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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도서관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위기의 생도,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김대영 이수빈 기자 | 승인 2011.05.10 00:54

생활도서관(생도)이 중앙자치기구에서 제외됐지만 당장 존립 기반이 위협받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임시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 당시 생도를 중앙자치기구에서 제외하는 회칙개정안을 두고 대의원들은 “중앙자치기구에서 제외할 뿐이지 폐지하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앙자치기구에서 제외된 만큼 생도의 운영 방식은 변화할 수밖에 없다. 운영 방식의 변화는 생도의 의미와 역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의 담장을 허물었던 생도
생도는 소위 ‘빨간책’으로 불리는 금서를 접하기 힘들었던 시절, 제한됐던 지적 욕구를 충족하고 자유로운 학술 활동의 장을 마련하고자 학생들에 의해 만들어 졌다. 또 일반 사람들에게 개방하지 않는 중앙도서관과는 달리 지역 주민들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리대학 생도는 1995년도에 설립됐다. 당시 생도 설립 발기인 중 한 명인 윤현식(법과대ㆍ법00졸) 동문은 고려대 생도와의 인터뷰에서 “책을 대학 서가에 장서로 묵혀 놓고 썩히는 것보다 누구든지 가서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대학의 담을 없애는 일은 대학을 지역주민에게 돌려주는 일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희망의 인터뷰 다섯 번째, 고려대 생도 2005)

다른 대학교 생도 관계자들은 생도가 지니는 의미에 대해 “학생들 스스로 자유로운 학술자치활동을 할 수 있는 휴식 공간”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하대 생도 김진 관장은 “생도는 다양한 문화적 콘텐츠를 통해 지식을 공유하는 공간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줄 수 있는 인문사회과학서적 전문도서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생도를 바라보는 시각은 설립 취지와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변해 왔다. 생도를 이용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면서 소수의 운영위원들만이 모여 활동하는 곳이 많아졌다. 이 때문에 학생 대표성을 지닌 자치기구라기보다 동아리로 비춰지고 있는 추세다.

   
▲ 우리대학 생활도서관 ⓒ 이동찬 기자

대학 별 생도 현황
우리대학 생도는 그동안 중앙자치기구 중 하나로 강연회, 도서대출, 학술모임 등의 사업을 해왔다. 강연회를 개최하면 연사에 따라 적을 땐 5명 이하, 많을 때는 200여명의 학우가 참석했다고 한다. 4500여권의 서적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용자는 많지 않다. 운영위원들끼리 가끔씩 열람실에서 게임을 할 정도로 이용자가 적은 편이다. 그러나 회칙 개정으로 인해 현재는 독립된 자치기구도, 동아리도 아닌 형태가 됐다.

우리대학 생도처럼 학생들에게 외면 받고 있는 생도가 있는가 하면 여전히 예전과 같은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생도도 있다.

고려대 생도는 설립 당시 학생자치기구였으나 90년대 중반부터 총학생회 특별기구로 편입됐다. 현재 책을 대출해 가는 사람은 하루 평균 20여명, 열람실 이용객은 10여명 정도 된다. 또 공간 대여 신청 건수도 많아 거의 매일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1만여명의 회원과 2만5000여권의 서적을 보유하고 있어 대학 내 생도 중에는 사실상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는 곳으로 꼽힌다.

인하대 생도는 5대 중앙자치기구에 속하는 어엿한 독립 자치기구다.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서적 외에도 소설, 시, 역사, 철학, 예술, 만화 등 총 7000여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30여명이 책을 빌려간다. 일반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생회관에 근무하는 직원 선생들도 생도를 찾는다고 한다.

