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아트(Urban Art)는 현대 도시의 공공장소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예술 장르이다. △그래피티 △벽화 △설치 미술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어반아트는 대중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지는 어반아트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지난달 2일 개최된 ‘ICONS OF URBAN ART - 어반아트: 거리에서 미술관으로’ 전시 현장을 다녀왔다.
낙서에서 대중 예술로
1970년대 미국 뉴욕의 그래피티와 거리예술 운동에서 기원한 어반아트는 당시에는 불법 행위나 낙서로 여겨졌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사회문화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이 나타나면서 점차 인식이 변화했고, 도시 구성원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수단이자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히 시각적 아름다움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의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어반아트는 하나의 예술 장르로 자리잡으며 다양한 전시에서도 접할 수 있게 됐다. 대표적으로는 어반아트 작품만을 수집·전시하는 MUCA(Museum of Urban and Contemporary Art) 미술관이 있다. 국내에서도 점차 어반아트에 대한 관심과 영향력이 확대되며 지난달 2일 충무아트센터 갤러리 신당에서 ‘ICONS OF URBAN ART - 어반아트: 거리에서 미술관으로’ 전시가 개최됐다. 다음해 2월 2일까지 진행되는 이 전시는 불법적인 예술로 취급받던 그래피티가 예술의 한 분야로 인정받게 된 과정을 다룬다. 또한 뱅크시, 리처드 햄블턴 등 유명 어반아트 작가의 작품이 포함된 MUCA의 소장품 72점도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작품으로 만나는 어반아트의 저항 정신
전시에서는 강력한 사회적 메시지와 시대 정신을 담은 작품들을 만나며 어반아트의 가치를 느껴볼 수 있다. 대표 작품으로는 리처드 햄블턴(Richard Hambleton)의 <섀도우맨> 시리즈가 있다. 리처드 햄블턴은 1980년대 초에 활동한 그래피티 예술가로, 이후 뱅크시를 비롯한 유명 거리 예술가들에게도 영감을 줘 ‘거리예술의 대부’라고도 불린다. 그가 뉴욕 전역에 그린 벽화인 <섀도우맨> 시리즈는 도시에서 겪는 익명의 존재감과 그에 따른 공포감을 표현한다. 작품 속 도시 어두운 골목이나 모퉁이에 나타나는 그림자 형태의 ‘섀도우맨’은 도시에서 느끼는 공포와 불안을 상징하며 작가 본인의 내면과도 깊이 맞닿아 있다.
뱅크시(Banksy)의 작품 또한 전쟁, 자본주의, 제도권 권력 남용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를 전한다. 뱅크시는 장난기 넘치면서도 날카로운 비판이 담긴 작품을 선보이는 거리 예술가다. 그는 대표작 <사랑은 공중에(흑백)>에서 복면 차림의 시위자가 화염병 대신 꽃다발을 던지는 모습으로 갈등을 나타내는 이미지를 교묘하게 뒤바꿨다. 작품을 통해 작가는 세상에게 “폭력을 수단으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과연 효과적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지금의 우리에게, 어반아트란
현재의 어반아트는 단순한 거리의 낙서가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반영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정신을 가장 잘 드러내는 예술 장르로 평가받는다. 또한 미술사의 전통적인 경계를 허물고 확장시키는 현대미술의 주요 요소로 인정받는다.
중구문화재단 예술교육팀 신이수 과장은 “어반아트는 공공적인 성격을 지닌 예술”이라며 “그 자체로 사회적 문제를 비판하거나, 환경에 대한 인식을 촉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시에 대해 “어반아트를 접한 관람객들이 예술을 통해 사회 문제를 인식하고, 예술가의 사회적, 정치적 메시지에 공감하거나 비판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