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과 함께 촉발한 문과대 학사구조조정 논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학본부는 이 달 초 문과대 교수단에 “신설 학과 제안서를 오는 10월 21일까지 제출할 것”을 권고했다.

따라서 폐과 대상이 된 EU문화정보학과와 히브리ㆍ중동학과에서는 교수와 학생을 중심으로 신설학과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해를 거슬러 2005년 문과대 학사구조개편 당시로 올라가보자. 당시에는 문과대의 독어독문학과와 불어불문학과가 폐과되면서 EU문화정보학과와 커뮤니케이션학과가 신설됐다. 기존의 히브리학과는 자체적으로 히브리ㆍ중동학과로 개편됐다.

그러나 이때 진행된 학사구조개편은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기존 학과 학생들과의 사전논의가 배제된 채 일방적으로 학생들에게 통지를 했기 때문이다. 2005년 당시에도 해당 소속 학과 학생들은 그들의 학교생활과 밀접한 학사구조개편을 일방적으로 통지한 대학본부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그로부터 3년 후인 올해의 학사구조개편이 논란을 일으키는 핵심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학생들의 의견이 배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3년 전의 갈등이 또다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 이들은 해당 학과 학생들이다. 특히 EU문화정보학과와 히브리ㆍ중동학과의 3ㆍ4학년 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2005년 당시 기존 교수들은 신설ㆍ개편된 학과에 대한 전문성이 충분히 담보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교수충원이 이뤄지지 않는 등 사전준비가 미진하다보니 학과의 정체성과 커리큘럼이 모호해졌다. 졸속으로 신설된 학과들의 학생들이 다른 학과 학생들에 비해 질 높은 수업을 보장받지 못한 것도 당연하다.

해당 학과의 한 학생은 학과의 발전가능성을 믿었기 때문에 피해가 있더라도 어느 정도 감수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남은 것이 없다며 허무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대학본부는 10월 안, 늦어도 올해 12월 중에는 새로운 학과가 결정될 것이며, 내년부터 당장 그에 맞는 입시전형을 꾸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번만큼은 반드시 학과를 신설하고 커리큘럼을 짜는 과정이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의견을 수렴해야 할 대상은 바로 EU문화정보학과와 히브리ㆍ중동학과의 학생들이어야 할 것이다. 또다시 학사구조개편으로 기존 학생들이 피해를 당하는 악순환이 계속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것만이 대학본부로부터 상처를 받은 학생들에게 미약하게나마 보상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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