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의 비상계엄 사태 후 한국 사회의 진영 간 대립은 유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 정책, 한국을 포함한 우방국까지 포함한 다수 국가에 대한 관세 선포 등으로 국제 사회의 갈등 수위 역시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수 년 전의 상황으로 빠르게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암울한 전망이 지배적이다.
갈등의 시대, 대학은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 인공지능 혁명을 주도해 갈 수 있도록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고, 각 전공 영역에서의 전문지식을 충분히 축적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대학 교육의 역할이 완수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갈등 완화를 위한 역할도 중요하다. 
사회적 갈등이 격화되는 원인 중 하나로 사회의 기본 규칙에 대한 공감대가 약해진 것을 꼽을 수 있다. 현재의 국내외 상황을 곰곰이 따져 보면, 민주적 제도를 유지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상호 협력의 경제 제도를 유지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충분치 못하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교육이 역할을 할 부분이다.
민주주의 기본 원리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민주적 가치의 중요성을 다수가 공유하지 않고는 민주주의가 유지될 수 없다. 민주적 사회를 지키기 위한 사회구성원의 의지가 약해질 때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을 극복하기 어려워진다. 20세기 후반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성취한 세계 유일의 국가인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한다면 매우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민주주의는 한 번 이탈하더라도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안정적 균형'이 아니고, 원위치로 돌아올지가 불분명한 ‘불안정한 균형’이다.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교육이 고등학교에서 끝나서는 안 되고 대학에서도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다. 
현대 경제의 기본원리에 대한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각자 자신만의 이익을 고려해도 시장시스템이 잘 작동할 것이라는 생각은 경제의 기본원리를 오해한 것이다. 상호 협력의 자세가 없이는 시장이 제 기능을 할 수 없음은 현대 경제학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아담 스미스도 강조한 바 있다. 경제 시스템의 기본 원리에 대한 몰이해는 사회적 갈등을 부추긴다. 가령, 자유무역으로 인해 이익을 보는 사람이 손해를 보는 사람에게 어떻게 보상을 해 주는 것이 정의로운지에 대한 논의는 다수가 경제 시스템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있을 때 훨씬 수월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복잡한 사회 문제에 단순한 해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사회적 난제(難題)에 차선책은 있을 수 있어도 최선책은 없다는 것을 교육하는 것이다. 사회적 갈등이 심화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해법이 다른 해법보다 우월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각자의 해법이 모두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음을 이해해야 대화와 타협의 여지가 생긴다. 런던 대학의 총장인 마이클 스펜스 교수가 최근 타임즈紙 기고문에서 “남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법”을 대학이 가르칠 필요를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판적 사고력 함양을 목표로 한 기존의 대학 교육이 성공적이었다면 이 부분이 보다 많은 사람에게 자명했을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할 수 있다, 그게 무엇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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