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1조의 내용을 앞세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전원일치로 인용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선포 이후 120여일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많은 시민들이 일상의 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거리에서 표출된 극단적 형태의 정치적 양극화를 어떻게 극복하고 사회를 통합해 나갈 것인가라는 큰 과제가 우리 앞에 남아 있다. 아울러, 지난 십여 년 동안 두 번의 대통령 탄핵 사태를 겪은 우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좋은 정부’를 가지기 위한 스스로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좋은 정부는 우연히 생기는 게 아니다. 헌법이 말하듯 정부의 질은 그 정부에게 자신의 권한을 위임한 시민의 수준을 반영한다. 19세기 스코틀랜드의 사상가 새뮤얼 스마일스는 『자조론(Self-Help)』에서 “국민을 앞선 훌륭한 정부는 국민과 같은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요, 국민보다 뒤쳐진 정부는 국민의 수준과 동등하게 올라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의 수준과 정부의 질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 시사주간지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펜실베니아 대학교 와튼스쿨과 공동으로 조사 발표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나라 순위에서 대한민국은 종합순위 18위를 기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시민의식을 측정하는 평가항목인 사회적 목적(social purpose) 항목에서 42위에 그쳤다는 사실은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그렇다면 ‘좋은 시민’은 어떤 사람일까? 첫째, 좋은 시민은 스스로를 주권자로 인식하는 사람이다. 사회계약론을 주창한 루소는 “주권자의 일원이며, 공적인 일에서 나의 목소리가 미치는 영향이 아무리 하찮다고 하더라도”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이러한 권리는 저절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나의 것임을 자각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할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 공공 문제를 내 삶과 무관한 일로 여기지 않고, 그 안에서 자신의 판단과 책임을 세우려는 태도야말로 시민의식의 출발점이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신이 무엇을 요구하고, 무엇에 동의하며, 무엇에 반대하는지를 명확히 하고 이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권리의식은 머릿속에만 있는 생각이 아니라 행동으로 드러날 때 의미가 있다.
둘째, 좋은 시민은 ‘타인 역시 주권자’임을 분명히 인식하는 사람이다. 유권자 모두를 나와 생각이 같고 다른 것과 상관없이 동료 시민(fellow citizen)으로 인정하고, 상대의 권리를 존중하며, 의견의 차이를 갈등이 아닌 조정과 협의의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수적이다. 주권자 개인의 자유는 타인의 자유와 충돌할 수밖에 없기에 배제나 침묵이 아닌 성숙한 절차 위에서 설득을 통해 타협안을 도출해야한다. 민주주의는 언제나 불완전한 해답 속에서 더 나은 공동선을 찾아가는 사회적 학습의 과정이며, 좋은 시민은 그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줄 아는 사람이다.
다가오는 6월 3일은 대통령선거일이다. ‘건국인’인 우리는 좋은 정부를 바라기만 할 게 아니라, 내가 먼저 좋은 시민이 되어 좋은 정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주권자로서의 나의 역할을 자각하고, 동료 시민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한 표를 통해 더 나은 내일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만든 그 정부가 임기를 다하는 날까지 좋은 정부로 남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
- 기자명 건대신문사
- 승인 2025.04.14
- 호수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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