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공 탐색이 구체적 설계로 이어지려면

2025-04-14     건대신문사

우리 대학은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 학내 최초의 전공탐색 박람회인 ‘KU 어드벤처 전공탐험대’를 개최했다. 각 단과대학의 전공과 KU자유전공학부를 아우르는 이 행사는 전공 선택의 길목에 선 학생들이 진로를 설계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취지로 기획됐다. 특히 올해 도입된 단과대학별 자율전공학부제와 KU자유전공학부를 생각하면, 이번 박람회는 학내 진로교육의 새로운 시도이자 전공 선택권 확대를 위한 의미 있는 출발점이라 말할 수 있다. 
기존의 진로 박람회나 학과 설명회는 대체로 일방향 정보 전달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학생과 소통하는 양방향적 정보 전달이 아닌, 그저 지식을 전달하는 매개의 역할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박람회는 △전공상담존 △미래설계존 △체험존 △이벤트존 등으로 공간을 나누고 각 전공별 부스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학생이 직접 ‘참여하는’ 구조를 갖췄다. 전공에 대한 추상적인 정보가 아닌 구체적인 경험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몰입도 역시 높았다. 특히 3일간 박람회에 참여한 인원이 2,200여 명 가까이 된다는 수치는 학생들이 그만큼 자신의 진로를 주체적으로 고민하고 있으며, 이번 행사가 그러한 학생들의 요구를 충족시켰음을 반증한다. 
이번 박람회의 의미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선다. △다전공 △융합전공 △연계전공 등 대학 교육의 전체적인 흐름이 ‘융합형 인재’ 양성으로 이동하는 지금, 학생들이 스스로 진로를 설계하고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역량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대학 역시 학생들의 선택을 돕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책무가 있다. 전공박람회는 이러한 책무의 일부를 실현한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박람회가 마주한 한계도 더러 있다. 박람회가 3일간 진행된 탓에 참여하지 못한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학생 참여가 자발성을 기반으로 한다면, 더 많은 학생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또한 박람회가 전공 탐색과 진로 설계를 연결하는 데 있어서 보다 체계적인 연계가 부족했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많은 학생들이 상담을 통해 전공에 대한 흥미를 발견했지만 이를 구체적인 학사 설계나 커리큘럼 선택으로 이어갈 수 있는 후속 안내가 미흡했다.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전공 상담 이후 어떤 수업을 들어야 하고, 어떤 활동을 병행하면 좋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함께 제공되는 것도 좋은 방법이며, 박람회를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전공을 함께 설계해 나가는 멘토·멘티의 구성이 있었다면 학생들의 진로 탐색이 더욱 실질적인 방향으로 나아갔을 것이다. 
박람회는 끝났지만 학생들의 전공 탐색은 현재진행형이다. 따라서 전공박람회는 일회성 행사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비단 자유전공학부생만이 아닌 전 학부생을 대상으로 하는 소규모 상담회를 학기 중 여러 차례 운영하거나, 우리 대학에서 시행 중인 글쓰기 클리닉처럼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상주해 상담을 돕는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학생이 자신의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만드는 일이며, 대학의 역할은 그 선택의 폭을 넓히고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있다. 
‘전공 선택의 주체는 학생이다’는 것이 이제 막 학내에서 실현되기 시작했다. 전공박람회는 그 첫걸음이었다. 진정한 혁신은 이제 막 실현되기 시작한 봄날의 새싹을 얼마나 지속하고 확장해 나가느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