반면 우리대학과 마찬가지로 존립의 기로에 서서 외줄타기를 하는 생도도 있다. 성균관대 인문과학캠퍼스(인사캠) 생도의 경우 독립자치기구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인사캠 생도 윤형석 관장은 “2000년대 초 총학생회가 비운동권으로 넘어가면서 생도에 대한 예산 지원이 끊겼다”고 말했다. 총 3000여권의 서적을 보유하고 있지만 도서대여업무는 잠정적으로 중단한 상태라고 한다.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자과캠) 생도는 2008년도에 전학대회를 통해 폐지됐다. 현재 동아리연합회 소속의 중앙동아리 형태로 남아 있다. 동아리 형태다 보니 운영비가 부족해 도서관 운영은 멈춘 상태다. 도서관이라기보다 일반 학회처럼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폐지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오래된 책을 처분해 지금은 400~500권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생도, 학생회비 지원으로 운영돼야
그렇다면 우리대학 생도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생도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운영자금이다. 민윤기 관장은 당분간 사비로 생도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해결책이다.

우리대학과 같이 학생회비 지원이 끊긴 생도는 대부분 교비를 받거나 동아리로 소속을 옮겨 지원금을 받고 있다. 그러나 금액이 많지 않다. 동아리 소속으로 전환된 성균관대 자과캠 생도는 동아리 지원금과 대학본부 보조금으로 운영한다. 1년에 약 70만원정도다. 대학본부의 경상보조금으로 운영하는 강원대는 220만원정도를 지원받지만, 자금을 쓰기 위해서는 매번 사업계획서를 결재 받아야 한다. 성균관대 인사캠은 생도 관장이 받는 장학금 100만원 상당을 운영비로 돌려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생도 관장들은 학생회비가 가장 적합한 운영자금이라고 주장한다. 고려대 조우리 총학생회장도 “생도의 존재는 학생들의 진보적 학술 활동을 보장하기 위함이니 학생회비를 지원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동아리 전환이나 대학본부의 지원은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우리대학 생도 민윤기 관장은 “생도가 동아리화되면 일반 학우의 이용은 더 줄어들고 활동 또한 내부적으로 더 굳어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대학본부로부터 예산을 지원 받는 건 대학에 종속적일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있다. 고려대 생도 김예찬 운영위원은 “이를테면 학교가 반사회적인 도서 구입을 막을 수도 있고, 학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꼭 필요하지만 책만으로는 경쟁력 부족해
다수의 생도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생도가 존재하지 않았던 서강대는 오히려 총학생회의 지원으로 생도를 세우려 준비하고 있다. 생도 추진위원회 ‘단비’ 고명우 위원장은 “현재 학내 여성 미화노동자들과의 영어ㆍ한글 교실을 추진하고 있으며 매 학기 2~3 차례에 걸쳐 인문학 사회 이슈에 관한 강연회를 개최하고 있다”며 “이는 대학 내 생도에서만이 제공할 수 있는 기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려대 김예찬 운영위원은 “생도 설립 당시에는 금서가 많아 생도의 가치가 높았지만 지금은 중앙도서관에도 모든 책이 들어오고 있어 책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고려대의 경우도 세미나 공간으로 생도를 이용하는 학우들이 많아 아직 활성화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반 세미나실은 모든 자료를 사전에 준비해가야 하지만, 생도는 세미나를 하며 필요할 때마다 책을 꺼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책에 대한 지출도 아끼지 않는다. 고려대는 쉽게 접하기 힘든 책, 인문사회과학의 최근 트렌드를 반영하는 책 등을 학기 중 계속해서 공급해 학우들이 많이 찾는다. 도서구입비만 한 학기에 400만원정도를 쓴다.

인하대 생도의 경우는 아늑하고 편안한 공간이라는 분위기 때문에 학우들이 애용한다고 한다. 정보검색대 컴퓨터 세 대를 보유하고 있고, 차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있다. 특히 생도 내에 DVD룸이 있어 사회과학적 시각을 길러줄 수 있는 다큐나 독립영화 DVD를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이로 인해 평소 생도의 유동인원은 약 60~ 90명 수준이라고 한다.

김대영 이수빈 기자  kkpress@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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