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좌우명은 뭐니? 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있다. 그 때 아무런 망설임 없이, 재빠르게 입에서 튀어나온 말. ‘좋은 결과가 나오면 다른 사람 덕분이고, 나쁜 결과가 나오면 나 때문이라고 여겨요.’ 질문을 한 사람은 ‘어떤 종교를 믿냐’ 고 물었다. 내가 종교를 가지고 있을 거란 확신에 찬 질문이였다. 근데 왠걸. 나는 종교가 없다. 그냥 저 생각을 어렸을 때 부터 가지고 있었고 저 생각을 중심에 두고 살았다. 그래서 그런지 저 생각이 얼마나 중요하고 걱정없던 나를 만들어 주었는지를 잊고 있었다. 굉장히 소중한 생각이라는 걸 깨달은 지는 한달이 채 되지 않았다.

 3주전 좋지 않은 결과를 받았다. 생명을 좌지우지 하는 결과는 아니지만 몸 상태에 대한 문제였기 때문에 예민해 지지 않을 수 없었다. 22년을 살면서 이토록 우울하고, 예민했던 적이 없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도 울컥하고 주위사람들이 말을 걸어도 괜한 짜증만 냈다.  ‘도대체 내가 왜? 왜 나만? 내가 뭘 잘못했길래? 난 잘못이 없는데’ 라는 답없는 생각들이 머리를 터트리고 싶어 안달이 났는지 머릿속을 꽉꽉 채우고 있었다. ‘엄마 때문’ 이라는 생각에 엄마가 내 기분을 맞추려 해주셔도 대꾸없이 차갑게 굴었다. ‘엄마 때문이야…
난 아무런 잘못 없어’ 라는 생각이 절정에 달했을 때 문득 2년전 일이 떠올랐다. 똑같은 상황이 고3 수능 때 일어났었다. 하지만 그 때는 우울해하지 않았고 더 밝았었다. 그 때 가졌던 생각은 ‘이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내가 관리를 잘못해서 그래. 내가 잘 하면 좋아질 수 있어’ 라는 생각으로 살았었다. 그 땐 그 잘못된 결과를 엄마탓으로 돌리지 않았었다. 옛날일을 곱씹고 지금과 비교해서 지금 내가 이토록 우울하고 멍청한 나날을 보내는 이유는 맘에 안드는 이 상황을 ‘엄마 탓’ 으로 돌렸기 때문이었다. 실은 엄마 잘못은 없는데, 이 상황이 싫은 내가 내 자신을 잘못된 방향으로 토닥이기 위해 ‘~때문이야…’ 를 반복했던 것 같다.

 이걸 다시한번 깨달은 지금은 우울하지도 예민하지도 않고 다시 원래의 ‘나’로 돌아가고 있다. ‘타인 때문이다’ 라는 것은 비겁한 자의 변명이다. 세모꼴 눈을 하고 타인때문이라 말하며 자신을 토닥이는 자신을 보는 것보단, 반달 눈을 하고 너 덕분, 나 때문이라 말하며 자신을 다시 일으키는 자신을 바라보는 일이 더욱 더 행복한 일이란 걸 모든 사람이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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