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은 대학부장
이다은 대학부장

코로나19로 팬데믹이 장기화된 가운데, 대면 체제의 시스템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며 온라인 서비스를 비롯한 기술의 진보가 주목받고 있다. 패스트푸드점, 영화관, 카페 등 여가 및 편의 시설도 디지털 전환에 앞장선 세태에 농림축산식품부는 달라질 소비문화로 키오스크를 통한 주문 방식을 꼽기도 했다. 실제 국내 외식업체 중 키오스크 사용 비율을 조사한 통계서도 2018(0.9%)에 비해 2020(3.1%) 3배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키오스크의 가동(稼動) 범위가 확장됨에 따라 주문은 더 간편해졌지만, 고령층과 장애인을 비롯한 디지털 소외 계층은 기술 서비스 영역의 접근성에서 멀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한국소비자원이 실시한 키오스크 사용 관찰 조사에 따르면 70세 이상 노인 5명 중 3명이 버스터미널 키오스크로 표를 구입하지 못했으며 패스트푸드점 키오스크는 5명 모두 이용하지 못했다. 또한 금년 8월경 서울 실로암 장애인자립센터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서울시 공공 키오스크 122개 중 51.6%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안내 서비스 제공이 이뤄지지 않았다. 민간의 경우 108개 중 89.8%가 장애인을 위한 직원 호출 버튼이 없었으며 글씨 확대를 지원한 것은 단 두 개에 불과했다. 너무 작은 글씨와 그림 복잡한 주문 단계 높은 단말기 위치 음성, 점자를 비롯한 접근성 방편의 부족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나 단말기 이용에서 발견되는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 사업 기금은 정보화 사업 전체 예산 2,800억 중 15천만 원(0.056%)에 그쳤다.

키오스크뿐만 아니라 인터넷, 모바일뱅킹 이용에도 격차가 존재한다. 한국은행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의 온라인 서비스 이용은 총 133만 건으로, 전년보다 11.95% 증가했으나 이 중 고령자와 장애인의 이용률은 저조했다. 이외에도 QR코드 인증 시스템 등 일상화된 디지털 서비스 영역은 소외와 배제를 동반하며 성장하고 있다.

사람을 위해 이뤄진 문명의 이기(利器)는 고령층과 장애인 등 소수자가 없는 담론에서야 평등하게 작동한다. 기계와 기술은 시장 경제를 효율적으로 지지할 수 없는 이들을 대체하고 탈락시키며 그 몸집을 불려왔고 그렇게 이뤄진 기술의 발전과 편리의 보편화는 보통의 기준 아래서만 기능한다. 이에 인간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유효성을 증명하며 살아가도록 재설계되고 있다. 기술을 습득하지 못한 이는 도태돼야 하는 사회, 정상성과 보통이란 기준에 자신을 맞추지 않으면 사회로부터 내몰리는 곳에서 인간은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불교의 달라이 라마는 인간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고 물건이란 사용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세상의 혼돈을 물건이 사랑받고 사람들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사회 발전에 따라 이뤄진 문명과 기술의 진보, 그에 따른 인간 소외를 어쩔 수 없다고 일갈하기 전에 곁에서 함께 걷고 있는 사람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배제와 도태, 그에 따른 우울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기술의 발전은 진보가 아니라 퇴보다.

살되, 네 생명을 살아라. 생각하되, 네 생각으로 하여라. 알되, 네가 깨달아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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