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보관되어 있는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조선왕조 의궤(儀軌:조선시대 중요한 행사를 기록과 그림으로 정리한 책).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바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기록유산이다. 거질의 국가 기록물이 3종이나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는 사례로 선조들의 뛰어난 기록문화의 우수한 전통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은 왕의 동정을 중심으로 한 정치사 기록이 중심이지만 조선에 들어온 코끼리 이야기, 정조가 안경을 착용한 사실, 드라마 <대장금>과 영화 <왕의 남자>의 주인공인 ‘장금’과 ‘공길’이 실록에 나오는 실존 인물이라는 것 등 흥미진진한 내용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의궤에는 혼례식, 궁중 잔치, 궁궐 건축, 장례식 등 왕실의 주요 행사 장면을 담은 그림이 있어서,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접할 수 있게 한다.

『승정원일기』는 조선시대 왕의 비서기관인 승정원에서 기록한 일기로, 그 전체 분량은 실록의 10배 정도에 달할 정도로 자세하다.  『승정원일기』의 번역이 완료되면 조선시대사 연구는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개인의 기록도 철저했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자신의 생애와 저술을 담은 문집을 남겼으며, 『난중일기』, 『미암일기』, 『흠영』등 일기 기록도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선조들이 남겨 준 기록유산들이 이처럼 다수가 남아있는 것은 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큰 행운이다. 세종은 집현전을 설치하여 최고의 인재들을 선발하였다. 그리고 이들에게 옛날 제도를 연구시키고 그 중요한 성과를 국가의 정책으로 활용하였다.

정조는 규장각을 처음 설립할 때 ‘법고창신(法古創新:옛 것을 모범 삼아 새 것을 창조함)’의 정신을 강조하였다. 정조는 북학파 학자들을 후원하는 등 요즈음으로 치면 ‘국제화’에 앞장섰지만, 결코 전통 문화를 소홀히 여기지 않았다. 정조 시대 조선후기 르네상스의 기운이 감돈 것은, 규장각을 중심으로 전통시대 기록물의 가치를 중시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투철한 기록정신은 공개성과 투명성을 전제로 하였다. 정치 행위 등 모든 사실을 기록으로 남김으로써 부정과 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효과도 가져왔다.

다양하고 방대한 기록물을 제작하고 철저하게 보관한 민족, 이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문화민족으로서의 긍지를 느낄 수 있다. 선조들이 남겨준 기록물의 가치를 음미해보면서 미래를 살아가는 지혜의 원천으로 삼아 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 학생들이 자신의 기록물부터 세심하게 정리하는 습관을 실천하기를 권한다.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