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용의 해’라는 2024년 갑진년이 벌써 끝을 향한다. 올해 한국 영화의 성적과 특징은 어땠는지 살펴보자. OTT라는 영상문화의 뉴 노멀 시대에 한국의 극장 산업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의한 관람료의 급상승도 한몫하겠지만, 영화의 투자와 제작의 선순환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이 더 근본적인 이유다. 관객의 감소로 영화 제작사의 투자금 회수가 원활치 못하니, 문화콘텐츠의 투자-제작-흥행-재투자의 순환고리에 균열이 생긴 탓이다. 그나마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서 한국의 영상콘텐츠가 선전하고 있음을 위안으로 삼고, OTT와 극장산업의 효율적인 공생을 고민해야 한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24년 개봉한 (다큐와 독립영화 포함) 한국 영화는 10월까지 약 130편 정도이며, 연말까지 150편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중에서 현재까지 손익분기점(BEP)을 넘긴 작품은 <파묘>, <범죄도시4>, <파일럿>, <베테랑2> 등 약 10편 정도에 불과하다. 생각 같아서는 우리 대학 동문인 김한결 감독(영화 07)의 <파일럿>에 관한 (사심 가득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싶으나, ‘쌍천만’이라는 진기록을 세운 <파묘>와 <범죄도시4>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스크린 독과점’이라는 한국 영화산업의 오래된 고질병을 재소환했기 때문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1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100분의 50 이상, 3개의 이하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의 합계가 100분의 75 이상인 경우”를 독과점으로 정의한다. 또한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가격과 수량 및 품질 등의 거래 조건에 영향을 미칠 우려를 초래하는 행위도 통상적으로 독과점에 해당된다. CGV와 롯데시네마 그리고 메가박스라는 3대 멀티플렉스가 한국의 스크린 91% 정도를 차지하는데, 이렇게 절대적 비중의 소수업체가 스크린을 과점하면, 상영 횟수와 일수를 강제하여 관객 수를 왜곡시키기 쉽다.

<범죄도시4>는 이러한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재점화시켰다. 이에 앞서 개봉 32일 만에 관객 천만을 달성한 <파묘>가 있었다. 하지만 <파묘>는 전국 상영관 점유율 50%를 넘기지 않았기에 독과점 논란을 피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한국형 오컬트 영화라는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아시아 영화시장에서 흥행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보다 열흘이나 빨리 천만을 돌파한 <범죄도시4>의 스크린 점유율은 80%를 웃돌았으니, 전국에 약 3,000개에 달하는 상영관 중에서 약 2,400개 정도의 스크린에 이 영화가 걸렸던 셈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 관객은 멀티플렉스의 영화 선택권을 논하기는커녕, <범죄도시4>를 볼 것이냐 아니면 아예 영화를 안 볼 것이냐를 결정해야만 했다. 이미 이전에 같은 주인공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같은 제목의 영화가 세 번이나 있었는데도 말이다. 천만을 돌파한 직후 <범죄도시4>는 스크린 점유율을 30% 정도로 낮췄는데, 이는 목표 달성 후 서서히 후퇴를 준비하는 모양새로 비춰졌다. 물론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관한 수많은 비판적 기사가 쏟아져 나온 뒤였다. 생태계 교란종인 천만영화의 잦은 출현은 앞서 말한 한국 영화의 선순환 구조 회복을 더욱 묘연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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