성희롱 또는 성추행을 당할 경우 당장 머리가 하얘질 만큼 당황스럽기 때문에 적절한 거부의 대응을 할 수 없다”며 “특히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권력이 있는 사람이 자행할 경우 더욱 그렇다”고 밝혔다.

 

래디컬 페미니즘의 도구로 변질될 우려도 있지만 미투(Me Too)운동 자체는 지지 받아야

작년 12월 박진성 시인이 약물과다복용으로 자살을 기도하다가 경찰의 도움으로 살아났다. 박 시인은 성폭행 혐의로 1년 동안 한 작가 지망생과 법정 다툼을 벌이다가 지난 17년 9월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바 있었다. 하지만 박 시인의 책은 출간 계획이 엎어지며 큰 타격을 입었고 자신의 무고함을 알리고자 자살을 시도했다. 미투 운동(Me Too)을 통해 그동안 사회 만연했던 권력형 성추행을 폭로하고 새로운 사회로 나아갈 발판이 마련되고 있긴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무고한 사람이 마녀사냥이 되는 등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미투(Me Too) 운동 본질이 훼손될 정도로 경계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우리대학 B학과 교수는 “미투(Me Too)운동은 정말 오랫동안 음지에서 참고 견뎠던 이들이 이제야 목소리를 내며 용기를 내는 일련의 과정”이라며 “급진적인 사람들에 의해 그 성격이 훼손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출처 infoshop news

대학가에도 퍼진 미투 운동

27일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공식 페이스북에 세종대학교 K 교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글이 게재됐다. 글쓴이는 “처음에는 K교수를 스승으로서 배우로서 깊게 존경하게 신뢰했었다”며 “그런데 K교수가 식사를 마치고 잠깐 모텔에서 쉬어가자고 하면서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폭로했다. K교수로 지목된 배우 김태훈씨는 28일 언론 인터뷰에서 “교육자로서 깊이 헤아리지 못하고 행동한 부분이 있고, 이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하고 세종대 교수직을 자진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명지전문대학 연극영상과 교수를 맡고 있는 배우 최용민씨 역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최씨가 성추행을 했다는 글이 올라가면서 최씨는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다. 피해를 본 모든 분께 사죄드린다. 모든 연기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최씨는 “공연을 함께하며 강제로 키스를 당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우리대학에서도 미투 운동의 일환은 아니지만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이 학생회관 앞 대자보에 실려 큰 문제가 됐었다. 작년 1학기 철학과 A학우는 학술답사 도중 자고 있던 B학우를 성추행한 사실이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고 A학우는 징계위원회를 통해 퇴학조치를 당했다.

한편 우리대학 C학과 한 여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암암리에 어른으로부터 성추행을 안 당했던 적이 없다’며 ‘우리 근처에 권력형 성추행은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어느 환경에 가던지 심지어 교단에 선 이후로도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동료들과의 회식 자리도 피하게 되고 성추행의 여지를 안 남기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Me First, 목격자의 힘이 절실히필요

“내 앞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절대로 방관하지 않고 나부터 먼저 나서서 막겠다는 미 퍼스트운동이 필요하다”, “나부터 그 한 사람이 되겠다”, “앞으로는 더 노골적으로, 가혹하게, 선동적으로 가해자들을 제지하고, 비난하고, 왕따시키겠다”, “21세기 대한민국이 침팬지 무리보다 조금은 낫다는 것을 증명해보이겠다”

서울 동부지법 문유식 부장판사가 자신이 ‘딸들의 아버지’라고 밝히며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행동을 접한 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인해 동료 검사들이 수사 대상일 수도 있는 문 판사는 단순히 미투(Me Too)운동은 작은 가지에 불과하며 2차 피해를 받을 수 있는 피해자들을 위한 방법으로 ‘목격자의 힘’을 강조했다.

우리대학 융합인재학과 최하영 교수는 자제들에게 ‘미투(Me Too) 운동’과 더 나아가 ‘미 퍼스트(Me First)’를 실천하도록 교육한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더 이상 딸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조심히 다녀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한다. 최 교수는 대신 딸에게 “만약 성적 수치심을 느낄 일이 생긴다면 그 사실을 용기 있게 잘못됐다고 이야기하라”고 교육한다. 최 교수는 여성 피해자 비율이 남성 피해자 비율보다 높은 현실에서 오히려 여성이 눈치를 보는 것은 잘못된 젠더 의식으로 생긴 일이라고 보고 있다. 이어 최 교수는 다른 자제인 아들에게 “여성들이 부당한 상황을 당했을 경우 방관하지 말고 피해자보다 먼저 목격자로서 사실을 이야기하라”고 가르친다. 최 교수는 이런 교육을 통해 미 퍼스트(Me First)가 사회 인식으로 자리 잡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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