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시인

 

 

 

 

 

 

 

 

올해 건대신문 문화상 시부문에 응모된 작품들은 대체로 세 경향성을 가진다. 하나는 부드러운 여백을 가진 4월의 밝은 햇살과 같은 작품군, 다른 하나는 사이버펑크 상상력이 가미된 작품군, 마지막으로 자의식으로 뭉쳐 있지만 그만큼의 긍정적 패기, 의지도 뚜렷이 각인된 작품군이 그것이다. 마지막의 경우 불가항력적 ‘고립’과 ‘죽음’, 막연한 ‘공포’가 중층을 이루는 것이 특징인데, 물론 이 현상은 실존적 성찰 없이 일상을 지속하는 사회에 대한 응전에 해당한다.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시는 언어-이미지를 최대치로 끌어올림으로써 예술로 고양된다는 점이다. 그만큼 시는 언어를 통해 그 ‘언어’와 교차하며 관습적 의미를 모조리 뽑아낸다. 마치 잡초를 솎아내듯, 시는 집요하고 적극적으로 언어에 개입한다. 이런 입론을 중심으로 필자는 응모된 작품의 완성도와 함께 그 문장의 행간에 깃든 시적 메시지에 주목했다. 


응모 작품을 숙고한 후 11개의 작품을 최종심에 올렸다. 흥미롭게도 니체의 철학적 직관을 수용한 「영원(永遠)」과 막연하지만 오히려 그 ‘막연함’으로써 죽음을 관조하려는 「포말의 의지」, 한없이 익숙하고 무기력해질 수 있는 삶을 갱신하려는 의지의 「어항 속에서: 물고기」가 눈에 띄었다. 그러나 세 편 모두 언어의 화장술이라 할 정도로 패기만 강조될 뿐, 언어를 ‘시’로서 고양시키는 힘은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았다. 이성을 적극 활용하는 일반 언어와는 달리 시는 ‘심장’을 동력으로 쓴다는 것을 잊지 말자. 


아울러 자신을 시인으로 투사하면서 그의 목소리를 빌려 세계를 응시하는 「가난한 시인」, 코끼리라는 흔치 않은 소재로 상상력을 밀고 나간 「냉장고에 코끼리가 있어」, 끊임없는 반성과 성찰로 인간의 생활과 실존을 돌아보는 자기-돌봄의 「고해」, 뛰어난 관찰력을 통해 심야버스에 탄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그린 「심야버스」도 주목할 만했다. 다만 그 시적 형상화가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모호한 것이 흠이었다. 


한편, 여행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성에 집중한 「몇 번 물들 위로」와 추억에 대한 아련하고도 눈물겨운 고백이 돋보이는 「별똥별」, 수련 연작을 통해 인간의 강렬한 미적 울림을 형용한 「수련의 침묵 속에서」 또한 배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세 작품은 습작의 강도를 엿볼 수 있는 문장의 탄탄함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시만이 가질 수 있는 언어적 충실성의 결핍이 단점이었다. 


고심 끝에 필자는 「열무」를 당선작으로 정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언어의 시적 운용이 남달랐다. 진솔하면서도 핍진하게 그려낸 명절날의 가족 풍경과 함께, 병들어 고단한 육신을 이끌고도 결코 자신을 잃지 않으려 했던 할머니의 강렬한 의지가 구체적으로 묘사된 것이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에 더해 대상을 향한 담백하면서도 객관적인 시선 처리도 출중했다. 시는 일인칭의 문학이지만, 결코 주관으로 덧칠되어서는 안 된다. 대상과의 적당한 거리두기는 작품의 성공 여부에 깊이 개입한다. 


당선자에게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충고를 그리고 다른 학생들에게는 기회는 늘 열려 있다는 격려와 위로의 말을 전한다. (*)

나의 글은 소한 중에 있으나, 난춘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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