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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대, 등록금 환불해라”, 전국 사학에 대한 ‘경고’교육환경 개선에 손 놓았던 수원대, 대법원으로부터 판결 받아
최의종 기자 | 승인 2018.08.27 00:00
수원대 입구 사진/출처 화성신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지난 7월 20일 교육환경이 공정하지 못하면 등록금을 환불 받을 수 있다는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은 수원대학교 학교법인과 대학본부가 열악한 교육환경과 미흡한 교육의 질을 제공한 사실과 관련 수원대 학생들에게 등록금 일부를 환불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소송을 걸었던 42명은 2013년 7월 대학 재정이 양호함에도 실험실습을 비롯한 교육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을 근거로 5년 동안 법정 싸움 끝에 30만~90만 원씩 총 2천580만 원(법정이자별도)의 등록금을 환불 받을 수 있게 됐다. 반값등록금 운동이나 등록금인하운동은 있었지만, 열악한 교육의 질로 등록금을 환불하라는 판결이 나온 것은 사상 처음이다. <건대신문>에서는 이번 수원대학교 등록금 환불 판결이 의미하는 점을 알아보도록 한다.

 

열악한 실험실습환경에 참다못해 터진 학생들

군대를 전역하고 11학번으로 대학을 들어간 고태흔(수원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씨는 당시 대학을 입학하자마자 흔히 말하는 ‘캠퍼스라이프’는 포기했다. 공과대학인 만큼 다양한 실습 도구들과 함께 여러 활동들을 꿈꿨지만 그 꿈은 모두 산산조각 났다. 건축공학과의 실험실로 불리는 설계실은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철에도 에어컨 하나 없었고, 평평해야 제도가 가능한 재료판은 노후해 울퉁불퉁했다. 실험실습환경의 열악함은 단순 건축공학과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연극영화학과의 경우 학과 특성상 제작비와 음향기기가 반드시 필요했다. 그러나 당시 연극영화학과를 다녔던 학생들에 따르면 1년에 학과 운영비와 실험·실습비 3천만 원을 받고 모든 것을 집행해야 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등록금 내고 다니는 학교에서 실습을 위해 또 다시 개인적인 돈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정보통신대학의 경우에는 컴퓨터프로그램은 실습의 시작이자 끝이다. 그럼에도 라이센스 문제로 항상 제대로 된 실습을 하지 못했다고 하며, 수업자료를 인쇄하기 위한 출력실 컴퓨터의 윈도우조차 정품이 아니었다고 한다.

학생들이 더욱 분노를 느꼈던 이유는 이런 불만을 토로하고 나서야 개선의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점이다. 고태흔 씨는 “의문제기를 하기 전에 아무도 이상하다는 점을 표현하지 않은 것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제기를 하고 나서야 움직이는 흉내라도 내기 시작한 것이 참 씁쓸했다”고 회상했다.

실험실습환경에 문제가 있음을 깨달은 학생들 88명은 13년 처음 환불소송을 위해 뜻을 모았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의 도움을 받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처음 뜻을 모은 88명은 기자회견 이후 학교 측의 회유로 점점 인원이 줄었고 지난 7월 20일 최종 대법원까지 간 인원은 42명이었다. 비록 끝까지 소송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음지에서 꾸준히 수원대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한 학생들도 있었다. 당시 교육환경 개선을 주장했던 교수의 해직에 대해 일부 학생들은 1인 시위를 하며 대학의 부패 청산을 요구했다.

 

우리대학에 4배가량 쌓아 놓은 수원대 적립금

적립금이란 사립대학이 미래에 발생할 특정사업을 염두에 두고 쌓은 기금이다. 대학들은 기숙사 신축 등 일시에 목돈을 투입해야 할 신규 사업에 대비해 남은 재정수입을 쌓아둔다. 주요 재원은 △등록금 △법인전입금 △기부금이다. 대학들이 적립금을 쌓아놓고 등록금을 인상하고 있다고 지적받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2011년 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해 대학들이 무리하게 등록금을 쌓아 적립금의 곳간을 불리지 못하도록 했다.

우리대학의 경우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교육 환경 개선 사업을 위해 꾸준히 지출해왔다. 교육부 대학정보공시센터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우리대학의 적립금은 2014년 약 1215억에서 2016년 약 833억으로 줄었다. 14년, 15년, 16년 각각 272억, 401억, 495억 씩 교육 환경 개선 사업을 위해 사용했다.

그러나 수원대학교의 경우 2014년 약 3367억에서 2016년 약 3588억으로 오히려 증가했으며, 교육 환경 개선 사업 등을 위한 인출액이 2014년과 2015년에는 0원이었다. 다만 2016년 교비회계로 200억이 인출됐다. 2016년 기준으로 보면 수원대의 적립금은 우리대학 적립금의 4배가량이다. 결국 수원대 대학적립금은 증가하고 있음에도 등록금을 비롯한 재정수입이 제대로 쓰이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공성을 가진 학교를 사유재산으로 생각하는 사학에 대한 경고

수원대학교 등록금 환불 소송에 도움을 준 민변의 하은희 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사립대학 운영자들이 공공성을 가진 학교를 아직도 사유재산처럼 생각하고 교육적으로 운영하지 않는 것에 대한 경고’라고 평가했다.

판결의 법적인 근거는 명확했다. 관련 법령(고등교육법, 교육기본법, 사립학교법 등)과 수원대학교가 스스로 공표한 설립목적에 비추어볼 때 알 수 있다. 법률상 학교의 설립 경영자는 교육기본법과 사립학교법, 고등교육법이 요구하는 교육을 위한 시설, 설비, 재정 및 교원 등의 확보의무를 다해 학습자의 학습에 지정이 없도록 해야 할 의무가 도출되기 때문이다. 또한 전반적인 불법행위 책임을 수원대에서 인정했기 때문에 특별히 애매한 점도 없다.

증거의 증명력을 법관이 자유판단에 맡기는 주의인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오류도 없었다. 자유심증주의는 이번 판결의 핵심이라고 평가된다. 판결문에 따르면 명확하게 ‘사립대학교의 시설, 설비 미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해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고 기재됐기 때문이다. 또한 대법원 판결문에는 명확하게 학교법인과 대학본부에서 부당하게 이월금을 이용해 적립금을 쌓았다는 사실이 기재돼있다.

하 변호사는 “교육의 주체인 학생들, 특히 대학생들의 교육환경과 관련한 문제는 스스로 제기하지 않는 한 아무도 특별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덧붙여 하 변호사는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불릴 만큼 중요한 정책이지만,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줄이거나 교육환경을 마련하는데 진전이 없다면 적어도 법이 정한 만큼은 구현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최의종 기자  chldmlwhd731@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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