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부문 심사평] 개인의 고통, 시대의 연민
올해 건대신문 문화상 소설 부분은 예년보다 많은 수의 작품이 들어왔다. 그 중 당선권이라고 생각한 것은 <역설적 온각>, <러너> 두 작품 뿐이었다. <러너>는 제목과 같이 ‘러너’라고 명시되는 문제적 인물의 파토스와 매력, 그리고 그런 ‘러너’를 선망하는 ‘나’의 평범함이 대조를 이룬다. 이 작품의 최고의 미덕은 ‘평균의 불행’이라고 명명되는 나의 현실과 절망의 진실성이다. ‘막상 주위를 둘러보면 이 정도의 우울은 발에 채인다’, ‘차라리 나도 너처럼 확실하게 불행하면 좋을텐데’ 같은 발화는 이 시대 청춘들의 가장 진솔한 목소리로 들린다. 오늘날의 현대성이 우리에게 슬픔의 당위성마저 빼앗아가 버린 것은 아닐까? 뛰어난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분량 부족으로 인해 안타깝게 작품을 내려놓아야 했다. 돌연 아버지가 쓰러지는 플롯이나 중간에 뚝 끊겨버린 듯한 서사가 여러모로 애석한 작품이었다.
<역설적 온각>은 인간의 자리를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체하게 된 시대를 그린 SF 작품이었다. 그리움과 회한의 감성을 잘 녹여낸 작품 분위기가 좋았고, 문장이 깨끗하고 군더더기 없어서 작가가 숙련된 사람임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휴머노이드의 정신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끝까지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 자동화 시스템에서 ‘정신’이란 무엇인가? 정신의 문제가 생긴 ‘레몬’을 고칠 수 있다면, 어째서 애초에 그들을 그렇게 설계하지 않는가? 작품 속 휴머노이드와 동일시되는 ‘나’의 죄의식과 고통은 대체 무엇이었나? 여러 면에서 공백이 눈에 띄지만, 이 작품이 전면에 내세운 아이러니는 숙고할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대상을 미워할 수 없다는 건 결국 그 대상을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이라는 작가의 정의도 윤리적이다. 요즘 범람하는 SF가 자기만의 이야기로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임에도 이 작품은 개인의 내면과 고통의 문제로 나아가고 있었기에 그 점이 미더웠다. 당선된 분에게는 축하를, 낙선한 분들에게는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