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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학문으로서 공예를 바라보자
정보현(예문대ㆍ금속공예3) | 승인 2008.10.13 22:38

집을 그릴 때 학우 여러분은 어떤 순서로 그리나요? 지붕을 그리고 벽을 그리고 기둥을 그리고 바닥을 그리지는 않는지요. 사실 건물을 지으려면 바닥을 먼저 만든 후 기둥을 세우고 벽을 만든 후 마지막으로 지붕을 얹는답니다. 건물의 기반 없이 지붕 자체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우리가 배우는 공예라는 것은 쓰임이 있는 것을 손으로 만들고 머리로 생각해 내는 것의 기반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흙을 빚고 금속을 다듬던 것을 지금까지 이어온 것이지요. 공예과를 나오면 어떤 일도 힘들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인내심과 힘, 사회가 요구하는 실력까지 길러야 합니다. 현재 상황이 미약하고 힘들어 보일지라도 우리는 아주 오랜 시간을 꾸준히 지금의 수준까지 발전해 온 것입니다.

이번 학기 문과대의 학사개편을 보면서 우리 학과 또한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 과 역시 소수 인원의 과이고 인기가 많은 과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배우는 것은 손으로 직접 부딪혀가며 만드는 것을 배우는, 만드는 것에 대한 기초학문입니다. 공예라는 기초가 없이는 손으로 쓰임 있는 것을 만든다는 것 자체의 존재가 위험하게 됩니다. 모든 학문에는 기초가 있기 마련이고 그것이 응용이 될 때 학문적인 발전이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힘들고 각박한 세상 속에서 누구나 취업난을 겪고 전쟁 같은 경쟁을 이겨내야 합니다. 좀 더 편한 공부가 하고 싶고 좀 더 취업이 잘 되는 과에 가고 싶은 마음을 이해합니다. 공예과에서 배우는 것은 남들보다 힘들고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흙을 만져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것에서 오는 즐거움, 금속을 다듬어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내는 데서 오는 경이로움, 제가 배우는 학문은 즐거움을 주고 경이로움을 느끼게 합니다. 제가 느끼는 이 감정을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습니다.

정보현(예문대ㆍ금속공예3)  kkpress@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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