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택한 길”
동아리 활동으로 연극의 길을 걸은 공학도
‘같은 뜻을 가지고 패를 이룬 무리’를 아는가? 대학의 피가 끓던 80년대. 전공수업이 아닌 동아리에서 인생의 길을 발견해 내던 시절이 있었다. 열정 어린 청춘들이 모여 그 ‘뜻’을 모을 때. 그들의 색깔이 대학의 색깔이 되고, ‘공동체 문화’가 대학문화의 상징이 되기에 이르렀다.
▲ © 김혜진 기자 |
햇살아래 설레이는 3월. 대학로 소극장으로 80년 당시의 동아리를 찾으러 떠났다. ‘<양덕원 이야기>/작·연출 민복기’란 포스터가 눈에 들어온다. 민복기. 그는 건대극장 24기 선배다. 짧게 기른 콧수염이 예술인의 풍모를 느끼게 하는 그는 전기공학 88학번. 공학도가 연극인으로 거듭나게 된 배경에는 ‘건대극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내가 선택한 길”이라고 자신있게 단언하는 선배.
그 당시와 다르게 동아리 활동이 약해진 것 같다는 걱정에 “뭐든 잘 굴러갈 때도 있지만 안 굴러갈 때도 있는 것”이라며 조급해 할 필요가 없다는 듯 말한다. “학생들의 기호가 바뀌고, 동아리가 잘 안된다고 억지로 잡아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동아리는 학생들이 주인이지 졸업한 선배들이 주인이 아니예요. 동아리 문 닫는 것도, 발전시키는 것도 재학생들의 몫이죠”라고 멋쩍게 웃는 민 선배.
동아리에 관심 없는 새내기들에게 “뭘 선택하는게 중요하진 않다”며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안 맞으면 안 할 수도 있고, 나와서 다른 걸 할 수도 있고, 자기 인생에서 하고 싶은 걸 해보라”는 것이다. “사랑이든 뭐든 참맛을 느낀다는 건 경험한다는 것. 겉핥기식으로는 알 수가 없다”고. “대학이란 곳이 실패의 최소화 장치가 되어있는 만큼, 학교 안에서 실패도 해보고 진짜 경험을 해보라”는 것이다. “동아리를 통해 실패든 뭐든 부딪쳐 보라”고 한다.
무엇에 있어서든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민 선배를 통해, 선배의 동아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인생의 또 하나의 진리는 이것이었다. “성적이 4.0이라고 사람이 4.0인 것은 아니다”라는 선배의 말이 떠오른다. 동아리라는 소박한 틀 안에서 느끼는 기쁨, 슬픔, 실패와 성공. 그것을 선후배와 동기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느껴보지 않는 자는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청춘! 오직 그 때만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당신의 청춘은 어떠했다고 말할 것인가? 대학로의 당당한 연출가로서, 대학시절 건대극장의 꿈을 들려주는 민복기 선배의 웃음이 더욱 좋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