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부터 3일간, 우리 대학의 제55대 총학생회 선거가 진행됐다. 헌법 제24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선거권을 가진다. 이는 사회적 신분 재산 종교 성별 장애 유무 등과 관계없이 공평한 선거권을 갖는 것을 의미하며 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에서도 적용되는 개념이다. 이번 배리어프리 기획에서는 우리 대학 선거 과정에서 장애 학우의 선거권이 얼마나 보장되고 있는지 알아봤다.

 

우리 대학 투표소, 장애 학우 고려했나?

지난달 29일, 총 12개의 단과대학(공과대학 건축대학 경영대학 문과대학 부동산과학원 사범대학 사회과학대학 상허생명과학대학 수의과대학 예술디자인대학 이과대학 △KU융합과학기술원)에서 투표가 진행됐다. 이에 <건대신문>은 시각 장애 부문과 보행 장애 부문으로 나눠 투표소를 점검해 봤다.

시각 장애 부문에서는 12곳의 투표소 전부 점자 투표용지와 투표자 보조인이 준비되지 않았다. 보행 장애 부문에서는 12곳의 투표소 모두 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이 보장돼 있었으나 휠체어 전용 기표소가 존재하지 않았다. 투표소에 대해 김성용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하 중선관위원장)은 "기존 투표소가 휠체어에 탑승하고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 안내를 통해 충분히 이용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반면, "시각 장애 학우는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편, 수의학관을 제외한 모든 건물의 투표소는 1층에 마련됐다. 수의학관의 경우 1층 로비에 투표소를 설치할 공간이 없어 2층에 투표소를 설치했다. 해당 공간은 휠체어에 탑승한 학우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접근할 수 있다.

 

이동식 책상을 움직여 휠체어가 지나가도록 조절할 수 있는 해봉부동산학관 투표소/사진·고태영 기자
이동식 책상을 움직여 휠체어가 지나가도록 조절할 수 있는 해봉부동산학관 투표소/사진·고태영 기자

 

 

 

 

 

 

공약 전달 과정, 장애 학우의 알 권리 보장됐나?

장애 학우들은 공약을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동등하게 알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대표적으로 제공되는 공약집 △SNS 유세 게시글 홍보물에서 시각 및 청각 장애 학우를 고려한 수단이 포함돼야 한다. 이에 제55대 총학생회 후보로 출마한 <:> 선거운동본부 (이하 선본)<캐치!> 선본에게 공약 전달 과정을 물었다. <:> 선본은 "장애 학우에게 공약을 전달하기 위해 SNS 유세 게시글에 *대체 텍스트를 올렸다"고 밝혔다. 이어 "총학생회가 우리 대학 모든 학우의 권리를 대변하는 기구인 만큼 앞으로 더욱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약속했다. <캐치!> 선본은 "카드뉴스에 대체 텍스트를 포함하고 후보자를 알릴 수 있는 영상 매체에 자막을 포함했다"며 "최대한 장애 학우분들께도 공약이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또한 "선거 방침상 선본에서 제공할 수 있는 매체에 한계가 있었다"며 "정보권을 침해 받은 모든 학우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점자 표기가 없는 우리 대학 총학생회 선거 후보 공약집/사진·박지우 기자
점자 표기가 없는 우리 대학 총학생회 선거 후보 공약집/사진·박지우 기자

 

 

실제 법률과 타 대학의 사례에서 찾은 배리어프리 투표소

우리나라 장애인 차별 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 차별 금지법)의 제27조는 '장애인의 참정권 행사를 차별하면 안 된다'내용이다. 이는 장애인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적합한 시설 선거 홍보 및 정보 전달 선거용 보조 기구 보조원의 배치 등과 같이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함을 명시한다. 지난해 6월 1일에 시행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선관위)는 각 지자체에 등록된 장애인에게 점자형 공보물과 음성으로 들을 수 있는 파일이 담긴 저장매체(USB)를 제공했다. 또한 지체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이 직관적으로 정책선거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배리어프리 자료집을 발간했다. 2020년 진행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이동지원이 필요한 선거인을 대상으로 휠체어 탑승 설비 차량과 활동보조인을 지원했다.

비대면 선거 기간을 제외하고 배리어프리 투표소를 운영하고 있는 타 대학으로는 대표적으로 연세대학교(이하 연세대)와 이화여자대학교(이하 이화여대) 있다. 연세대는 중선관위를 중심으로 장애인권위원회 장애학생지원실 각 단위의 선관위가 서로 협력해 장애 학우의 선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며 2014년부터 배리어프리 투표소를 운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점자 투표용지 정책 자료집의 내용을 들을 수 있는 자료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배리어프리 기표소 등이 있다. 또한 점자 투표보조용구와 장애인용 투표소 설치를 위한 투표구 지정에 대한 내용이 총학생회 선거 시행세칙에 규정돼 있다. 이화여대는 2018년부터 배리어프리 투표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화여대의 배리어프리 투표소는 일반 투표소와 높이 차이가 있으며 점자 투표용지와 *점자 안내판을 사용한다.

점자 표기가 없는 기표소 내부 모습/사진·고태영 기자
점자 표기가 없는 기표소 내부 모습/사진·고태영 기자

 

 

 

 

 

 

 

 

장애 학우 선거권 보장을 위한 앞으로의 과제

우리 대학의 제55대 총학생회 선거는 공약 전달에 있어서 공약집 등이 장애 학우의 알 권리를 보장하지 못했다. 또한, KU미디어 3사가 주관한 공청회 실시간 중계 방송에서도 질의응답 내용을 제시하는 자막의 속도와 정확성이 미흡했고 수화는 부재했다. 실제 투표 시설에는 점자 투표용지 혹은 배리어프리 기표소 등이 존재하지 않았다. 투표 과정에서 다양한 장애를 고려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 김 중선관위원장은 "이후 인수인계 과정에서 점자 보조용구를 마련하고 점자 투표 방법 안내물 등을 구비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모든 학우의 공정한 선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해당 부분을 각 단과대학 선거관리위원회 매뉴얼로 제작 후 공지하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우리 대학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장애 학우의 선거권 보장을 위해 중선관위와 장애학생지원센터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지금까지 선거를 위한 장애 학생 지원 도구를 별도로 상시 설치하진 않았지만 장애 학우가 요청한다면 지원 및 설치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점자 안내판은 점자 스티커를 붙인 투명 파일에 투표용지를 끼워 넣어 장애 학우가 투표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다.

*대체 텍스트는 웹 사이트에 게시된 이미지를 시각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는 글이나 문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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