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관 503호 건대신문사로 향하는 길, 귓가에는 학우들의 목소리와 노랫소리가 들린다. 학생회관으로 들어가는 길, 게시판에는 형형색색의 포스터가 붙어있고 휴대폰 화면에는 학생회 당선 소식과 각종 행사 알림이 떠 있다. 정보가 너무 많다. 그중에서 어떤 정보가 중요한지 가려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신문사에서 1년 반가량을 보내고 마지막 발행을 향해 가는 길에서도 ‘어떻게 중요한 정보를 가려낼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다.
‘보도 가치(News Value)’라는 말이 있다. 많은 보도 아이템 중, 더욱 알려야 할 필요성이 있는 아이템을 두고 우리는 흔히 보도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아이템의 보도 가치는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서 시시각각 달라진다. 어떤 아이템은 사안이 중대해서, 어떤 아이템은 시급해서, 어떤 아이템은 독자에게 큰 도움이 될 아이템이기에 가치가 있었다.
편집국에서의 1년은 하루하루가 보도 가치를 둔 싸움이었다. 시의성을 놓치기 싫어 밥과 잠을 포기하고, 정확한 근거를 찾기 위해 매일 자료를 뒤적였다. 기사 발행의 당위성을 증명하기 위해 기자들과 토론하고 미디어 센터를 설득했다. 끊임없이 ‘왜 지금 그것을 써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부딪혔다. 기사를 쓰고 나서도 한참을 고민하며 글을 고쳤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쳐 한 해 동안 9번의 신문을 발행했다.
그런데, 이 보도 가치에 의구심이 생긴다. 편집국장으로서의 마지막 발행을 앞둔 지금에서야 ‘이 보도 가치는 절대적인 가치인지’에 대한 질문이 머릿속을 맴돈다. 신문안에서 현실 세계로 눈을 돌려보면, 보도 가치는 결국 한정된 지면이라는 상황 속 독자에게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생겨난 개념일 뿐이다. 보도 가치는 기자에게 있어 절대적 기준처럼 받아들여지지만, 실상 그 개념을 들여다보면 날마다 바뀔 수 있는 상대적인 속성만이 보도 가치를 이루고 있다. 즉 이 보도 가치라는 건 시의성과 파급력을 가장 큰 가치로 하는 가공된 세계인 신문에서만 유효하게 작용할 뿐, 실제 세상에서는 유효하게 작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보도 가치에 대한 판단 과정을 통해 편집된 신문은 한 달 동안 있었던 일들의 하이라이트만을 보여준다. 다수가 관심 가질 만한 것에 먼저 초점을 둔 하이라이트다. 그러나 기자로서 바라본 우리 대학은 8개의 면에 담기엔 너무나 넓고 다채로운 풍경을 지니고 있었다. 대학 첫 축제에서 환하게 웃던 학우들의 모습, 밤을 꼬박 새워 목이 다 쉬었음에도 토론을 이어갔던 학생 대표들의 열정, 공부하기 좋은 학교를 위해 고심하던 교수님의 얼굴은 신문에 실리지 못했다. 그러나 아주 잠깐 포착했던 그 순간들은 필자의 눈에 생생히 새겨져 있다. 안타까운 소식에 눈물 흘리던 동기의 마음, 부당한 일들에 용기 내던 사람들의 마음 또한 신문에는 한두 줄로밖에 정리되지 못했다. 그러나 그 마음들도 모두 필자의 심장과 연결돼 있다. 이 순간들은 보도 가치로 설명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가치 있는 순간들이다.
필자의 마지막 활수천을 닫으며, 신문에 담겼던 당신의 이야기를 떠올려 본다. 동시에 신문에는 다 담길 수 없었던 당신의 이야기도 함께 생각한다. 건국대학교의 구성원으로서, 캠퍼스에 발을 딛고 있는 모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