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여당 국회의원이 보좌관 명의로 주식을 거래하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며 큰 파문이 일었다. 같은 달, 전 대통령의 부인도 주가조작 혐의 등으로 결국 구속되었다. 여·야 구별할 것 없이, 권력을 가진 자들이 반칙을 통해서 이익을 챙기려 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반칙은 시장의 신뢰를 낮추어 시장의 근간을 위협하는 행위다.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
이춘석 국회의원의 사례는 정보 우위를 가진 자들이 남보다 한 발 먼저 움직여 큰 이익을 얻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아주 근거 없는 우려는 아님을 보여 준다. 실제 거래가 우월한 정보를 반영한 것인지, 그 결과 이익을 얻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한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주식시장에 심각한 피해를 입힌 것으로 볼 수 있다. 김건희씨의 사례는 거짓된 정보를 조직적으로 유통시켜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풀리는 세력에 대한 우려가 과장된 것이 아님을 보여 준다. 특별 검사의 주장 중 얼마만큼을 법원이 최종적으로 받아들일지는 기다려봐야 알겠지만, 이미 주식시장에 끼친 피해는 작지 않다. 
반칙을 통해 누군가가 이익을 얻을 때, 이 이익은 나머지 시장 참여자가 부담하는 것이다. 반칙을 하는 이들이 전체 파이를 키워서 그 부분을 가져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반칙을 하는 이들이 전체 파이를 작게 만든다고 봄이 타당하다. 시장의 신뢰를 낮추고 시장의 기능을 저하시키면 주식시장에서 기업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또한 주식 발행을 통한 기업의 자본조달도 쉽지 않아진다. 그 결과 투자자들이 받아 가는 이익의 크기는 줄어든다. 반칙을 하는 이들은 전체 파이도 줄여 놓고 자기 몫이 아닌 부분도 가져가는 것이기 때문에 나머지 시장 참여자에게 미치는 피해는 매우 크다. 
한국 주식 시장에 유난히 반칙이 많고 이상한 주가가 많다는 얘기를 하는 건 아니다. 한국 주식의 가격이 유난히 이상하다는 분명한 증거가 제시된 적은 없다. 반칙을 하는 사람들은 분명 있지만, 이들의 행위가 시장 전체를 이상하게 몰고갈 정도로 규모가 큰 것은 아닌 듯 하다. 다만 실제 그러한지와 무관하게 그러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서 상황이 심각하다. 반칙 행위가 시장에 만연하고 주가의 움직임은 일부 세력이 조작한 결과라고 믿는 사람들은 정상적인 투자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이렇게 믿는 사람들이 다수가 되면 주가는 결국 펀더멘털에서 크게 벗어나게 될 것이다. 
특히 초보 투자자인 청년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중요하다. 첫 느낌은 투자에서도 중요하다. 처음 투자에 나섰을 때, 반칙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고 믿게 되면 이러한 믿음은 매우 오래 동안 없어지지 않는다. 시장에 반칙 행위가 용납된다고 청년 투자자들이 믿게 되면, 앞으로 20년, 30년 간 주식시장은 암울할 것이다. 주식 거래를 저축 행위로 생각하기 보다는 일종의 도박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다수가 되면, 주식시장은 사실상 거대한 카지노와 차이가 없게 될 것이다. 
이는 주식시장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재산형성이 운과 반칙에 의한 것이라고 다수가 믿게 될 때 경제가 제대로 운영될 리가 없다. 다수 구성원이 열심히 일해서 정당한 보상을 받으려는 하기 보다는 운과 반칙에 기대려 할 때 우리 사회는 매우 암울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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